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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하루 멀다하고 당근에 명품가방·시계 올라오는데…세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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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고거래 그래픽 이미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0대 A씨는 여행용 캐리어 가방을 구입하기 위해 최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캐리어는 금세 지저분해지는 만큼 중고제품도 상관없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특정 판매자가 고가의 명품 캐리어를 비롯해 명품 가방과 명품 시계 등 백여 개의 명품 거래 게시물을 중고거래 앱에 올린 것을 확인했다.

A씨는 "대부분 미착용 제품인데다 영수증에 포장박스, 포장끈마저 갖춰 중고거래를 위해 완벽하게 준비한 느낌이었다"면서 "명품 수십개를 한번에 올리기도 해 일반 판매자는 아닌 듯한 의심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거래를 가장해 탈세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자 정부가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기업 등에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중고거래시장을 두고 '과세 사각지대'란 지적까지 나왔었는데 반복적인 중고 거래에 대해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내놓은 2022년 세제 개편안에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개정안의 부가가치세법상 판매·결제대행·중개 자료 제출 대상자에 '전자게시판을 운영해 재화·용역의 공급을 중개하는 자로서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사업자'가 추가되면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은 오는 2023년 7월 1일 이후부터 과세당국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자료를 내면 국세청장이 제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자료 제출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세당국은 앞으로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과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개인 간 거래로 위장한 사용자를 솎아내 중고거래로 위장한 탈세를 잡아낼 수 있게 된 셈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모든 사업자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부가가치세 10%를 신고하고 납부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사업자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고액의 물품을 반복적으로 판매하더라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중고거래,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에서 명품 제품은 물론 골드바로 1억원에 가까운 제품이 중고거래 게시물로 올라와 실제 6400만원 이상의 고액 거래가 이뤄진 것이 밝혀졌다.

국세청은 자료 제출 의무가 부과되면 구체적인 대상 사업자를 제도 시행일 전 고시에 담아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측은 "일시적으로 중고제품을 판매해 소득을 얻는 것은 사업으로 보지 않아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와 플랫폼 업체의 우려를 알고 있어 대다수의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는 지금처럼 중고 거래를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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