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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일심동체'라던 윤석열-이준석… 어쩌다 '건널 수 없는 강' 건넜나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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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인' 尹·'2030 지지' 李 조합, 與 인기 견인

'성상납 파문'·'문자 파동' 등 대선 전후로 갈등 격화

분란의 핵은 '윤핵관'?…당내 기반 없던 李와 대치돼

'2030' 李, '60대 이상' 尹…지지 기반 다른 것도 원인

李, 尹과 당분간 거리 두기…갈등 봉합 어려워 보여

“일심동체로 정권교체를 이뤄내겠습니다.” (2021년 8월 2일 국민의힘 지도부 상견례)

“당의 위기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위기입니다.” (2022년 8월 13일 긴급 기자회견)

위의 두 발언은 모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첫 만남에서 손을 잡고 정권교체를 외쳤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가 결국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보수정권 창출의 주역이었던 두 사람이지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인한 논란에서부터 이 대표의 성상납을 둘러싼 파문, 윤 대통령의 문자 파동에 이르기까지 갖은 갈등을 낳으며 결국 이별의 수순을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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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쪽),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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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일심동체였던 윤석열 이준석의 첫 만남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식적인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윤 대통령이 검찰에서 퇴직한 후 대선후보 출마를 저울질하던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처음으로 이 대표를 만나 일심동체로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했다.

당시 이 대표는 “같이 탑승하신 분들과 치열하면서도 그리고 아주 공정하고 흥미로운 경선을 진행해서 나중에 우리가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꼭 일조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은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갈등을 예상했던 사람은 없었다. 때 묻지 않은 정치 신인 윤 대통령과 2030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에 올랐던 이 대표는 어찌 보면 좋은 한 쌍이었기 때문이다. 두 정치인 모두 기존 보수 정당에서 기반이 매우 약하고 정치 경력이 거의 없는 비주류였다는 점에서 동맹관계를 점치던 이들도 있었다.

이런 두 사람의 갈등이 촉발된 것은 대선을 전후하면서부터다. 두 사람은 선거전략을 두고 첫 갈등을 초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페미니즘을 내걸고 활동했던 신지예 전 녹색당 대표의 영입이다.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의 이 대표의 정치적 견해와 상반된 이들을 영입해 반문 빅텐트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계산이었지만, 이는 오히려 20대 남성층의 반발로 지지율 폭락을 불러왔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의 선거전략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당 안팎에서는 “내부총질”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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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전 녹색당 대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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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선거대책위원회에 쇄신을 불러일으키면서 신 전 대표가 방출됐고, 두 사람이 의원총회에서 화해한 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을 세우며 일단락됐다.

이후에도 대선 기간 중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치며 갈등의 골을 키웠다. 이 대표의 당무 거부사건을 비롯해 이 대표에 대한 탄핵 발언 사건, 조수진 의원과 이 대표의 공개 충돌 사건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국민의힘 내부를 휘갈기며 대선 가도를 위태롭게 했다.

◆두 사람의 예고된 이별, 윤핵관으로 강 건넌 두 사람

위에 언급한대로 두 사람은 첫 만난 이후부터 갈등을 키워왔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의 중심에는 윤핵관이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장제원 의원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윤핵관은 윤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국민의힘의 핵심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친박계와 친이계의 몰락 이후 제대로 된 정치세력을 찾지 못했던 국민의힘은 윤핵관을 중심으로 세력화했고, 원외로 제대로 된 당내 기반이 없던 이 대표측의 몰락은 어느 정도 예견돼있던 일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별의 시발점이기도 했던 윤핵관과 이 대표의 갈등을 각기 다른 지지기반에서 찾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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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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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과거 전당대회에서 20대부터 40대까지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 대표에 당선됐고, 기회마다 2030이 주도하는 보수정치를 표방해왔다. 그는 대선 전략의 핵심으로 기존 국민의힘 지지기반인 60대 이상에 이준석 본인의 지지기반인 2030 남성을 합쳐서 세대 구도에서 다수를 형성하겠다는 이른바 세대포위론을 내세웠다. 여기에는 대선을 통해 2030의 지지를 받는 자신의 정치적인 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었다.

이에 반해 윤 대통령은 전통적인 보수층의 지지기반인 60대 이상에서 세를 확보하고 있었다. 실제 경선 당시 여론 조사상으로 20~40대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60대 이상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두 사람은 애당초 각기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정치세력화를 시도했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

특히 정치 신인이었던 윤 대통령 주변에는 법조인 출신의 인사들이 측근 그룹을 형성하였고, 윤 대통령은 자연스레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이는 정치세력화를 준비했던 이 대표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윤핵관과 이 대표 측과의 갈등이 이번 사태 원인이라기보다는 애당초 지지기반을 달리했던 두 사람이 끝내 이별을 택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원외로서 확고한 정치기반이 없던 이 대표 측이 윤핵관 등 친윤계 의원들의 급부상을 달갑게 보진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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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오른쪽),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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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 갈 길 가는 이준석, 이별 후 개혁보수 성공할까

이제 이 대표에게 남은 것은 성 상납과 관련한 경찰 수사와 개혁보수의 길뿐이다. 윤 대통령이나 당 지도부와의 화해가 사실상 물 건너 간 만큼 장외 여론전을 제외하고는 정치세력화를 구축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즉 재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전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는 ‘내부총질’ 텔레그램 메시지 노출 사건을 일컬어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라고 했고 윤핵관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윤 정부가 이들을 멀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비판이 물론 이 대표와 갈등 봉합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많다.



이 대표는 당분간 당이나 대통령과 거리를 두며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는 국민의힘 주류와 차별점을 둔 개혁보수의 길을 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과거 자유한국당과 새누리당의 모습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공정과 젠더, 차별, 약자에 대한 담론 등 미래 담론을 하나도 다루지 못하는 정치권이 어떻게 젊은층의 참여를 끌어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향후 개혁보수의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의 연대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 대표의 정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나 경찰의 수사 결론이 나오는 시점이다. 만약 성상납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이 대표의 예상외로 구속을 비롯한 강제수사로 전환되거나,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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