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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사설] 여권, 수해 앞에서 국민 염장 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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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해 피해 복구현장에서의 실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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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 수해에 여권이 기민한 대비와 피해 복구는커녕 국민 염장을 지르는 행태를 잇따라 보이고 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기록적 폭우에 정부가 완벽히 대처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대응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도 “그게 내 책임이냐”는 식으로 뻔뻔하게 나오니 문제다. 홍보를 위해 재난을 이용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러니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0%대(12일 한국갤럽 25%)에 머무는 것 아닌가.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 현장에서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윤리위 징계 절차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언행을 조심하라고 당부했는데도 이런 실언이 나온 것은, 여당 의원의 수준을 알려준다. 이재민의 고통이 아니라 자기 홍보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한 명의 돌발 실수가 아니라는 게 더 문제다. 윤 대통령부터 집중호우가 내린 8일 밤 집무실을 지키지 않고 정시 퇴근하는 해이함을 드러냈다. “추가 피해 방지와 복구에 주력하겠다”고 해야 할 판에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비가 온다고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합니까”라고 적반하장격 해명을 했다. 9일 윤 대통령이 세 식구가 참변을 당한 신림동 반지하 주택을 찾아 “어떻게 대피가 안 됐나 보네” 등 한가한 소리를 한 것도 부적절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은 대통령 홍보용 카드뉴스로 만들어 공개하기까지 했으니 공감 능력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다. 비극을 위로하는 게 우선인데 그저 홍보에 이용하겠다는 발상은 정상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8일 휴가에서 복귀하며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던 그 국민이 바로 지금 수해 피해를 입고 황망해하는 국민이다. 이를 가슴 깊이 새겨두는 것이 앞으로 실언, 망언을 막을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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