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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이재명 늘리려던 지역화폐…예산 7000억 모두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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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계획이다. 올해 약 7000억원 규모인 지역화폐 지원 예산이 내년도엔 0원이 된다.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후보 시절 지역화폐를 적극 지지한 바 있다.



원전 검토 끝에 예산 전부 삭감



중앙일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참석한 장·차관들에게 내년도 월급 축소를 사전에 알리지 못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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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는 전국 약 230여개 지자체가 지역 내 소비를 늘리기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지역화폐로 결제하면 일정 비율(통상 10%)을 캐시백 형태로 돌려준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연말까지 총 발행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정부는 이 중 17조5000억원 상당의 발행 화폐에 대해 7053억원(2차 추경 기준)을 들여 보조하고 있다.

이미 지자체 예산만으로도 발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데다, 자체적으로 추가 재원 투입도 가능하다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정부 예산이 줄어든다고 해서 지역화폐 사업 자체가 없어지진 않는다. 다만 부산·대전 등은 지역화폐 예산 부족으로 최근 캐시백 비율을 낮추고, 충전 한도를 줄이고 있어 일부 지역은 발행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100억 한시 지원서 1조원까지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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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가 지역화폐에 대해 처음으로 재정 지원을 한 건 2018년이다. 당시 정부는 고용·산업위기 지자체에 한정해 지역화폐 발행을 국비 지원했다. 군산·거제·고성·영암 등에서 1000억원의 상품권을 발행하는데 1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조선업 침체 등 산업위기로 피해가 큰 지역의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재정을 통한 지역화폐 지원 규모는 2019년 533억원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6298억원(2020년), 1조2522억원(2021년)으로 확대됐다.

익명을 원한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지역화폐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업 자체가 중단되진 않는다. 처음부터 지자체 조례에 의해 지방 예산으로 운영되던 사업”이라며 “다만 아직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세연 “소상공인 매출 증가, 증거 없어”



지역화폐 사업 자체가 지방 경제 활성화라는 목적 달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세재정연구원은 2020년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 도입으로 지역 내 매출이 늘어나는 경우 인접 지자체 소매점의 매출은 감소한다”며 “인접 지자체도 지역화폐를 함께 도입하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소규모 지자체는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정을 투입하기엔 사업 효용성도 크지 않고, 지역 간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연구자는 전국사업체 데이터와 지역화폐 발행액 등 데이터를 통해 실증분석한 뒤 “지역화폐가 해당 지자체 소상공인 매출을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고 발행 및 관리비용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당시 홍남기 전 부총리도 “지역화폐는 완전한 지자체의 업무”라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지자체 스스로 판단해 발행하라”고 관련 예산 확대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기재부 충돌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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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0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대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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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변수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다. 정부 동의 없이 국회 단독으로 예산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심의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예산이 증액될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정부는 2403억원으로 2022년도 지역화폐 발행예산을 편성했지만, 정치권의 입김에 결국 국회에서 6053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도 야당의 반발로 지역화폐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당대표 후보인 이재명 의원은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역점 사업으로 지역화폐 확대를 추진해왔다. 지난 대선에서도 이 의원은 연간 50조원 목표로 지역화폐를 발행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지역화폐 예산을 줄인 홍 부총리를 겨냥해 “경제순환효과가 분명한데 경제전문가라는 홍 부총리는 왜 모르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올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지역화폐를 놓고는 기재부와 이재명 의원 간 ‘2라운드’ 충돌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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