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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재명 방탄용' 공방만 남은 野 당헌 80조 논란…"청원 역효과" 분석도 [정치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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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부정부패 혐의 기소시 당직 정지' 당헌 개정 추진

이재명 "나 때문에 개정하려는 게 아냐" 연관성 일축에도

비이재명계, '李 방탄용 개정' 의구심 표하며 반대 입장

"개정 준비중이었는데 청원으로 이슈 커져 역효과" 분석도

헤럴드경제

7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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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헌 제80조 1항)

더불어민주당이 당직자가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때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당헌 제 80조 내용을 '1심 유죄를 받을 경우'(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의 당직을 정지한다)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면서 당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당헌 개정 작업이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당 대표 당선과 그의 사법리스크를 미리 염두에 둔 '방탄용'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으면서다. 찬반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원래 개정하려던 것인데 당내 청원으로 이슈화가 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야당 침탈 루트 될 수도"…정청래 "일개 검사에게 당 운명 못 맡겨"

당헌 개정이 이슈가 된 것은 지난 1일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 "당헌 제 80조의 변경 및 삭제를 강력히 요구한다"는 청원이 올라오면서부터다.

해당 청원인은 "검찰공화국을 넘어 검찰독재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무차별한 기소가 진행될 것임은 충분히 알 수 있으며 사정정국이 예상된다"며 "민주당 의원 모두와 당원 동지들을 위해서는 해당 당헌당규는 변경 또는 삭제돼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청원은 게시 이틀만에 6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는 등 당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언론에 보도됐고, 13일 오전 현재까지 7만1500명 이상이 동의를 표해 모든 청원 중 가장 많은 동의를 받고 있다.

친이재명(친명)계는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청래 의원은 지난 1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일개 검사가 무죄임을 알면서도 (당 대표를) 기소할 경우 당의 운명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일개 검사에게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라는 당원들의 목소리에 동감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개정을 반대하는 비이재명(비명)계를 향해서는 "적의 흉기로 동지를 찌르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 측근으로 꼽히는 박찬대 의원도 같은 날 BBS라디오에서 "(윤석열 정부가) 지금 떨어져가고 있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서 공안정국으로 돌리고 있는 그런 느낌 들지 않느냐"며 "기소해 놓으면 당무가 정지된다는 건 기습하는 적에게 방어하지 말고, 문을 열어주라는 얘기"라고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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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열린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당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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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 본인도 지난 9일 CBS라디오 당 대표 후보자 합동 토론회에서 “여당일 땐 상관없는데 우리가 야당이 됐다”며 “윤석열 정부가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검찰의 지나친 권력 행사가 문제다. (현 당헌대로면) 무죄가 나오든 말든 아무나 기소하는 검찰권 남용이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정부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박용진 후보가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도덕적 기준이 다른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이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하자 “우리가 집권했을 땐 야당을 그렇게 비열하게 탄압하진 않는다. 지금 집권여당의 검찰권력 남용은 현장에서 보고 있지 않느냐”고 맞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당헌을 개정하려는 게 저 때문이 아니다"라며 "당원들의 운동이 나오기 전에 이미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비대위에서 추진했던 걸로 안다”고 자신관의 연관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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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 예비후보가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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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는 "창피하다·어이없다", "이슈 자체가 李입지 좁혀" 비판

비명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비주류 소장파인 조응천 의원은 지난 1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말 창피하다"며 "이렇게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는 일을 하는 건 민심에 반하는 일이고 내로남불의 계보를 하나 더 잇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방탄용'으로 의심받는 만큼 결코 당헌을 개정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조 의원은 이어 "이 당헌 80조는 지난 2015년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 민주연합 때 김상곤 혁신위, 조국 혁신위원, 문재인 대표 시절에 만든 것"이라면서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 아래 반부패 혁신안의 상징으로 이걸 내건 것이다. 야당 때 만든 걸 갖다가 '야당이 됐으니까 검찰의 침탈루트 된다. 그래서 없애겠다'는 건 어이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비명임을 자처하며 최고위원 경선을 치르고 있는 고민정 의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에서 "이 이슈 자체가 아이러니하게도 이재명 의원의 입지를 굉장히 좁아지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 당 내에서 왜 이 논의를 더 뜨겁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논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후보를 향해 쓴소리를 내온 3선 이원욱 의원도 12일 페이스북에 "2년 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당헌을 고쳐 공천한 결과는 어땠느냐"며 "민주당은 이미 국민들에게 세 차례나 심판받았는데 또 내로남불하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민주'라는 단어가 부끄럽지 않은 민주당이 되길 소망한다"며 "변화와 혁신은 멀리하고,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를 위해 퇴행하는 길을 걷지 않는 민주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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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TJB대전방송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시작 전 강훈식, 이재명, 박용진 후보(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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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위 측 '원래 개정하려던 건데…' 전당대회 뒤덮는 이슈화에 한숨

이 이슈가 전당대회를 뒤덮으면서 내주 최종 회의에서 당헌 개정안 등을 비상대책위에 올리려던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준위 핵심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지지자 청원으로 이슈가 되기 전부터 우리가 준비해오던 당헌 개정 사안"이라면서 "나는 애초 2015년 해당 당헌을 만들 때도 반대했었다. 이건 이재명 후보를 염두에 두고 준비했던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은 '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헌을 고치냐'는 얘기도 하는데, 원래 전당대회는 전국대의원대회로 당 대표만 뽑는 게 아니라 당헌·당규를 시대에 맞게 바꾸는 작업도 진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문제가 전당대회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전준위와 비대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지자들의 청원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준위에서 조용히 개정 작업을 했으면 이렇게 논란이 되지 않고 넘어갔을 텐데 지지자들의 청원으로 이슈화되면서 일이 커져버린 셈"이라며 "결국 전준위와 비대위의 부담만 더 커지고 여당에게 공격 빌미를 줘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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