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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산 넘고 물 건너 달려간 구조대원들...산사태 매몰 주민 구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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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소방서 지난 9일 현장 출동

조선일보

지난 9일 양평군 단월면의 산사태 현장에 출동하던 양평소방서 구조대원들이 물이 불어난 개천을 로프를 이용해 건너고 있다. /양평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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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나는 바람에 집이 무너져 고립된 주민을 소방대원들이 구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원들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강행군 끝에 60대 남성을 무사히 구조해 병원에 이송했다.

지난 9일 새벽 4시 32분쯤 경기 양평소방서 상황실에 “산사태로 집이 무너져 사람이 깔렸다”는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양평군 전역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돼 있었고, 소방대원들은 밀려드는 주민 신고에 대응하느라 비상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양평소방서는 곧바로 고영주 서장을 비롯해 구급대, 구조대 등 23명의 직원이 신고가 들어온 단월면 삼가리로 출동했다. 그러나 산사태로 도로가 유실돼 차량 진입은 어려웠고, 날씨 때문에 헬기 운행도 불가능했다. 굴착기를 동원해 진입로를 확보하려 했으나 다급한 상황이라 지체하기 어려웠다.

결국 대원들은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로프와 산악용 들것 등 장비들을 챙겨 야산을 넘어가기로 결정했다. 폭우를 맞으며 진흙탕이 된 길바닥을 헤치며 신고 장소 근처에 도착했으나 또 다른 난관을 만났다. 돌다리가 있던 개천이 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건널 수가 없었다. 다시 구조대원들은 안전로프를 설치해 하나 둘 물살을 가르며 개천을 건너갔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현장은 건물이 무너지고 집 안까지 토사가 들어차 엉망이었다. 산사태가 났을 때 거실에 있던 아내 A씨는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남편 B씨는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갇혔다. 어둠을 뚫고 장애물을 헤치며 집안으로 들어간 대원들은 큰 소리로 B씨의 안위를 확인하고 서둘러 구조에 나섰다.

그러나 집안 역시 온통 물이 들어차고 토사가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 쉽지 않았다. 대원들은 약 5분 동안 사투를 벌이며 무너진 가재도구를 치우고, 흙을 파헤친 끝에 B씨를 구해낼 수 있었다. 다행히 B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붕괴 당시 충격으로 가슴에 경미한 통증만 호소하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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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양평군 단월면 산사태 피해 주택에서 양평소방서 구조대원들이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양평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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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은 B씨를 산악용 들것에 실어 교대로 들어 옮기면서 다시 로프를 이용해 개천을 건너고, 야산을 넘어 되돌아 나왔다. 또 진입로에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로 병원 이송을 마친 뒤 오전 10시쯤 임무를 완료했다.

이날 이후에도 대원들은 폭우 피해에 대처하며 연일 출동에 나섰다고 한다. 양평소방서 관계자는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밤샘 출동으로 인해 육체적으로도 지쳤지만, 상황실과 출동대원 모두가 합심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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