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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안치홍 1루 기용, 문제 없다"고? 레전드는 이미 경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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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안치홍의 포지션은 2루다. 올 시즌에도 2루수로 가장 많은 317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코로나 19 감염으로 1군 엔트리서 빠지기 전까지는 주로 1루를 맡았다. 제법 잘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분명 부삼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튼 롯데 감독은 안치홍의 1루수 기용이 큰 문제가 안된다고 단언했다. 공격력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겸을 밝힌 바 있다.

매일경제

2루 수비를 하고 있는 안치홍. 사진=김영구 기자


그러나 숫자는 반대로 가고 있었다. 안치홍은 1루수로 주로 나선 8월 월간 타율이 0.176에 불과했다. 1루수 영향이 아주 없었다고 하기 어려운 수치다.

국가대표 2루수 출신으로 레전드 반열에 오른 정근우도 1루 경험이 있다. 한화 시절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1루를 맡았던 적이 있다. 정근우도 당시에는 "타격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말 했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전문 1루수가 아니면 대단히 어려운 포지션이다. 전문 1루수가 아닌 선수가 1루수로 나서면 수비에 대한 부담이 대단히 커진다. 그 부담은 결국 타격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근우는 한 포털 사이트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에서 "1루수는 쉽게 생각되어지는 자리다. 주로 타격이 강한데 자리가 애매 할 경우 1루를 본다. 그러나 1루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니다. 포수 다음으로 많은 공을 받아야 하고, 판단도 해야한다. 그 판단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루수의 수비는 크게 부각되기 어렵다. 잡기만 하면 되는 자리라고 생각되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1루수의 수비가 부족 할 경우, 2루와 3루, 그리고 유격수의 불안감은 커진다. 특히나 경험치가 많지 않을경우, 그 불안의 강도는 더욱 세진다. 정확히 던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잡아야 하는 타구를 잡아주지 못했을때, 수비수들은 더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게 된다. 더 정확하게, 더 완벽하게, 그런 생각들은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수비수의 몸을 굳게 한다. 실책의 확률은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수비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진다면? 자연히 공격력도 약해진다. 그래서 수비가 기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공격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는 예상외의 답이 나오기도 한다. SK 와이번스 시절 박정권 선수가 1루를 볼 때,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어렵게 잡고, 어떻게던 1루 방향으로 던지면, 걷어내 줄거라는 믿음. 야수들이 그 믿음을 갖게 되면 움직이면 좋아진다. 잡는데만 신경을 쓰면 되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안치홍의 1루 전향을 보고 쓴 칼럼은 아니다. 안치홍이 1루수로 기용되기 전 썼던 글이다.

그러나 상황은 안치홍과 잘 맞아 떨어진다. 정근우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전문 1루수가 아닌 선수가 1루수로 나섰을 경우 팀 수비가 전반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안 그래도 수비 조직력이 떨어지는 롯데다. 안치홍의 1루 기용은 내야 수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1루수로 나서는 선수가 갖게 될 부담은 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 1루수가 아닌 선수를 1루수로 기용하는데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안치홍이 복귀한 뒤 다시 1루로 나가라고 한다면 그는 고개를 가로 젓지 않을 것이다.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치홍과 팀을 위해선 안치홍의 1루 기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안치홍이 제법 잘 버틴다고 해서 위험성이 내포된 포지션 변경을 선택하는 것은 옳은 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안치홍이 자신의 자리인 2루를 꾸준하게 지킬 수 있을 때, 롯데도 진정한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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