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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공정위-네이버 행정소송 중인데, 檢 2년 만에 '갑툭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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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전문가 "중기부 '의무고발요청'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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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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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이 네이버(NAVER)를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년 9월 제재한 사건이 2년 후 또다시 검찰의 표적이 되어서인데 재계에서도 기업의 경영안정성을 해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더욱이 당시 공정위는 "위법성이 중대하지 않다"며 검찰 고발을 하지 않았는데, 중소기업벤처부가 뒤늦게 의무고발요청을 하면서 검찰의 '뒷북' 수사가 시작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공조부)는 지난 12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네이버가 2015~2017년 부동산 정보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카카오 등 경쟁사에 매물정보를 넘기지 못하도록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을 넣어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2020년 네이버에 시정명령과 10억3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검찰에 고발하진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중기부가 돌연 공정위에 네이버에 대한 의무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견제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된 제도로, 중기부·감사원·조달청이 요청하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기업들은 "사실상 이중규제"라고 반발한다.


영업비밀도 경쟁사랑 공유해야 하나…네이버 '억울'

더욱이 네이버는 공정위 제재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제3자 제공을 금지한 매물정보는 부동산중개업체가 보유한 일반정보가 아니라, 네이버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확인)매물검증시스템을 거친 확인매물정보로 일종의 '영업자산'이라는 주장이다. 네이버는 허위매물을 줄이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매물 존재·거래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었다.

당시 네이버는 "카카오에서 네이버의 확인매물정보를 아무 비용이나 노력 없이 이용하려고 해 무임승차를 막고 지식재산권을 보호받기 위해 관련 조항을 넣었다"라며 "금지 조항을 넣기 전에 카카오에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매물검증센터에서 카카오로 전달되는 별도 시스템을 직접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전달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때문에 IT업계에선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무리수'라는 의견이 팽배했다. 이런 사안에 검찰까지 나서는 건 수사력 낭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포털 길들이기 의혹까지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조부가 기업들에 대한 기소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어 추가 자료 확보 차원에서 네이버를 압수수색 한 게 아닐까 싶다"며 "국가 권력이 낭비되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중기부 '뒷북'·'깜깜이' 의무고발요청 손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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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소벤처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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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의무고발요청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기부가 '깜깜이'식으로 뒷북 의무고발을 남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공정위가 행정제재로 충분하다고 판단해 종결한 사건이 의무고발요청으로 형사처벌될 경우 자칫 국민과 기업들에 혼선을 줄 뿐 아니라, 공정위 법 집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4~2018년 연평균 3.4회에 그쳤던 중기부 의무고발요청건수는 2019~2021년 9.7건으로 3배 급증했다. 중기부는 위반기업으로부터 소명의견 등을 받고 심의위원회를 열어 고발요청을 결정하지만, 위원 구성이나 의결서 등은 공개하지 않아 전문적인 판단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네이버 고발요청 사유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 중소 부동산 정보업체에 피해를 주었다"고 짧게 밝혔을 뿐이다.

이에 대해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은 범죄 고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형사 처벌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라며 "또 중기부는 공정거래법과는 다른 시각으로 사안에 접근하기 때문에 의무고발요청제 자체가 공정거래법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의무고발요청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 중기부 고발 요청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기부가 전문가적 식견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형사처벌은 행정제재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라며 "공정위는 준사법적 절차에 의해 전문가가 상당히 오랜 변론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리는데, 중기부에 그에 비견할만한 절차와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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