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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대만 매출비중 두자릿수 '美반도체 5총사'…월가 "투자 주의" [월가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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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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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 과학법'이 지난 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공식 발효됐다. 핵심은 반도체 제조 능력에 대한 투자를 위해 527억달러의 연방보조금을 지원하고 2026년까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 법안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중장기적 투자를 장려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수요 측면에서 악재가 불거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지난달 말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올해 전 세계 반도체시장 성장률을 13.6%에서 7.4%로 하향 조정했다. 성장 둔화세가 지속되며 내년 반도체시장 매출이 2.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앞서 지난 6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3~4년에 한 번꼴로 반복되는 반도체 하방 사이클이 곧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텔, AMD, 엔비디아,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최근 시장 전망을 하회한 2분기 성적표를 받아 든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에 대해 잇달아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미국의 반도체법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역량 강화와 함께 중국 견제까지 노리고 있다. 법안은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대해 10년간 중국에서의 반도체 시설 투자를 제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이 추진 중인 칩4 동맹도 연장선에 있다. 수요 둔화 우려와 함께 미·중 갈등,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고조는 반도체 기업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중국군의 대만 봉쇄 훈련으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다음 날 반등하긴 했지만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2일 뉴욕증시에서 인텔, 퀄컴, 마이크론 등 반도체주 주가는 0.7~2%가량 떨어졌고 TSMC 주가는 2.4%, 대만 2위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UMC는 3% 하락했다. 미 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1% 하락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대만은 현재 전 세계 10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의 90% 이상(한국은 8%)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8대 무역국으로 양자 간 교역 규모는 114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이 중국 및 대만과 거래하는 교역량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교역량의 10배에 달한다.

대만을 둘러싼 군사 충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뿐 아니라 TSMC와 관련된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공급망 전체에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애플을 비롯해 AMD,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인텔 등이 TSMC의 주요 고객이다. 현재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엔비디아, AMD, 인텔 순으로 편입 비중이 높다. 또한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아직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중국시장에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주요 반도체 제조기업의 중국시장 매출 비중은 퀄컴 66%, 엔비디아 26%, 인텔 26%, AMD 24% 등으로 나타났다. 애플이 아이폰 생산의 약 90%를 중국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하면 미·중 갈등과 대만 정세는 아이폰 제조 기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는 대만 정세 변화에 직접 노출돼 있어 추가적인 긴장 고조에 특히 취약한 미국의 반도체 종목을 선별했다. 여기에는 매출의 20% 이상이 대만에서 발생하는 테라다인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그리고 램리서치와 마이크론, 인텔 등이 포함됐다. 배런스는 3가지 측면에서 해당 기업들이 대만 상황에 민감한 반도체 종목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현재 대만 매출 비중이 최소 15% 이상에 달하면서 수십 배의 높은 선행 주가수익비율(포워드 PER)로 거래되고 있으며, 올 들어 두 자릿수 수익률 하락에도 과거 가치에 비해 5% 이하로 저평가된 종목들이다.

이들 중 인텔, 마이크론 등 종합반도체 기업(IDM)과 파운드리 기업은 최근 통과된 반도체 법으로 미국이 자국 내 칩 생산을 강화함에 따라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다. 테라다인, 램리서치 등 장비업체들은 간접적인 수혜가 전망된다.

하지만 대만 정세로 인한 주가 변동성에는 유의해야 한다. 지난 6월 BoA는 테라다인에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통화정책, 소비 위축과 함께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을 이유로 투자 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글로벌 5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램리서치에 대해 "중요한 가격 재조정 시기가 올 수 있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대만에 생산라인이 집중돼 있는 TSMC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TSMC는 최근 미국과 일본에도 잇달아 공장을 세우기로 했지만 3나노 이하 최첨단 생산라인은 모두 타이난과 신주과학단지 등 자국에만 건설하고 있다. 또한 TSMC는 첨단 반도체 칩 생산에 있어 네덜란드 노광장비 회사 ASML과 긴밀하게 제휴하고 있다. 지난 3일 영국 시장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미스트의 마크 윌리엄스 아시아 수석은 투자 메모에서 "대만 유사사태 이전에 ASML은 핵심 인력을 대만 밖으로 철수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ASML은 10%가량 인력이 대만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들이 대만에서 빠져나가면 TSMC는 최첨단 칩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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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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