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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폭우에 2분 지각했다고 시말서 쓰는 '한국 직장인'…출퇴근 중 업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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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이유로 시말서 제출, 유급휴가 차감, 평가 반영

직장인 5명 중 1명, 출퇴근 중 업무 수행

아시아경제

비가 내린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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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군찬 인턴기자] 1분 남짓 지각했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제출하거나 유급휴가를 차감하는 등의 갑질·괴롭힘을 당하는 사례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5명 중 1명은 출퇴근 중에도 일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14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1분 남짓 지각해도 이를 빌미로 갑질·괴롭힘을 당하는 사례가 다수 접수됐다. 최근 내린 폭우 같은 자연재해에도 지각하면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8일 수도권에 폭우가 쏟아지자 공공기관 출근 시간을 오전 11시 이후로 조정하라고 발표했다. 민간기업에도 출근 시간 조정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정시 출근을 해야 했다.

직장인 A씨는 '2분 지각'으로 시말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A씨는 "폭우로 2분을 지각해 죄송하다고 인사하며 들어왔는데 상사가 놀러 다니냐고 소리를 지르면서 시말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지각은 직원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고 잦은 지각은 징계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지각을 이유로 시말서를 강요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각을 이유로 반차·연차 등 유급휴가를 차감하거나 평가에 반영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직장인 B씨는 "'지각 1회에 반차 차감, 2회에 월차 차감'한다는 회사 방침이 내려왔다"며 "법적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라고 했다. 직장인 C씨는 "대중교통 지연, 지문 인식 오류 등으로 1분이라도 지각하면 경위서를 작성해야 하고, 연말 평가에서도 인사에 반영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직장갑질119는 "지각, 조퇴, 결근은 해당 시간만큼 월급에서 공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지각 횟수로 연차를 차감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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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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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5명 중 1명은 출퇴근 시간에 업무 관련 일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 10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출퇴근과 관련해 설문한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5명 중 1명(20.4%)은 출퇴근길에서도 업무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직(17.3%)보다는 비정규직(25.0%) 근로자의 출퇴근 업무 비중이 더 높았고, 저연차급인 30대(27.0%)가 관리직급인 50대(16.5%)보다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사무직, 영업직 등 업종에 따라서는 출퇴근 시간에 고객 통화, 민원 처리 등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응답자들은 출퇴근 시간에 대한 보상이나 배려가 필요하다(65.2%)고 답했다. 보상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0대(71.4%)가 50대 이상(60.6%)보다 높았다. 생산직(73.3%)이 사무직(61.8%)보다, 일반사원(69.3%)이 관리직(53.8%)보다 보상이나 배려의 필요성에 더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코로나19 2년을 겪으면서 한국사회는 재택근무와 화상회의에 익숙해졌다"며 "이번 폭우 때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오후 출근 또는 재택근무를 허용했다면 직장인들이 2~3시간을 길거리에서 허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업무 효율이 더 올라가고 애사심도 커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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