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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 번 쓰고 버린 '빚 탕감' 정책?... 23조 사업, 백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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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빚 탕감' 정책 집중 해부]
과거 사업 4번인데 사후 데이터 관리 부실
연령·상환액·채무감면율 자료 삭제·부정확
캠코 "당시엔 가치 인식 못해… 현재 개선"
한국일보

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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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에서 18년간 추진해 온 서민채무지원 정책 관련 기초 자료들이 삭제되는 등 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 흔한 백서조차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입한 채권 규모만 총 23조 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들이다.

청산 1년 넘도록 백서조차 안 나와


서민채무지원 정책은 과거 정부에서 총 4차례 실시됐다. 노무현 정부는 카드 사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4년과 2005년 각각 한마음금융·희망모아를 내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각각 2008년과 2013년 가계부채 위기 등을 해결하기 위해 신용회복기금·국민행복기금을 출범시켰다. 현재 국민행복기금만 운영되고 다른 사업은 모두 종료됐다.

사업이 끝난 정책 3가지 중 백서가 나온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한마음금융·희망모아는 2020년 12월 청산됐고, 신용회복기금은 2013년 국민행복기금으로 통합됐다. 청산 또는 통합 후 기간으로 따지면, 신용회복기금은 9년, 한마음금융·희망모아는 1년 8개월이나 지났지만 백서 발간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캠코가 그간 백서를 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캠코는 1997년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설치된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정리하면서 2013년 청산일에 맞춰 백서를 출간한 바 있다.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이번 백서 발간이 경제위기 극복 역사에 대한 성찰과 함께 미래의 새로운 경제·금융 환경에 참고할 수 있는 유익한 자료로 남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백서는 왜 만들어지지 못했을까


한국일보 취재 결과, 백서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데이터 관리 부실로 밝혀졌다. 한마음금융·희망모아는 2017년부터 청산 절차에 돌입했는데, 청산 자료가 캠코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채무 조정 약정자 관련 자료들이 대거 소실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 해당 정책에 대해선 △연령 △다중채무 상태 △월평균 상환액 △연체 횟수 △중도탈락자 수 등과 관련된 정확한 통계조차 뽑을 수 없는 상태다.

신용회복기금은 더 심각하다. 한마음금융·희망모아는 일부 자료라도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신용회복기금은 △완제율(채무를 완전히 갚은 비율) △연소득 △채권액 △완제자 수 △채무감면율 등 향후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자료도 마련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재 캠코에서는 단 한 명의 직원이 해당 데이터의 사후 관리를 여러 업무 중 하나로 취급하고 있다.

23조 넘게 든 사업인데… 연구 어려워


물론 백서를 만들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그러나 현재 출범을 앞둔 새출발기금처럼 서민채무지원 정책이 출범 때마다 '도덕적 해이' 등 각종 논란에 시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결과를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아울러 매입한 채권(액면가) 규모만 23조2,000억 원에 달했던 사업들이 향후 비슷한 정책 마련을 위한 연구 자료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국가적 손실이다. 김 전 총리의 발언을 빗대면 '역사에 대한 성찰과 미래의 경제·금융 환경에 참고할 유익한 자료가 아예 사라진 셈'이다.

박정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전히 논란이 되는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한 극복 방안을 새롭게 찾을 게 아니라 기존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서민채무지원 정책이 일회성 '빚 탕감'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완제율 개선 등을 위해 기존 정책을 보완·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캠코는 자료 소실 등 관리 소홀 책임을 인정했다. 캠코는 "한마음금융·희망모아는 채무자 개인보다 금융회사 건전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 관련 정보를 챙기지 못했다"며 "신용정보법에 따라 완제된 차주의 데이터를 삭제했고, 당시엔 연구 자료로서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캠코는 "2013년 이후부터는 관련 데이터를 축적한 종합채무조정자지수를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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