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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가뭄에 라인강 바닥 드러났다…물류 중단 위기에 유럽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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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2일 독일 남서부 카우브에 있는 팔츠그라펜슈타인 성 주변 라인강의 모습. 가뭄으로 인해 강 바닥과 모래톱이 드러나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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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동맥, 라인강이 메말라가고 있다. 기록적 폭염과 적은 강수량에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배를 통한 유럽의 수운 물류가 마비될 위기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연방수문학연구소(BFG)가 독일 남서부 카우프에서 측정한 라인강 여유수심 기준점은 14일 오전 7시 기준 36㎝로 한 달 전(90㎝)보다 54㎝ 낮아졌다. 이는 라인강에서 화물을 가득 선적한 선박이 운항할 수 있는 수치인 약 1.5m보다 1m 이상 낮은 수치다.

BFG는 운송회사가 바지선을 운항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여유 수심 기준점을 약 40㎝로 본다. 그 이하로 내려가면 경제적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BFG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라인강 수심 기준점이 며칠 내에 30㎝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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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독일 장크트 고아르의 라인강 유역이 메말라 모래톱이 드러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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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내륙 운송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1288㎞ 길이의 라인강은 알프스산맥에서 발원해 스위스 바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독일 만하임·프랑크푸르트·쾰른·도르트문트를 거쳐 유럽 최대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흐른다.

라인강은 유럽 최대 화학기업 독일 바스프, 철강업체 티센크루프 등의 화물 운송로이기도 하다. 또 독일 내륙 수상운송의 80%, 석탄·석유·천연가스 운송의 30%가 라인강에서 이뤄진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의 내륙 수운은 라인강을 통해 연간 800억 달러(약 104조원)의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경제적 타격은 이미 진행 중이다. 라인강의 수위가 지난 6월부터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독일 화물업계는 지난 6월 중순부터 운송 물량을 기존의 50% 수준으로 줄였다. 글로벌 시장 정보업체 ICIS에 따르면 최대 1000t의 선박을 동원하던 화학 업체들은 최근 350t을 운송 가능한 선적량으로 재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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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선적량이 제한되면서 운송비용은 급등했다. 정보분석업체 인사이츠글로벌에 따르면 라인강을 통해 스위스 바젤까지 경유를 운송하는 비용은 지난 6월 초 t당 25유로에서 지난 10일 267유로로 10배 이상 올랐다. 전문가들은 라인강 수위가 더 낮아지면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도이체방크는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2% 정도로 예상하는데 라인강 수위 하락이 계속되면 1%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가디언은 “(라인강의) 바지선 운송이 완전히 중단되면 유럽 경제 전반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지난 2018년 전문가들은 라인강 수위 하락으로 6개월간 운송이 중단될 경우 50억 유로(약 6조7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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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네덜란드 네이메헌의 발(Waal)강 유역이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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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강 뿐 아니라 유럽 주요 강은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이탈리아를 흐르는 포강은 유수량이 평상시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위도 평소보다 2m가량 낮아지며, 옥수수·쌀 등 농업 생산량이 타격을 받았다.

프랑스에선 자국 내 가장 긴 강인 루아르강의 수위가 낮아지며, 전력 생산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프랑스 당국은 루아르강 보호를 위해 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를 배출할 때 강의 수온 등에 기준으로 규제 중이다.

그러나 가뭄으로 강 수위가 낮아지고 수온도 이미 오를 대로 올랐다는 점이다. 이에 배출할 수 있는 냉각수의 양도 줄어들었다. 규정대로 냉각수 배출량을 맞추려면 전력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프랑스 당국은 최근 원전 일부에 대해 한시적으로 냉각수 추가 배출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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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스위스 레 브허네를 흐르는 두(doubs) 강이 메말라 정박해 있던 보트들이 땅 바닥 위에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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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프랑스와 스위스를 지나는 두(doubs)강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전력의 90%가량을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노르웨이도 저수지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면서 향후 전력 수출 감축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유럽 전역의 가뭄 상황은 역대 최악이란 평가다. 유럽연합(EU) 산하 연구센터 유럽가뭄관측소는 영국과 EU 27개국의 60%가 가뭄 피해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EU 집행위원회 연합연구센터(JRC)의 안드레아 토레티 연구원은 “지난 500년간 2018년 가뭄만 한 경우는 없었는데, 올해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한 것 같다”며 “앞으로 3개월간 건조한 상태가 지속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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