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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금리 3% 넘는 적금 나오자마자 완판…42일간 '34조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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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근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에 35조원 상당의 자금이 몰렸다. 상반기 유입된 자금보다 많다. 사진은 시중은행 AT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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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이후 은행권 정기 예ㆍ적금에 34조원 넘는 돈이 몰렸다. 주식 등 자산 시장으로 쏠렸던 자금이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이동하는 ‘역(逆)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예금 금리가 오르자 변동성 커진 주식 시장보다 은행에 돈을 맡겨두는 게 낫다는 인식이 커져서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정기적금 포함)은 지난 11일 기준 757조4278억원으로 나타났다. 6월 말(722조5602억)과 비교하면 42일 만에 34조8676억원 증가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정기 예ㆍ적금 증가액(32조5236억원)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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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과 증시 자금이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 11일 기준 661조3138억원으로 6월 말(709조9735억원)보다 48조6497억원 감소했다.

증시에선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71조7328억원이었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1일 54조787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예탁금은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긴 주식 매매 자금이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13조3160억원)은 1년 전(26조3378억원)과 비교하면 49% 줄었다.

정기예금에 돈이 몰린 데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져서다. 장기화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국내 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2일 2527.94에 장을 마감했다. 3000선에 근접했던 연초와 비교하면 15% 이상 하락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정기예금의 몸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에 걸쳐 연 2.25%까지 올렸다. 지난달엔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시중은행 예금 인상 보폭도 커지고 있다.

15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한 5대 시중은행(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농협은행)의 14개 정기예금 상품(1년 만기)의 기본 금리(평균)는 연 2.6%다. 1%대였던 6개월 전(연 1.33%)보다 1.27%포인트 올랐다. 여기에 급여ㆍ관리비 이체, 신용카드 사용 등 우대금리 혜택 요건을 끌어모으면 최고 연 3.6%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0.1%포인트라도 우대 금리를 챙길 수 있는 예ㆍ적금 특판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1조원 한도로 내놓은 ‘신한 S드림 정기예금’은 4거래일 만에 ‘완판(완전판매)’됐다. 최고금리 연 3.2%로 1인당 1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이었다.

농협은행이 선보인 ‘NH올원e예금’도 지난달 11일 0.4%포인트 추가 금리를 주는 특판 이벤트를 시작한 지 3주 만에 2조원 한도가 소진됐다. 우리은행은 이달 12일 연 최고금리 연 3.47%(1년 만기, 우대금리 포함)를 제공하는 특판 상품 ‘원(WON)플러스예금’을 내놓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높고, 한시적으로 판매되는 특판 상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그만큼 3% 초·중반 금리를 주는 예금 상품에 투자자의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정기예금에 자금이 몰릴 것으로 봤다. 금융교육 컨설팅사의 웰스에듀의 조재영 부사장은 “적어도 연말까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권) 예금 금리는 오를 수 있다”며 “앞으로 기준금리가 0.5~0.75%포인트 추가 인상된 후엔 만기가 2년 이상인 장기 예금 상품에 목돈을 묻어두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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