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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독자칼럼] 함께 사는 세상, 역지사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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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기후변화, 지속되는 코로나19, 전쟁, 물가 상승 등 다양한 상황이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어려움을 겪다 보니 점점 자신의 입장에서만 행동하려는 경향이 표출되고 있는 거 같아 우려된다.

최근 아파트 주차장에 대형 텐트를 설치해 주변 사람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기사가 소개된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아파트 공용공간에 간이 수영장을 만들어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사례도 있었다. 이외에도 함께 살아가야 하는 구성원들 간의 사소한 마찰과 불편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지천한(不知天寒)'이라는 말이 있다. 이 사자성어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지내던 왕은 신하에게 이번 겨울은 그리 춥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겨울은 백성들에게 추위와 배고픔으로 어려움이 많은 계절임을 알고 있던 한 신하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옛날 어진 임금은 자신의 배가 부르면 백성의 배고픔을 생각하고, 따뜻한 옷을 입으면 백성이 춥지는 않을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부지천한'의 의미는 날씨가 추운데 그 추위를 내가 모를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그 기준으로 행동하게 된다면 자신에게는 별일이 아닐 수 있는 것들이 사회 구성원을 소외시킬 수도 있고 때로는 상대에게는 큰 상처와 피해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꼭 지켜야 할 규범이 있고 이것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다양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모든 것이 시스템에 딱 맞아 원활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즉 모든 사회적 갈등과 문제가 사회적 제도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난 2~3년간 우리는 많은 새로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당 기간 지속돼온 코로나19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지쳐가고 있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하루하루를 어렵고 힘겹게 이겨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상대방의 환경과 상황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까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간다면 앞으로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나에게는 즐거움이고 편리함일 수 있지만 그 즐거움으로 누군가가 피해를 받을 수 있고 누군가는 아픔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가 서로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미소 지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양승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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