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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尹면전서 쓴소리 던졌던 그 "'이재명 아니면 돼' 민심 착각 말라" [대통령 취임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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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1년 6월 29일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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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위기의 순간마다 초심(初心)을 꺼내 들었다. 대선을 63일 앞둔 1월 5일, 지지율 난조 등으로 코너에 몰려 선거대책위원회를 전면 해체했을 때 윤 대통령은 “국민이 기대했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며 초심을 강조했다.

20%대로 주저앉은 국정 지지율로 대통령실이 뒤숭숭했던 지난 8일 휴가를 마친 윤 대통령이 꺼낸 말도 초심이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제가 국민에게 해야 할 일은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휴가 기간에 다지게 됐다”며 “지난 선거 과정, 인수위, 취임 이후 과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왜 초심을 강조했을까. 대선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정치 초년생’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전후로 다양한 국민과 만났다”며 “이들을 만나면서 다짐했던 초심을 윤 대통령이 어려울 때마다 되새기는 것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17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 대통령은 여전히 지지율 위기에 빠져 있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희망과 기대를 전달했던 이들은 대통령의 100일을 어떤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을까. 윤 대통령의 여정에 동행한 10인에게 ‘윤석열의 100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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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4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토크쇼 '쓴소리 라이브 신장개업'에 깜짝 참석해 윤희숙 전 의원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오른쪽이 서양철학자 노정태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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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자인 노정태(39)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윤희숙 전 의원이 기획한 ‘쓴소리 간담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면전에서 “가진 것 없는 ‘흙수저’가 열광하기엔 솔직히 윤 후보는 거리감이 있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15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대선 당시 윤 후보를 찍은 사람들은 ‘이재명만 아니면 다 돼”라고 했지만,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며 “그런데 윤 정부는 ‘우린 이재명 아니니까 됐다’고 착각을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뚝심과 배짱, 자기 확신이 윤 대통령의 강점인 만큼 위기 상황에서 과감한 개혁으로 향후 20년, 30년 뒤의 국가 포석을 까는 대통령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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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운경 네모선장 대표.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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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출신 자영업자인 함운경(58) 네모선장 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 부름으로 단기간에 당선된 만큼 아무래도 준비가 덜 돼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1985년 서울 미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했던 함 대표는 지난해 12월 22일 윤 후보와 전북 군산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을 비판하는 대화를 나눴다. 함씨는 “부족하더라도 점차 자리를 잡고 손발을 맞추다 보면 더 나아질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포용력 있는 사람이니 국민에게 품이 넓은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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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신년 기자회견 중 한은희 수어통역사(왼쪽)가 윤 후보의 말과 제스쳐를 수화로 옮기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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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곁에서 수어 통역을 맡았던 수어통역사 한은희(56)씨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도 수어 통역을 하는 모습을 보고 향후 대통령실 브리핑에서도 수어 통역이 제공되길 기대했지만 실현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한씨는 “대통령이 소통을 중시하는 분이고, 수어 통역도 곧 소통인 만큼 개선되길 기대한다”며 “5년 뒤엔 서민을 위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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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6일 대선 출마에 나선 윤석열 후보(전 검찰총장)가 6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어은동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을 만나 탈원전 정책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모습. 김지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과, 카이스트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조재완씨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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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6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윤 후보와 간담회를 했던 이들은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을 호평하면서도 한마디씩 보탰다. 김지희(35)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탈원전 폐기 정책은 만족스럽고, 각 부처가 낸 방안보다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도 시의적절했다”며 “다만 인사를 할 때 분야별로 조금 더 전문적인 사람을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조재완(32)씨는 “탈원전에서 비롯된 문제를 느리지만 차근차근 해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다만 시민 불안이 큰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 등 장기 비전이 다소 미흡해 앞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제, 노동 분야 전문가들과도 활발하게 만났다. 권순우(61)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은 지난해 5월 8일 윤 후보와 만나 자영업자 문제를 토론했다. 권 원장은 “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을 바로잡는 것은 방향성을 잘 잡은 것 같다”며 “다만 정책을 실제로 펼쳐나가는 부분에서는 다소 혼선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 문제의 경우 미봉적 대응 수준의 ‘자영업 대책’이 아닌 자영업 정책을 마련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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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승국(65)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4월 11일 노동 정책에 관해 윤 후보와 이야기를 나눴다. 정 교수는 “대통령이 노동 개혁 과제에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까지 포함하도록 지시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다만 정책을 본격 실행하기 전에 지지율이 떨어진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비정규직 문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보인 만큼 향후 노동 개혁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만났던 20대 청년들도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7월 8일 윤 대통령의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 참석했던 장지호(25) 닥터나우 대표는 “정부의 규제 혁신 메시지가 스타트업 산업 현장에는 큰 힘이 됐다”며 “향후 윤 대통령의 임기 내에 얼마나 많은 유니콘 기업이 발굴되고, 현장 맞춤형 규제 혁신이 이뤄지는 지가 성공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캠프에서 청년보좌역을 지낸 한우성(27)씨는 “윤 대통령이 정치 경험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는 조금 어색하거나 불안정한 부분도 있었다”며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체계를 잡아가려고 노력한 100일이었다”고 평가했다. 한씨는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주변에 귀를 잘 기울이고 제언을 잘 받아들이던 리더였다”며 “윤 정부의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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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9일 전 검찰총장 신분이던 윤 대통령이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해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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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로스쿨 교수의 부친인 이종찬(86) 전 국정원장은 “윤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잘했다”며 “솔직한 스타일인 대통령의 어법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 같은데, 대통령 스스로 고민을 하면서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이 어깨에 많은 짐을 지고 임기를 시작했는데, 잘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손국희ㆍ박태인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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