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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탈중국’ 원하는 대만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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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기획연재/ 마지막회

유라시아의 재발견 ⑥ 중국-대만 갈등 격화

중국과 대만 관계 경색 와중에

미 펠로시 하원의장 대만 방문

중,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압박

차이잉원 이후의 대만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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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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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만 관계가 심상치 않다. 원래도 좋은 편은 아니나 지난 8월2일 미국 권력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의 과격한 경고 발언과 무력시위가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다시 부상했다. 사실 이번 방문은 시작 전부터 시선을 끌었다. 중국 정부는 수차례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중국 군용기와 군함들이 대만해협 중간선에 근접해 도발했다. 미국도 필리핀해 주변에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배치했다. 이에 자칫 무력 충돌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국제사회 우려가 커졌다.

전세계 사람들이 조마조마하게 지켜봤던 것과는 다르게 실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중에는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중국 내 일부 과격파는 중국 정부가 큰소리를 일삼았던 것에 비하면 초라하게 대응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일각에선 펠로시 의장이 한국과 일본을 거쳐 무사히 미국으로 귀국하면서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때부터 중국은 본격적인 보복에 돌입한다. 8월4일부터 대만 해역과 공역에서 대만을 봉쇄하는 형태의 훈련이 이어졌다. 중국 언론들도 대대적으로 보도를 이어갔다.

중국, 유독 격하게 반응한 이유?


미국 정치인 한명의 대만 방문이 이러한 반응을 끌어낼 정도로 대단한 일인가?

중국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중국은 대만을 수복해야 할 땅으로 생각한다. 본래 하나인데 내전으로 분단 상태일 뿐이다. 광활한 영토의 다민족 국가에 통일, 영토완정(領土完整)은 국가 존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되는 사안에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대만은 차이잉원이 이끄는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이 집권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갈등이 한창이고, 2022~2023년 국내 정치적으로 큰 변화가 예고되기에 여느 때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중 차이잉원과 민진당이 문제시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대만에는 두 거대 정당이 존재한다. 하나는 여당인 민진당, 다른 하나는 거대 야당인 중국국민당이다. 매우 흥미로운 점은 1945~1949년 중국공산당과 내전을 치렀던 상대는 국민당인데, 그 경쟁자 민진당이 집권하는 시기에 양안관계(중국-대만 관계)가 더 경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요소는 국민당은 대륙 기반으로 ‘중국’이라는 국가 정체성을 공산당과 공유한다는 것이다. 분단 상황에서 통일 주체가 누가 되는가 차이 문제이다.

국민당은 패전으로 대만으로 밀려났지만, 분단 초기만 하더라도 미국의 힘을 등에 업고 다시 대륙으로 진출해 중국을 통일한다는 야심을 버리지 않아 공산당을 긴장하게 했다. 물론 현재는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면서 국력 차이가 나게 되어 대만과 국민당이 주도해 전체 중국을 통일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망상으로 전락하였다. 대만 내부를 보자면 공산당과 내전을 치렀던 장제스, 아들인 장징궈가 사실상 이어서 권력을 잡으며 국민당은 오랜 기간 대만을 독재·지배했다. 그리고 그에 격하게 대항한 민주 세력이 현재 민진당의 시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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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내 친중 지지자들이 11일 낸시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 항의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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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당은 기본적으로 자유·진보를 표방하고, 특히 대만 독립을 주장하며 공산당과 국민당의 통일 지향에 반대하였다. 이들은 통제가 느슨해진 장징궈 시기부터 세력을 불렸고 결국은 제도권 정치로 진입했다. 여기에 더해 오랜 독재와 실정에 질린 대만 사람들이 2000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의 천수이볜이라는 신진 정치인을 선택했다. 그러나 천수이볜 총통과 민진당은 실정을 거듭하며 2008년 선거에서 마잉지우가 이끌던 국민당에 다시금 정권을 내주게 되었고, 마잉지우는 연임까지 성공하며 대만을 이끌었다.

‘하나의 중국’ 이미 흐려졌는데…


2008년 여당인 국민당으로부터 다시금 대만을 탈환해온 것이 차이잉원이 이끄는 민진당이었다. 차이잉원은 대만 출신으로서 대만대학, 유학파 출신의 법학자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민진당은 대만 섬, 특히 남부를 기반으로 하며 ‘중국’이라는 정체성이 약하다. 나아가 체제가 상이한 중국에 거리감을 느끼면서 대만의 완전한 독립이나 최소한 현상 유지를 지향한다. 민진당의 이러한 성향은 중국의 역린을 건드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대만 지도자 차이잉원의 성장과 총통 당선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중국과 중국공산당이다.

2014년 홍콩에 반중국·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전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체제)를 보장하지 않고 홍콩 정치에 개입한다는 비판에서 시작된 것이다. 일국양제는 1997년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은 뒤 향후 50년 동안 홍콩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한 약속이다. 홍콩에서 먼저 시행됐지만 사실 중국이 대만과의 통일을 염두에 두고 고안한 제도였다. 대만 사람들은 홍콩을 보면서 공감했고 자신의 미래를 고민했다. 더불어 내전 이후 반세기 이상이 흐르며 대륙과 ‘하나의 중국’이라는 생각,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에 차이잉원과 민진당이 기회를 얻은 것이다.

차이잉원 총통의 첫번째 임기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대륙과의 관계 경색에다 세계 불경기로 국내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당뿐 아니라 민진당 내부에도 패배를 예상하고 차이잉원의 재선 도전을 만류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그러던 차이잉원이 재선에 성공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2019년 무렵 다시금 격화된 홍콩의 반중시위와 중국의 강경 진압이었다. 2019년 홍콩의 처참한 현실을 다시금 목격한 대만 국민들은 중국과 일국양제에 대한 두려움과 반감으로 차이잉원과 민진당을 다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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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전투기가 7일 대만 주변에서 합동 전투훈련을 벌이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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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총통의 승리는 두번 모두 중국과 국민당 내부 분열의 영향이 컸다. 차이잉원 후보와 민진당 나름의 역량도 있겠지만, 국민당의 거듭된 실정과 공산당 위협에 대한 반감으로 차이잉원과 민진당을 선택하는 경우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덕분에 유리한 대선을 치렀던 차이잉원과 민진당이 마주한 현실은 중국 때문에 만만치 않아지기도 했다. 중국은 독립 지향의 차이잉원과 민진당이 이끄는 대만을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각 영역에서 강하게 압박하였다. 정부, 기업, 사회단체에 이르기까지 유무형의 압력과 유인을 고루 활용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살아남기


차이잉원 정부는 취임 이래로 중국과 사이가 원만치 않았다. 이번 펠로시 의장 방문은 민감한 중-미 관계가 함께 엮이며, 그간의 갈등에 불을 붙인 격이다. 최근 몇년 중국은 미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갈등하는 상황인데 미국의 주요 인사가 중국에서 멀어지려는 대만을 방문해 그에 힘을 실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2022년 정치적 대사(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국내외에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시진핑과 공산당의 상황도 영향을 미치며 중국의 과한 공세가 연일 이어진 것이다. 대만에는 지난 몇년의 팬데믹, 불경기에 이어 어려움이 더해졌다.

안타까운 사실이나 중국의 국력과 강경한 태도를 고려하면 대만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대만 내부에서 중국과 연대감이 약해지며 민진당에 다소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갈수록 격해지는 중국의 공세도 현실이다. 미국이나 일본, 타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려 하지만 국제정치 현실을 고려하면 타자가 대만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심지어 대만의 존망과 안보는 때로 미-중 갈등 상황에서 카드로 쓰인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아 차이잉원과 그 이후의 대만을 준비하는 민진당의 고민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유라시아의 재발견 연재를 마칩니다. 필자들과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임진희 한신대 유라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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