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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론에 밀려 무산된 민주당 당헌 80조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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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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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 부정부패 혐의로 당직자가 기소되면 직무를 정지하도록 돼 있는 당헌 80조 1항을 유지하기로 했다. 전날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기소 시 당직 정지’ 조항을 ‘1심에서 유죄 선고 시 당직 정지’로 완화하기로 결정한 것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줄여주려는 방탄용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이 높아지자 제동을 건 것이다. 다만 정치탄압 등 부당하게 기소됐다고 인정되는 경우 당무위에서 달리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을 넣는 등 구제 장치를 만들었다.

무죄추정 원칙에 비춰 기소만으로 당직을 정지시키는 조항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민주당이 야당이던 2015년 문재인 당대표가 이듬해 총선을 앞두고 혁신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당시에도 20~30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수사를 받고 있었지만 쇄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해 채택된 것이다. 이런 명분으로 만들어진 조항을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가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 정치보복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정당방위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며 개정을 주장했다.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이재명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위인설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한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초반의 실정(失政)에 기대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실력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고 작은 부정부패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윤리적 재무장은 필수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보다 능력이 검증된 후보를 냈지만 후보의 도덕성 문제, 부정부패 의혹에 발목이 잡힌 경험이 있다.

특정인 방탄용으로 비칠 당헌 개정 시도를 포기한 것은 여론에 부응하는 합당한 결정이다. 이에 그치지 말고 관련 수사에도 떳떳이 응해야 한다. 정당 간 실력과 도덕성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혜택을 보는 것은 국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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