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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中 서해 124도에 멋대로 경계선… 올 100여차례 군사훈련, 영해화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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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3연임 앞두고 30% 늘어… 자국 영해화 시도

서해 동경 124도에 멋대로 경계선

훈련 통해 실효적 통제 명분 쌓고

韓·美 해상연합작전 견제 의도도

北이 용인해준 동경 124도 확정땐

中이 서해 바다 70% 관할하게 돼

중국이 올 들어 지금까지 보하이해를 비롯한 서해 지역에서 100회 이상의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77건)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서해에서의 제해권(制海權)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본지가 서해와 보하이해를 관할하는 중국 랴오닝, 산둥, 톈진, 롄윈강 해사국이 홈페이지에 올린 군사 활동 관련 항행(航行) 금지 공고를 확인한 결과, 중국 당국이 15일까지 ‘군사훈련’ ‘실탄사격’으로 예고한 것이 총 100회에 달했다. 이 중 25회는 실탄사격 훈련이었다. 실제 해상 순찰 등을 포함한 훈련 횟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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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은 자국의 ‘작전 경계’라고 주장하는 서해 동경 124도 인근 해역에서도 훈련을 실시했다. 산둥 해사국은 지난 3월 20일 동경 124도를 동쪽 경계로 하는 해상에 대해 실탄사격을 하겠다며 항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했다. 이 일대는 국제법상 공해(公海)다. 하지만 중국군은 동경 124도선 인근에 부표를 설치하거나, 한국 함정이 124도 서쪽으로 이동하면 자신들의 작전 구역에서 나가라고 하는 방식으로 경고해왔다.

중국군의 서해상 훈련 확대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향후 한국과 서해 해상 경계선 획정에 대비해 ‘실효적 통제’라는 명분을 쌓고, 한·미 해상 연합작전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중국은 시 주석 집권 이후 미사일 타격 능력을 비롯해 해군, 공군력을 강화하며 기존 연안 방어에서 벗어나 미군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반접근, 지역 거부’ 전략을 발전시켜 왔다.

중국군의 서해 훈련 확대에는 동경 124도선 서쪽을 자신의 영유권으로 확보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2013년 우성리 당시 중국 해군 사령원(사령관)은 중국을 방문한 최윤희 당시 해군참모총장에게 “대한민국 해군 함정은 절대로 동경 124도 서쪽으로 넘어와 작전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최 총장은 해당 지역은 국제법상 공해이고, 북한 간첩선의 우회 침투를 막기 위해 탐색 작전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에도 중국군 군함은 동경 123~124도에 대한 정찰과 훈련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해사국에 따르면 중국은 올 들어 동경 123~124도에서 총 6차례에 걸쳐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한다고 예고했다. 지난 3월 20일에는 동경 123~124도 사이, 서울 면적의 12배에 해당하는 지역을 14시간 항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했다.

중국이 동경 124도선 인근에 대한 실효적인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은 124도선에 대한 중국의 주장이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1962년 당시 김일성 북한 주석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서명한 변계(邊界) 조약은 압록강 하구 동경 124도 10분 6초를 북한과 중국 사이의 서해 영해 경계선 기점으로 정했다. 이 조약은 서해 전체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지만, 중국은 동경 124도를 잠정적 ‘해양 경계선’으로 사용해 왔다.

한·중은 현재까지 서해 해상 경계를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동경 124도선이 경계선으로 굳어질 경우 서해의 70%는 중국 관할이 된다. 윤석열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중 간 갈등이 계속 커진다면 중국은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후, 내년쯤 124도선 문제를 표면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해와 보하이해 일대의 훈련 확대는 이 일대를 관할하는 북부전구의 전투력 강화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 주석은 ‘강군몽(夢)’을 내세우며 중국군 현대화와 전력 강화에 힘써왔다. 랴오닝 항모 전단을 보유한 북부전구는 최근 항모, 잠수함, 폭격기 등을 동원한 해상 훈련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경 124도

한·중이 아직 서해 해상 경계선을 획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군이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경계선. 중국은 1962년 북한과 체결한 국경조약에서 압록강 하구 동경 124도 10분 6초를 양측 경계로 삼았는데, 중국은 이를 남쪽으로 연장해 동경 124도를 북한과의 잠정적 ‘해양 경계선’으로 활용해 왔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이를 관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경 124도를 경계로 하면 서해 70% 이상이 중국 관할로 들어가기에 우리 정부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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