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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값싼 곳 찾아서 생필품만 산다…美 소비 '제자리걸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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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7월 소매판매 증가율 전월비 0%

주유소·자동차·의류 등 소비액 줄어

그 대신 저렴한 온라인 판매액 급증

"저렴한 곳서 꼭 필요한 상품 산다"

미국 물가 폭등기 소비 패턴 나타나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소비가 제자리걸음을 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주유소에서의 소비 규모가 줄어든 대신 아낀 돈을 온라인 쇼핑에 쓰면서, 전체적으로 씀씀이가 둔화했다. 가격이 저렴한 곳에서 꼭 필요한 물건만 사는 전형적인 물가 폭등기 소비 패턴이 나타났다.

이데일리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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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7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전월 대비 0.0%를 기록했다. 소비 규모가 전월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던 것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1% 증가)를 하회했다.

주유소(-1.8%), 자동차·부품(-1.6%), 의류·액세서리(-0.6%), 백화점(-0.5%) 등에서 소비가 비교적 크게 줄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국제유가가 90달러대로 안정화하면서, 주유소 입장에서는 가격 기준으로 휘발유 판매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또 자동차의 경우 공급망 대란에 반도체가 부족한 여파로 읽힌다. 의류 소비가 줄어든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지갑 사정이 악화하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그 대신 온라인 판매(2.7%)가 큰 폭 늘었다. 7월 중순께 ‘아마존 프라임데이’ 할인 행사 등이 영향을 미쳤다. 휘발유와 자동차, 의류 등에서 아낀 돈을 저렴한 온라인에서 구매한 것이다. 잡화점(1.5%)의 고공행진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드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기름값 하락으로 절약한 돈을 다른 상품들을 사는데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폭등기의 소비 패턴이다. 자유 소비재(없어도 상관없고 있으면 더 좋은 PC, 자동차, 레저 등과 관련한 상품) 등의 씀씀이는 줄이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 생필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가 전날 CNBC와 만나 “인플레이션이 식료품 가격을 상승시키면서 부유한 가정들조차도 (가격이 싼 상품을 찾아서) 소비가 쪼그라들고 있다”며 “사람들은 소득 수준과 관계 없이 오로지 가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직결돼 있다.

최근 일각에서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조금씩 나오지만 미국 내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여전히 8% 이상 높다. 1970~80년대 초인플레이션은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그런 만큼 미국 소매 판매는 당분간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의 70% 비중에 육박하는 소비는 경기의 척도로 여겨진다.

이에 금융시장은 곧바로 반응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11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69% 하락하고 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03%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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