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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 트럼프 수사, 신구권력 갈등 양상… WP “韓 정권교체 주목해야”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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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끔찍한 일 벌어질 수도”…현 정부 경고

“FBI, 압수수색 때 원하는 걸 심어놓았을 수도”

트럼프 지지자들, 폭력 선동·암살 협박 나서

WP “韓, 대통령들 수감돼도 평화롭게 정권 교체”

미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연방수사국(FBI)이 전직 대통령 자택을 압수수색한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해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다며 ‘위협성 경고’를 날렸고, 앞서 바이든 정부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부 장관은 ‘상당한 근거’를 토대로 수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일을 계기로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등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토대로 대응해 나갈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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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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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서 기밀문서 11개 발견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정치수사”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FBI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기밀문서 불법 반출 혐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공개를 요구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따라 미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은 다음날 마러라고 리조트 내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에 대해 FBI가 지난 8일 집행한 압수수색 영장을 공개했다. 영장에 따르면 FBI는 트럼프가 ‘방첩법(Espionage Act)’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강제 수사에 들어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방 기록의 은폐·제거, 연방 조사 기록의 파괴·변경, 국방정보 이전 등 3가지 형사 범죄 위반 가능성을 적시한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 토대로 FBI는 트럼프 자택에서 1급 비밀(Top Secret) 문건 4개, 2급 비밀(Secret) 및 3급 비밀(Confidential) 문건 각 3개, 민감한 특수정보(SCI) 문건 1개 등 모두 11개의 기밀 문건을 확보했다. 이들 비밀 문건은 본래 일정 요건을 갖춘 정부의 특정 시설에서만 접근이 가능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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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법무부에서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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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FBI가 압수한 비밀 문건은 자신이 퇴임 전 비밀 분류를 해제했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비밀문서를 재평가해 비밀분류에서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서 “모든 것은 비밀문서에서 해제됐다. 어떤 것도 압수수색이 필요치 않았다”며 “그들은 권모술수를 부리거나 마러라고 침입 없이 보안 창고에 있던 그것들을 가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대통령의 재임 시절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서 엄격하게 보존·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미 하원의 1·6 의회 난입특위의 조사 과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서를 포함해 재임 시절 상당수 기록물을 플로리다 마러라고 사저로 빼돌려진 사실이 드러나 올해 초부터 논란이 됐다.

◆트럼프 “사람들 매우 화가 난 상태” 지지자 선동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매우 화가 나 있다. 이 나라에서 (갈등의) 온도를 내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은 또 다른 사기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수사 당국에 자신에 대한 압박을 중단하라는 협박성 발언으로 비치는 대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FBI가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FBI 요원들이) 들어와서 그들이 확보하기를 원하는 것을 뭐든지 가져갔다”면서 “그들은 ‘보안카메라를 끄라’고 했고, 아무도 압수수색하는 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FBI 요원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어떤 것이든 가져갈 수 있었고, 그들이 원하는 어떤 것을 설치할 수도 있었다”면서 “그들이 원했던 뭔가를 심어놓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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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시의 뉴욕주 검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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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무장 폭력 선동은 물론 법무장관 등을 대상으로 살해협박까지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FBI 신시내티 지부에선 한 남성이 이 건물에 침입하려고 하다가 실패하자 도주하던 중 추격하던 경찰과 총격전까지 벌이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전날엔 한 남성이 워싱턴DC 의회로 돌진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미 정보 당국은 이번 압수수색 이후 법 집행 기관에 대한 위협이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친트럼프계 공화당 의원들은 FBI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주장하며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이 될 경우 법무부와 FBI를 조사하겠다는 등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평화로운 정권 교체 주목해야”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신구권력 충돌을 지적하며 한국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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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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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지난 9일 이샨 타루어 칼럼니스트가 쓴 ‘미국, 전직 지도자 수사하는 민주국가에 합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 수색에 대한 공화당 지지층의 반발을 비판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조사는 종종 민주주의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해왔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만, 이탈리아, 프랑스 등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선 대통령에 대한 수사 및 사법 처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타루어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지만, 전직 대통령들이 수감한 기록을 보면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이 전직 대통령을 잇달아 사법 처리한 사례를 나열했다. 이어 “2018년 기준으로 살아있는 한국 전직 대통령 가운데 절반이 수감 중이었다”면서 “이들의 사법 처리 자체가 한국 민주주의 토대를 위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은 미국처럼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지만, 부패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잠재우고 보수에서 진보, 다시 보수로의 평화로운 민주적 정권 교체를 이끌어냈다”며 “이는 미국인들이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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