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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고유환 "북미수교가 北문제 해결의 정공법…美 설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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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습니다①]통일연구원장 인터뷰

"尹대통령 '담대한 구상'은 과감한 제안"

"비핵화 초기협상서 `제재면제` `경제지원` 한다는 것"

우크라 전쟁으로 北 위축.."북미관계 정상화만이 해법"

북한 비핵화, 경제·민생·정치·군사적 상응조치와 연계해야

이데일리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이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비핵화 초기협상 과정에서 `제재 면제`와 `경제지원 조치`를 적극 강구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고유환(사진) 통일연구원장은 1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앞서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윤 대통령은 ‘담대한 구상’이라는 대북 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 북한이 비핵화로 전환 시, 식량·의료 지원 등 6개 분야에서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전략이다. 담대한 구상은 경제 협력뿐 아니라 정치·군사 분야까지 세 가지 축을 포함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고 원장은 “비핵화 진정성만 확인되면, 비핵화 초기 단계에서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우선으로 여기는 `체제 안전`에 대한 보장안이 발표에 빠지면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체제 안전에 대한 담보가 필수적이다. 향후 정부가 후속 발표를 통해 체제 안전과 관련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게 관건이다.

고 원장은 “담대한 구상의 실현을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를 경제·민생·정치·군사적 상응조치와 연계해 단계별로 교환 수순(sequence)을 한미가 조율해 만들고 북한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고 원장은 ‘담대한 구상’의 완성을 위해선 정상적인 절차를 건너뛴 과감한 방법으로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를 설득해 북미 수교를 통한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렵게 꼬여 있는 문제를 일일이 풀기보다는 가장 본질적인 북미관계 정상화를 먼저 해결하고 다른 문제를 푸는 게 현실적이란 얘기다.

고 원장은 “그 예로서 한중 관계를 볼 필요가 있다. 1992년도 한중 수교를 할 때 한중은 한국전쟁 때 교전 당사국이었지만 평화협정을 맺지 않았고 바로 수교했다. 지금 수교한 지 30년이 됐고 한중관계는 많이 발전했다”며 “북미 사이도 수교를 통해 돌파하는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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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이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다음은 고 원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평가한다면.

△평화를 가장 상위의 가치에 두고 거기에 입각해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 문제를 교환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했다. 베트남 하노이까지 가는 과정에서 이 교환 프로세스가 잘 진행되다가,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지금까지 교착 국면이다. 북한이 원하는 평화체제 문제와 제재 해제 및 미국의 대북 적대시 철회 등에 대해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하노이까지 가는 과정은 비교적 순탄했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담대한 구상’을 추진한다고 했는데.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평화·비핵 교환 프로세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전 정부는 ‘평화우선주의’에 따라 북한이 우려하는 안전보장 문제에 우선순위를 뒀고 그 다음에 비핵화를 연계해 교환하자는 입장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비핵화 진전에 따라 경제 문제와 안보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겠다는 생각이다. 내용적으로 봐서는 대북 원칙이나 주요 정책 기조가 (이전 정부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그걸 추진하는 전략적 수순은 다를 수 있다. 대북 정책은 단계별 동시행동 및 상호주의 원칙 등에 따라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하고 교환 프로세스의 이행 로드맵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담대한 구상`이 MB정부의 `비핵 개방 3000`과 다르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비핵화 초기협상 과정에서 `제재 면제`와 `경제지원 조치`를 적극 강구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와 다른 점은 ‘선 비핵화’ 요구가 아니라, 비핵화 진정성만 확인되면 비핵화 초기 단계에서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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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이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북한이 최우선으로 여기는 ‘체제 안전 보장’ 얘기가 없었다.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하려면 체제 안전에 대한 담보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에는 ‘담대한 구상’의 초기 조치에 대한 부분만 공개했다. 정치·군사적 상응조치와 관련한 내용은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고 협상이 진행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는 ‘담대한 구상’의 초점을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두고 있지만, 북한은 핵개발의 동기를 북미 적대관계에서 찾고 있기에 체제 안전 보장과 관련한 한미의 담대한 구상이 무엇인지 궁금해 할 것이다. 이전 협상에서도 비핵화 이후 ‘밝은 미래’를 보장하겠다는 유인을 제시했지만 호응하지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한다면.

△담대한 구상의 실현을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를 경제·민생·정치·군사적 상응조치와 연계해 단계별 교환 수순을 한미가 조율해 만들고 북한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대북 정책은 수십 년 간 다뤄온 문제다.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는 다 나왔다. 많은 유인책을 제시한다고 해서 북한이 덥석 받을 상황도 아니다.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기 때문에 핵을 포기해도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담대한 계획을 제시한다 해도 그 이후에 어떻게 담보하겠느냐는 것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리비아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본 북한이 안전보장을 가장 우선 순위로 두고 있어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종전선언과 같은 정치선언보다는 실질적인 신뢰회복과 관계개선을 위한 북미 관계정상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예로서 한중 관계를 봐야 한다. 1992년도 한중 수교를 할 때 한중은 한국전쟁 때 교전 당사국이었지만 평화협정을 맺지 않고 바로 수교했다. 지금 수교한 지 30년이 됐고 한중관계는 많이 발전했다. 북미 사이도 수교를 통해 돌파하는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한다. 복잡한 문제를 뒤로 하고 관계 정상화부터 먼저 하고 신뢰를 쌓으면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업무보고 한 내용이나 평소 입장에 비춰 보면 ‘대북 정책 이어달리기’ 입장은 아주 좋은 것이라 본다. 역대 정부가 새로운 시도를 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3대째 세습으로 이어진 북한은 유일 체제, 수령 체제 아래 대남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진보정부와 보수정부가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바뀌지 않는 북한을 상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달라진 북한을 제대로 봐야 한다. 외교 정책, 국방 정책과 연계해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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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이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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