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與운명 법원 손에 넘어간 날…이준석 '尹 100일 회견' 비꼬았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 하루 만인 17일, 여당에는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준석 전 대표가 주호영 비대위를 상대로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심문이 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됐기 때문이다.

전례에 비춰보면 법원의 판단은 이르면 이날 밤 나올 가능성이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집권당의 운명이 법원의 손에 달린 것은 부끄러운 일”(4선 의원)이라는 자조섞인 반응도 나왔다.

중앙일보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 위원장은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진화에 나섰다. 주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는 없을 거라고 보지만, (인용된다고 해도) 절차가 미비하다고 하면 절차를 다시 갖추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비대위 전환 절차를 문제 삼아 가처분을 인용해도, 비대위가 해산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당 법률지원단과 검토한 결과 우리 절차에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15일 밤 이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했지만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한 주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만나지 않겠다고 한 마당에 자꾸 만나자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언제든 만나고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당 중진들은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하며 주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판사 출신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인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정치 영역에 대해서는 사법이 (개입을) 자제하는 것도 있고, 문제가 됐던 당헌·당규 조항도 개정했다”고 말했다. 비대위 출범 전인 9일 국민의힘 전국위는 대표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중앙일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도착, 민사51부 법정으로 이동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쯤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해 “절차적으로 잘못된 부분과 당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해 재판장께 말씀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법원이 기각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선제적 판단에 따른 고민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어떻게 봤냐는 물음에는 “당내 민주주의를 고민하다 보니 대통령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불경스럽게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민생 안전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떤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다”고 답변한 것을 비꼬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심문에 참여한 뒤에는 “책임 있는 정당 관계자로서 이런 상황을 국민께 보여드린 자체를 자책하고 있다”며 “이 일을 시작한 사람들도 책임을 통감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언급한 ‘이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친윤계 인사들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또 “행정부가 입법부를 통제하려는 삼권분립 위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삼권분립 원리대로 사법부가 적극적 개입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처분 결과와 관계 없이 당원 모집을 이어갈 것이냐는 물음에는 “당이 민심이 바라는대로 흘러가지 않는 문제를 당원 가입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앙일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및 비대위원장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기일인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지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총을 통해 재신임 받고, 친윤계 이철규 의원이 예결위 간사로 내정된 것에 대해서는 “당내 사태에서 돌격대장을 했던 분들이 영전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옳은 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 위원장과의 15일 회동에 대해선 “어떤 경위에서 보도가 나간 것인지 굉장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비대위 전환 과정 상황이 ‘비상상황 발생’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비대위 전환 과정이 절차 및 내용 면에서 하자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중앙일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 전국위가 ARS 투표를 한 것과, 사퇴 의사를 밝힌 최고위원이 비대위 전환을 위한 의결에 참여한 것이 법원 판단을 좌우할 주요 쟁점이다. 이날 국민의힘 측이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당은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은 정치적 사퇴 선언을 했을 뿐 당에 공식 사퇴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최고위원의 지위”라고 주장했다. 전국위 ARS 투표에 대해선 “이 전 대표도 전당대회에서 그런 방식으로 선출됐고, (전국위원) 본인 확인을 철저히 거친 상태에서 투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 전 대표를 대리하는 강대규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전당대회는 대의기구가 아니고 당원이 누구나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ARS 투표를 해도 상관없지만, 대의기구인 상임전국위는 ARS 투표를 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사퇴 최고위원 의결 논란에 대해서는 “사퇴했다가 돌아왔다는 주장인데,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사퇴 이후의 효력을 인정하는 어떤 요식행위도 규정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중앙일보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김성룡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가처분 인용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좀 더 우세하다. 검사 출신 여권 관계자는 “일반 사업체라면 특정인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는 측면에서 인용될 수 있겠지만, 집권당의 정치적 문제인 만큼 법원이 손댈 여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기각되더라도 이 전 대표가 계속해서 장외 여론전을 펴면서 비대위 흔들기에 나선다면 혼란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여권은 대혼돈에 휩싸이게 된다. 주호영 비대위가 출범하자마자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데다가, 당 안팎에 사태 책임론이 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가처분 인용돼 비대위 체제가 없던 일이되면 직무대행 체제로 복귀해야 하는데,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직을 내려놓은 상황이라 혼선이 불가피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만에 하나 가처분이 인용되고, 이 전 대표가 복귀해도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ㆍ성지원 기자 9key@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