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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총리 만난 中企인의 하소연…"수도꼭지 인증에만 매년 수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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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17일 열린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229건의 규제 해소 건의가 담긴 책자를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김 회장, 한 총리,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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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와 샤워기를 생산한다. 매년 KC인증, KS, 환경표지인증 등 수도꼭지 인증 수수료로만 2500만원이 나가고 있다. 특히 환경표지인증은 분명 임의인증임에도 강제 조항처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강요하고 있다. 중복된 인증제도를 과감히 통폐합해야 한다."(김명희 대정워터스 대표)

"경기북부 지역은 각종 개발제한 규제를 중복으로 받다 보니 규제지역으로 묶인 면적이 전체 행정구역보다 1.6배나 넓다. 경기북부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소규모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의 입주를 전면 허용하고, 기반시설을 조성하며 각종 부담금을 면제해줘야 한다."(고병헌 파평산업단지개발 대표)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모인 중소기업 대표들은 경영의 발목을 잡는 덩어리·모래주머니 규제를 풀어달라고 성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는 중소기업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현장 규제 사례가 연이어 소개됐다. 대표적으로 사실상 의무인증인 환경표지인증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환경표지인증 마크는 임의인증으로 분류되지만, 지자체·공공기관 준공 검사 시 인증마크가 없는 제품은 설치할 수 없어 실질적으로는 의무인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복된 인증제도를 통폐합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유제철 환경부 차관은 "KS, KC인증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환경표지인증은 녹색제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에서 오히려 판매에 우선구매 혜택을 주려는 취지였지만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며 "이 기준을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명령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성토도 나왔다. 조선업처럼 관련된 협력사가 많은 업종은 전면 작업중단 조치가 내려지면 기업과 근로자에게 과도한 피해가 생긴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사내 협력사인 성해산업의 박재성 대표는 "조선소의 경우 3~4척을 동시에 건조하는데 도크(Dock) 중 한 군데에서 사고가 나면 정부가 도크 전체 작업을 중지해버린다"며 "한 곳만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나머지 배들조차 건조를 못하게 되는 것으로 조선산업 전체를 중지시키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예컨대 삼성중공업에 도크 7개가 있는데, 과거에 1도크에서 사고가 나자 정부가 7개 도크 작업을 전면 중지시켰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근로자 2500여 명이 일을 못하게 됐다. 15일간 중지하면서 손실이 250억원 발생한 것"이라며 "근로자들도 이렇게 되면 생계마저 위협받게 된다"고 호소했다. 도크 간 거리가 수㎞ 떨어져 있는데도 사고 도크가 나오면 모든 도크의 작업을 일제히 정지시키는 것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전면 작업중단이 아닌 부분 작업중지 명령 시에도 작업 특성에 따라 모든 공정을 멈출 수 있는 우려가 있으므로 구역 최소화와 정지기간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이에 대해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고용부도 원칙적으로 작업중지 범위를 최소화하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며 "기업의 안전 조치와 정부 규제가 적절히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북부 지역이 각종 개발제한 규제로 묶여 있어 중소기업이 공장을 짓거나 증축하려면 너무 힘들다는 호소도 나왔다. 수도권 규제, 군사시설 보호구역, 생태경관 보전지역, 문화재 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가 중첩돼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고, 힘들게 산업단지를 조성해 경기남부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하더라도 기업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총리는 "현재 경제의 더 큰 문제는 우리 경제가 얼마나 생산성이 높은 체제를 가져갈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경제는 중소기업같이 신속하고 탄력성 있게 움직일 수 있는 분야에서 자유, 규제 개선, 혁신, 경쟁을 통해 생산성이 얼마나 일어날 수 있는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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