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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 실업이 동시에 날뛴다…스태그플레이션 파괴력은 [주경야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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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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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자산시장이 겨울 같은 여름을 보내고 있다. 국내외 주식, 가상화폐 등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자산 대부분이 연초 급락 이후 6월에도 떨어졌고, 7월까지 하락이 이어졌다. 미국발 긴축 불확실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업의 실적 고점 통과 가능성이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커지며 공포가 정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2022년 8월 8일 매일경제

요즘 경제신문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양치기 소년 이야기처럼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는 말은 많았는데요. 올해 또는 내년은 그 늑대가 정말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신문을 보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단어다', '경기침체와 물가인상이 동시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정도는 알고 계실 겁니다. 이번엔 스태그플레이션을 두고 왜 이렇게 호들갑인지, 그리고 스태그플레이션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물가와 고용,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경제에서는 동시에 잡을 수 없는 두 마리의 토끼가 있습니다. 바로 물가와 실업입니다. 둘의 관계는 시소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가를 낮추면 실업률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실업률을 낮추면, 다시 말해 고용을 늘리면 물가가 상승합니다. 이렇게 물가와 실업은 역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64년전인 1958년 뉴질랜드 출신의 윌리엄 필립스라는 런던 정경대 경제학과 교수가 밝혀낸 내용입니다. 컴퓨터도, 계산기도 없던 시절에 필립스 교수는 1861년부터 1957년까지 거의 100년치의 영국 실업률와 임금상승률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실업률이 높은 시기에는 임금이 안정되거나 하락하는 경향이 있고, 실업률이 낮을 때는 임금 상승률이 높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확인하게 됐습니다.

가로축을 실업률, 세로축을 임금상승률(물가상승률)로 해서 100년치의 데이터를 일일이 점으로 찍은 뒤 선으로 연결한 것이 그 유명한 필립스 곡선입니다. 물가와 실업은 역의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필립스 곡선은 우하향하는 형태가 됩니다.

굳이 통계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물가과 실업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기가 호황이면 고용주는 직원을 늘리려고 할 것이고 일자리가 많아져 가계의 소득이 늘어납니다. 그러면 가계가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할테니 물가는 상승하게 됩니다. 반대로 경제가 불황이 되면 실업자가 늘어나고 소비가 줄면서 물가는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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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곡선 [사진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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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경제지표 중에서 물가지표와 고용지표는 둘 중에 하나는 좋고 하나는 나쁜 게 정상입니다. 경제이론과 달리 실업지표도 높고 물가지표도 높은 기이한 상태가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이란 말에서 경기 불황을 실업률 상승으로 바꾸면 이해가 더 쉽습니다. 원래 필립스 곡선은 우하향하는 형태인데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우상향하는 모양이 되는 것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과 정반대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용어도 있습니다. '골디락스'라고 부르는 경제상태가 바로 그것입니다. 골디락스는 아기 곰 접시에 담긴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수프를 먹고 기뻐하는 상태를 경제에 비유한 것입니다.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물가도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적인 상황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은 왜 생길까요? 공급 측면에서 문제가 생기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1973년 벌어진 1차 오일쇼크로 1배럴당 3달러도 안 하던 원유 가격이 한달 만에 12달러로 4배나 폭등하게 됩니다. 또 1979년 2차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원유 가격은 40달러에 육박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경제도 1980년 1분기 -1.6% 성장하면서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역성장을 했고 물가 상승률은 29%를 기록했습니다.

지금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는 게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코로나로 인한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고 있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아무리 금리를 올려도 공급측의 문제가 잡히지 않아 물가는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가계 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 금리가 오르면 소비가 강하게 위축돼 경기 침체도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물가냐 실업이냐…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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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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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가장 큰 문제는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미국 연준이나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물가는 잡히겠지만 경기가 둔화돼 실업이 늘어납니다. 반대로 금리를 인하하면 경기가 살아나는 대신 물가가 상승합니다. 물가와 실업이 동시에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중앙은행이 파국적인 경제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겠죠? 일반적으로는 금리를 인상해 물가를 먼저 잡으려고 합니다. 일반적인 경제 상황에서 물가 인상이 서민층의 살림살이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또 물가를 잡으러 가는 것이 더 확률이 높은 게임입니다. 잃어버린 30년을 살고 있는 일본의 예를 보듯이 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경기가 부양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장 물가는 잡히지만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가 더욱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상당한 고통의 시간을 겪게 됩니다.

실제 2차 오일쇼크가 터진 1979년 취임한 폴 볼커 연준의장은 취임 직후에 기준금리를 무려 4%포인트 인상하는 등, 취임 직전 연 11%이던 기준금리를 1981년 연 19%까지 올렸습니다. 덕분에 1979년 11%이던 미국 물가 상승률은 1982년 4%대로 안정됐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바닥을 쳤습니다.

미국의 GDP 성장률은 폴커 의장 취임 첫해인 1979년 3.2%에서 1980년 -0.3%로 떨어졌고, 1982년에는 -1.8%까지 하락하게 됩니다. 이 시기 볼커 의장은 살해 위협을 여러차례 받기도 했습니다. 이후 1984년이 돼서야 성장률이 7.2%까지 올라왔고 199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 경제는 호황기를 맞게 됐습니다.

주경야독,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장이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홀로 꿋꿋이 공부하는 개미들의 편에 있겠습니다. '주'식과 '경'제 이'야'기를 쉽게 풀어 여러분의 '독'학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주경야독은 매주 금요일에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알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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