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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폭우탓 2분 지각…“놀러 다니냐” 샤우팅, 시말서 쓰게 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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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전국 곳곳에 비 소식이 있는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한 시민이 가방으로 비를 막으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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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 계약직이라고 밝힌 직장인 A 씨는 "폭우로 2분 지각해 죄송하다고 인사하며 들어왔다"며 "(그런데)회사에서 '놀러 다니느냐'며 소리치며 시말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했다.

#. 직장인 B 씨는 "대중교통 지연, 지문 인식 오류 등으로 1분이라도 지각하면 경위서를 작성해야 하고, 연말 (인사)평가에도 반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라고 했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10~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출퇴근해 관련해 설문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발표했다.

지난 8일 수도권에 기록적 폭우가 내렸을 때 행정안전부는 공공기관 출근 시간을 오전 11시 이후로 조정하도록 했다. 민간기업에도 이러한 출근 시간 조정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직장인 중 상당수는 평소와 같은 정시 출근을 해야 했다.

설문 결과 직장인 5명 중 1명(20.4%)은 출퇴근 중에도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17.3%)보다는 비정규직(25.0%) 근로자의 출퇴근 업무 비중이 더 컸다.

직장갑질119는 "사무직과 영업직 등 일부 직원은 출퇴근 시간에도 고객 통화와 민원 처리 등 업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직장까지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17.6%였다. 이들 중 인천·경기 거주자가 29.1%로 가장 높았다. 서울 거주 직장인도 22.1%가 출퇴근에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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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간의 폭우가 지나간 10일 오전 출근 시간 서울 중구 서울역 서부 택시 승차장에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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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거주 직장인의 대다수는 출퇴근에 30분에서 1시간 미만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거주자의 52.1%, 인천·경기 거주자의 41.5%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 중 65.2%는 출퇴근 시간에 대한 보상이나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30대(71.4%)가 50대 이상(60.6%)보다, 생산직(73.3%)이 사무직(61.8%)보다, 일반사원(69.3%)이 관리직(53.8%)보다 보상이나 배려의 필요를 더 크게 느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회사는 출퇴근 시간 준수를 과도한 인사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일각에선 지각을 1차례 하면 반차 차감, 2차례 하면 연차를 차감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계약서에 쓰인 근무시간을 지키는 건 노동자와 회사의 약속이라 정시에 출근하는 게 당연하다"며 "지각은 직원 평가 기준이 될 수 있고, 잦은 지각은 징계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지각을 이유로 시말서를 강요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지각, 조퇴, 결근은 해당 시간만큼 월급에서 공제하는 게 원칙"이라며 "지각 횟수로 연차를 차감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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