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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저격수' 체니 경선 패배…트럼프 입지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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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2020년 미국 대선 결과 승복을 거부하며 벌어진 초유의 의사당 폭동 사건을 조사하는 1·6 청문회를 진행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확고한 반대파로 자리매김한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이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당내 경선에서 패하며 의석을 잃게 됐다. 사실상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대결이 된 이번 선거를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확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을 보면 16일(현지시각) 체니 의원은 지역구인 와이오밍주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변호사 해리엇 헤이그먼 후보에게 크게 뒤처지며 자리를 지키는데 실패했다. 95% 개표가 완료된 상황에서 헤이그먼 후보가 66%의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체니 의원은 득표율 29%에 그쳤다. 압도적 표차에 체니 의원은 일찌감치 패배를 시인하는 연설을 내 놓으며 자신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에 "쉽게" 동참할 수 있었지만 "그 길을 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자리도 우리가 지키기로 맹세한 원칙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30%포인트(p) 가까운 차이로 헤이그먼에게 지지율이 뒤처지며 체니 의원의 패배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70%에 달한 와이오밍에서 '트럼프 반대자'로 낙인 찍힌 탓이다. 체니 의원은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10명의 공화당 하원의원 중 하나인 데다 지난해 1월6일에 있었던 미 의회의사당 습격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단행 중이다. 반면 헤이그먼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에 적극 동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때문에 이번 경선은 사실상 '트럼프 대 반트럼프' 대결로 여겨지며 주목을 받았다. 공화당 경선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관심이 쏠리며 이들의 공화당 '위장전입'이 투표의 막판 변수로까지 여겨졌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한 달 반 동안 와이오밍의 등록된 공화당원 수가 20만579명에서 21만5195명으로 한 달 반만에 1만5000명이나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등록된 민주당원 수는 4만3285명에서 3만6403명으로 7000명 가량 줄었다고 보도했다. 체니 의원 지지를 위해 공화당 예비선거에 참여하려 민주당 지지자들이 잠시 당적을 바꾼 결과로 해석된다. 체니 의원 자신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자들과 당적이 없는 주민들에게 공화당원으로 등록해 예비선거에 참여하는 법을 알리며 입당을 적극 독려하기도 했다. 

공화당 안에서 트럼프 반대 선봉에 선 체니 의원의 이번 패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공화당 하원의원 10명 중 2명만이 예비선거에서 살아남아 차기 의원직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체니 의원을 포함한 4명이 예비선거에서 탈락했고 나머지 4명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방 및 주 선출직을 놓고 벌인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들의 3분의 2가 2020년 대선을 부정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선거가 지난 6월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의 조카인 조지 P. 부시가 텍사스주 법무장관직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데 이어 "공화당이 부시-체니 시대의 전통적인 보수주의에서 트럼프의 불만 중심적 포퓰리즘으로 완전히, 혹은 최종적으로 이동한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리즈 체니 의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의 딸이다. 

하원 의석을 내려 놓게 된 체니 의원이 반 트럼프 기치를 걸고 2024년 대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이 이미 체니 의원의 대선 출마와 자금 지원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규모는 작지만 영향력 있는 공화당 내 반 트럼프파는 2024년 대선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사기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에 반대하는 후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체니 의원은 향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16일 패배가 확실해진 뒤 내 놓은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는 대통령 집무실 근처에 오지 못하도록 무엇이든 하겠다"며 "이제 진짜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 편집위원회 의견에서 체니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중 대부분의 경우 그의 정책에 동조했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에 직면했을 때 이념과 정당에 대한 충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웠다"고 짚었다. 매체는 "정부엔 더 많은 리즈 체니가 필요한데, 이제 한 명을 잃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서 하원의원 노리며 '정치 복귀' 신호탄…트럼프 탄핵 찬성한 머카우스키 상원의원도 경선 통과

한편 이날 알래스카주에서 열린 하원의원 보궐선거엔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전 주지사가 출마해 정치 복귀 신호탄을 쐈다. 2008년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였던 페일린 전 주지사는 최근 수 년 간 공직을 떠나 있었다. 지난 4월 출마 선언 뒤 일찌감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도 확보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알래스카에서 49년간 하원의원을 지낸 돈 영 전 의원이 지난 3월 사망해 치러지게 됐다. 

알래스카 현지 시각으로 16일 밤 11시께 개표가 절반 가량 진행된 가운데 민주당의 메리 펠톨라 후보가 37.1%, 페일린 전 주지사가 32.7%, 공화당의 공식 지명을 받은 닉 베기시 후보가 28.8%의 득표율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알래스카가 이번에 새로 도입한 투표 규칙에 따라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하위 득표자를 제거하고 2순위 표를 합산해 재계산해 최종 승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것으로 예측되는 현 상황에선 최종 당선자 발표까지 최소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알래스카 하원의원 경선에도 참가했다. 당 소속과 관계없이 상위 4명을 최종 후보로 올리는 선거에서 개표가 절반 가량 진행된 가운데 페일린 전 주지사는 1위 펠톨라 후보(37%)의 뒤를 이어 2위(32%)를 달리며 무난한 경선 통과를 예고했다.

같은 날 치러진 알래스카 상원의원 경선에선 지난해 상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소속 7명의 의원중 하나인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과 머카우스키 의원을 견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운 켈리 치바카 후보가 개표가 절반 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나란히 1,2위를 달리며 경선 통과가 확실시 됐다.

프레시안

▲16일(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공화당 경선을 치른 리즈 체니 하원의원이 패배를 시인하며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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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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