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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전문가들 “8·16 대책, 민간 위주 주택 공급 확대 방향은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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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활성화, 도심공급 확대 '긍정적'…구체적 이행방안 필요해

세계일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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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6일 내놓은 '5년간 주택 270만가구 공급' 계획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간 위주의 공급 전환은 바람직하지만, 결국 실현 여부가 관건"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발표한 공급대책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도심복합사업 유형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유형의 공급 대책을 통해 선호도가 높은 도심지에 대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직전 정부가 수도권 외곽 신도시 위주의 공급대책을 펼쳤다면 현 정부에선는 민간 위주의 공급 확대로 도심지 주택을 공급을 늘리는 것도 차이점이다.

이 때문에 "민간 위주의 주택공급 방식이 망라된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 도심복합사업 추진, 통합심의를 통한 민간 주택 공급절차 단축 등 민간 부문의 공급 확대에 대한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충분한 주택공급을 통해 시장의 집값 불안 우려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 집'으로 총 50만가구 공급이 현실화하면 2030 세대의 '영끌 매수'도 줄면서 청약 수요로 전환될 것"이라며 "이번 대책이 젊은층의 주거불안 심리를 완화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선 공급 대책에 대한 청사진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심복합사업, 주택공급촉진지구 도입 등 새로운 유형의 공급 방식을 제시했지만 아직 민간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대표는 "일단 구시대적 신도시 위주의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도심·민간 위주로의 사업 전환은 바람직하지만 과연 시장에서 작동할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며 "민간이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 등 유인책을 서둘러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재건축·재개발을 희망하는 정비사업 예정지들은 구역 지정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간 중단됐던 정비사업이 재개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안을 기대했던 기존 재건축 조합들은 정부안에 대한 실망이 큰 분위기다.

구체적인 세부 감면안이 공개되지 않은데다 부담금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권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실제 감면 폭에 따라 사업의 명운이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이 수억원에 달하는데 면제 금액을 1억원으로 상향하고, 부과율 구간을 확대하는 수준에서 과연 부담금이 얼마나 낮아질지 의문"이라며 "어설픈 감면안은 재건축 사업을 오히려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담금 1억원 이하 단지는 이번에 부과 면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부담액이 적어 체감도가 떨어지는 반면 부담이 큰 단지에서는 자칫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재건축 부담금은 지금까지 '안 내도 되는 세금'으로 여겨져 왔는데 이번에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앞으로는 반드시 내야 할 세금으로 상황이 바뀌는 것"이라며 "재건축 단지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이번 재건축 부담금 부과안이 확정돼 실제 부과가 시작되면 예상되는 부담금만큼 아파트값이 하락할 수 있고, 이는 재건축 사업을 더 얼어붙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주택자에 대해 부담금을 추가로 감면해주는 방안과 관련해선 "감면폭에 따라 다주택자의 1주택 전환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 평가가 있는 반면 "오랜 기간 재건축 사업이 지속되면 다른 집을 구매해 2주택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1주택자에게만 감면혜택을 주면 조합원간 갈등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만 재건축 부담금 손질은 정부안이 확정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국회 통과 여부가 관건이다.

국회 절대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재건축 부담금 감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J&K 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도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에는 서두를 것 같았지만 지금은 2024년에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고 하는데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라며 "재건축, 리모델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1기 신도시의 일부 단지는 혼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 발표에도 주택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매머드급 공급계획에 시중 금리까지 치솟아 주택시장은 거래절벽과 가격하락이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앞으로 정비사업이 새로 추진되는 곳이나 용적률 인센티브가 주어질 도심복합사업단지, 준공업지역 등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투자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부동산114 임병철 리서치 팀장은 "재건축 부담금과 안전진단 제도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 일부나 양천, 노원구 등지의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앞으로 정부 발표안에 따라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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