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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탐정소설 『사라진 숲의 아이들』 손보미 “재미있게, 중요한 비밀을 파헤쳐 가는 또 하나의 장편” [김용출의 문학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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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싫구나, 책이나 읽을까. 팬데믹이 터지기 전인 2017, 8년경. 소설가 손보미는 경희대 중앙도서관에서 별생각 없이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도서관을 다니며 곧장 소설을 써오던 그였다. 책은 윤충로씨가 쓴 『베트남전쟁의 한국 사회사』였다.

책에는 베트남에 다녀온 군인이나 노동자들의 구술이 담겨 있었다. 특히 한진에서 베트남에 파견한 노동자들이 한진빌딩을 점거한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월남에서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고 귀국한 이들은 한진빌딩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고 결국 많은 이들이 감옥에 가야 했다니. 사건을 기록한 기사들은 많았다.

아무리 태어나기 전의 일이라지만, 어떻게 전혀 모를 수 있지? 깜짝 놀랐다. 베트남전쟁에 무지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아무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지? 전쟁에 참전했거나 다녀온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언젠가 이 사건을 소설로 그리겠다고 그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로부터 2, 3년 후. 장편소설 연재를 준비하던 그는 휴대폰 메모장을 살펴봤다. 뭘 쓸까. 떠오르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재미있다 싶으면 꿈까지도 자다가 메모장에 적어놓던 그였다. 메모 가운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부모가 누군지 몰라서 불안한 사람, 자신이 어떤 병력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서 불안해하는 사람.’ 부모를 모른다면, 자신의 병이나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알 수 없겠지. 자신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써보자. 메모장에는 꿈 이야기도 있었다. ‘어떤 남자가 가스 라이팅을 해서 청소년들에게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든다.’

베트남에 파견됐다가 돌아온 노동자와,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 불안해하는 사람과, 청소년들을 가스 라이팅하는 남자. 2020년, 그는 3개의 아이디어를 엮어서 사회파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방송국 피디와 형사가 등장해 살인 사건의 배후를 쫓는 소설가 손보미의 첫 사회파 탐정소설 『사라진 숲의 아이들』(안온북스)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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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0대 청소년이 함께 어울리던 또래를 잔인하게 죽이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입양아 출신으로 범죄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국 피디 유형은 동료의 부정을 파헤쳤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40대 여형사 경언과 공조해 함께 진실 추적에 나선다. 그들에게 주어진 단서는 ‘꽃이 피어 있는 을지로의 숲’에 가보라는 다른 청소년의 조언뿐. 두 여성은 사건 기록을 살피고 시간을 재구성할수록 알지 못한 진실이 숨어 있음을 예감한다. 여기에 유형의 상사인 영민이 얽히고설키면서 사건의 진실은 더욱 복잡해져 가는데.

본격 문학으로 올해 이상문학상을 비롯해 젊은작가상과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손보미 작가는 왜 사회파 탐정소설, 이른바 장르물을 써야 했을까. 그의 작가적 여정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손 작가를 지난 9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첫 탐정소설이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셜록 홈즈나 애거사 크리스트처럼 본격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추리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기에 그 과정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누가 언제 무엇을 했고, 누가 누구를 만났으며, 전화는 언제 왔는지 등 세세한 항목을 맞추는 게 힘들었다. 나중에 출판사 편집부에서 사건 타임라인을 보내줘서 맞지 않는 내용을 고쳤다. 세세한 항목을 다 맞추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노트에 체크하며 작업했는데도, 고칠 게 계속 나오더라. 마지막까지 고쳤다.”

―사건을 해결하는 여형사 경언은 어떻게 탄생했나.

“2017년 엔솔로지 작품집에 조직에서 밀려난 여자 경찰이 누명을 벗기 위해서 분투하는 내용을 그린 탐정소설 「이방인」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조직에서 따돌림 당하는 여자 경찰 경언은 여기에서 나온 것 같다. 다만 「이방인」에서는 젊은 여성이었지만, 이번 소설에선 다소 곰처럼 보이기도 하고 호랑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인물, 일을 할 때는 무섭고 철저하지만 평상시에는 수더분한 여성,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않고 약간 퉁명스럽게 대하는 경찰을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빵을 아주 좋아해 특이했다) 처음에는 빵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유형이 경언에 접근하지 못해서 빵을 사러 갈 때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빵을 사서 갖다 주면 경언이 일을 하지 않을까. 그때 빵을 좋아하는 경언의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사실은 제가 빵을 되게 좋아한다.”

유형이 진실 찾기에 함께 나서주길 바라면서 경찰서로 찾아가 경언을 대면하는 다음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할 만하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녀는 자연스럽고 약간은 뻔뻔하게, 마치 부탁받은 음식을 배달해준다는 태도로 커피가 담긴 캐리어와 빵 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형사는 고개를 돌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며 눈짓으로 빵 봉투를 가리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윽고 형사가 빵 봉투를 살짝 열어보았다. 그리고는 빵들을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기분을 거스른 걸까? 너무 볼품없는 뇌물이어서 역효과가 난 것일까? 잠시 후 다시 빵을 봉투 안에 집어넣는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저렇게 재빨리 움직일 수도 있구나. 몸을 움직인 탓에 여자의 목에 걸린 명찰이 뒤집혔다. 경찰청 소속 진경언. 진 형사는 손을 말아 쥐고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나 참 어이가 없네.’ 진 형사는 한 번 더 말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정말 어이가 없어.’ 그러고는 내뱉듯이 말을 툭 던졌다. ‘그러니까, 내게서 뭘 원하는 겁니까? 채유형 피디님.’”(48-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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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과 관련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제일 어려웠다. 왜냐하면 우리가 베트남전쟁에 참가한 것도, 베트남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도, 베트남전에 참여했다가 돌아온 사람들의 고통이 있었다는 것도, 파견 노동자들 역시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했다는 것도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다. 선과 악으로 쉽게 나눌 수는 없다. 다만 소설을 읽고 현대사 속에서 베트남전쟁이 지니는 의미 같은 것을 조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소설에는 유형과 경언이 참전용사 모임에서 할머니를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초고에는 없었지만 나중에 추가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으로 좀 나아가는 이야기가 됐다.”

―문체에선 화자나 인물이 자신의 생각이나 심리를 자주 드러내는 게 인상적이다.

“옛날부터 어떤 상황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으로 인물이 느끼고 있는 생각과 심리를 드러내는 글쓰기를 좋아했다. 어떤 인물이 A라는 상황에 처했으면 A라고 생각해야 될 것 같은데, B라고 엉뚱한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재미있다. 예를 들면, 단편소설 「불장난」에서, 사람들은 주인공이 엄마 아빠가 이혼하고 나서 이혼 때문에 당혹스럽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주인공은 오히려 책을 사주지 않은 것에 더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아마 장편 『디어 랄프 로렌』을 쓰고 난 후에 더 심해진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선 이와 함께 전화 통화를 이용한 빠른 장면 전환, 많은 기사와 사진 등의 활용한 사건의 전개 등도 두드러진다.

―본격 문학 입장에서 보면 장르물을 본격적으로 쓴 셈인데.

“너, 도대체 뭘 쓴 거야? 친구들이 조금 놀라긴 하더라. 이번 장편소설은 본격 추리소설이나 탐정소설은 아니다. 제가 했던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첫 장편 『디어 랄프 로렌』은 주인공이 랄프 로렌의 행적을 추적하는 형식의 작품이고, 『작은 동네』도 여주인공이 자신의 과거 비밀을 밝혀나가는 내용이다. 중편 『우연의 신』 역시 사건 조사원이 나와서 어떤 사건을 추적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저는 중요한 비밀이 있고 이 비밀을 파헤쳐 가는 게 장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은 이런 특성을 조금 더 본격적이고 직접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이런 것 써야 해, 저런 걸 써야 해, 하는 것보다, 관심이 있고 재미있게 쓸 수 있고 적절한 형식이 있다면 쓰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앞으로 여력이 되면 경언과 유형이 나오는 소설을, 더 여력이 된다면 법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한 번 써보고 싶다.”

요컨대, 손보미의 이번 사회파 탐정소설은 본격 문학의 입장에선 추리소설로, 장르물로 영역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반면, 기존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문학 입장에선 본격적이지 않고 속도감이 떨어진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다. 다만 기존 장르문학과 달리 문장이 유려하고 중간 중간 마음이 머무는 곳도 많다는 평가도 있을 수 있다. 손보미의 도전이 주목되는 이유다.

중학교 3학년이던 1995년 6월, 기말고사를 앞두고 동네도서관을 찾은 학생 손보미는 문고에서 책 한 권을 뽑아들었다. 어릴 적부터 미스터리 문고를 섭렵하거나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같은 세계문학전집을 즐겨 읽던 소녀였고, 시험 때면 동네도서관을 찾아서 시험공부보다는 책 읽기를 더 좋아한 그였다. 책은 존재의 시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윤대영의 첫 장편소설 「그 옛날 영화를 보러 가다」였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소설을 읽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도, 인물들이 무엇을 하는 지도, 왜 그러는 지도 알 수 없었다. 마지막 장면은 특히 몽환적이었다. 그동안 읽어왔던 세계문학과는 너무 달랐다. 이게 도대체 뭐지. 소설의 맛이란 이런 것인가. 좋다고 말하기도,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지금 사람들은 소설을 이렇게 쓰고 있는구나. 신기했다. 알 수 없는 무엇이 그를 고양시키는 느낌이었다. 소설가 손보미 문학의 원점이었다.

그는 이후 윤대녕의 소설을 시작으로 은희경의 「아내의 상자」(그는 이상문학상 수상소감에서 “여자애의 마음을 완전하게 얼얼하게 했다”고 말했다), 『현대문학상 수상작품집』 등 한국 현대소설을 간간히 읽었다. 그렇다고 소설을 많이 읽은 건 아니었다. 고교 시절까지 친구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들고 읽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누군지 몰랐다. 대신 시미즈 레이코의 순정만화 『달의 아이』를 탐독하며 만화 스토리작가를 꿈꿨다. 대학은 국문과로 진학했다.

너, 우리 학회에 들어와서 소설 한 번 써보지 않을래? 대학 2학년 때, 한 학과 선배로부터 국문과 안에 있는 소설 창작 학회의 가입을 제안 받았다. 대학 1학년 때 문과대 문학동아리에 가입해 소설을 처음 써봤지만, 잘 쓴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한 그였다. 국문과 소설창작 학회에 가입한 그는 이때부터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고 습작을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은 소설을 이렇게 쓰는구나.

대학 재학 시절 소설을 열심히 쓰진 않았다. 무엇보다 동력이 없었다. 작가가 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라면 무엇인가 특별한 경험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는 자신이 너무 평범하고, 글도 잘 쓰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대신 오늘 하루 재밌게 보내자고 생각했다. 20대 중후반까지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살았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난 손보미는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인 2009년 단편소설 「침묵」이 「21세기문학」 신인상에, 2011년 단편소설 「담요」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차례로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등단 이후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맨해튼의 반딧불이』 등을, 중편소설 『우연의 신』과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작은 동네』 등을 창작했다.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준성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발표한 작품들을 조금 소개해 달라.

“초창기 제 소설은 저의 경험이 들어가지 않는, 거의 97, 8퍼센트가 상상의 산물이다. 조금이라도 저와 가까운 게 있으면 소설을 쓰지 못했다. 그래서 주로 남성 화자 소설이 많았고, 여성 화자의 경우 3인층이 많다. 1인칭 여성 화자 소설은 거의 쓰지 않았다. 그런데 장편 『디어 랄프 로렌』와 자전적 에세이를 쓰고 난 뒤 1인층 여자 주인공을 써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때 있었던 일화를 에세이로 썼는데, 다 쓰고 나서 일기장을 확인해보니, 제가 기억하는 일화와 달랐다. 아, 이런 식으로 소설을 쓸 수도 있겠구나. 어떤 사람이 겪었던 일을 잘못된 기억을 받아 적는다는 기분으로 1인칭 소설을 쓰면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이때부터 여자 아이가 등장하는 1인칭 여성 소설을 쓰게 됐다. 장편소설 『작은 동네』에서 처음으로 1인칭 여자 주인공을 등장시켰고, 「불장난」을 비롯해 2019년 이후 쓴 작품들은 어린 여자아이를 1인칭 화자로 해서 쓰고 있다. 재미있으면 계속 쓰는 스타일이어서, 초창기에는 부부 얘기를 많이 썼고, 지금은 어린 여자아이 얘기를 많이 쓴다. 「불장난」 같은 작품은 초창기 작품과는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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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성이나 공간성이 모호하고 진실을 다 말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더라.

“첫 번째 두 번째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남쪽 도시로 간다고 하는 등 지명이나 공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공간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환기되는 이미지가 있고 얻을 수 있는 미학적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역색이 강하고 장소가 부각되는 소설도 써보고 싶다.”

―글쓰기 전략이나 원칙이 있다면.

“특별한 전략이나 원칙은 없다. 먼저, 메모를 가급적 많이 한다. 떠오르는 생각이나 아이디어, 꿈같은 것을 일단 휴대폰에 메모해둔다. 나중에 그것을 보면 뭐라고 적어놨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지만, 가끔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나기도 한다. 또 매일 일정한 원고 할당량을 설정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 쓰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오늘 이천 자를 쓰고 집에 가자고 하면 어떻게든 쓰려고 노력한다. 어떤 날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글을 적을 때도 있다. 다시 지울지언정 글자 수를 채우고 돌아간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은지,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두 번째 소설집을 쓸 때까지, 저는 소설을 쓰기 전 계획을 타이트하게 세워놓고 썼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메인이 되는 이미지나 사건 정도만 정해놓고 그것에 접근해 가는 방식으로 소설을 썼다. 그러다보니 좀 퍼진다는 느낌도 든다. 다시 타이트한 것과 느슨한 것 사이의 균형을 잡는 식으로 작품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기적으론 즐겁고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쓰고, 독자들도 제가 느꼈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

―하루 일상은 어떤지.

“강의를 조금 하지만, 거의 전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마감이 급하지 않으면, 보통 오전 8시나 9시쯤 일어나서 카페에 가서 작업한다. 오후 2, 3시쯤 집으로 돌아온 뒤 책을 읽거나 쉬거나 낮잠을 자는 등 자유 시간을 갖는다. 운동을 할 때도 있다. 급할 때는 하루를 두 번으로 쪼개서 아침에 카페에 가서 쓰고 오후에 집에 와서 쉰 뒤, 다시 저녁에 카페에 가서 글을 또 쓴다.”

“아마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그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그런 생각도 좀 했던 것 같아요.” 대신 독자나 작가를 비롯해 타자에 대해선 말끝마다 존칭인 ‘분’이나 ‘님’ 등을 깍듯하게 붙였다. “독자분”, “참전했다가 돌아오신 분들”....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많지 않은 소설가 가운데 한 명인 손보미 작가. 적지 않은 이유와 사연이 있을 것이다. 남다른 겸양이나 겸손도 꼽힐 것이고, “오늘보다 내일 더 잘 쓰는 게 아니라, 오늘보다 내일은 더 많은 쓰는 것”을 바라는 소망도, 매일 하루 이천 자를 쓰고야 말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본격 문학의 영토 확장에도 부디 성공, 도전 정신까지 좋다는 평가도 더해지길....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사진=이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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