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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물가와 GDP

"추석, 차라리 안 왔으면 좋겠다"... 먹거리 물가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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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우울한 2022 추석]
통계청 물가 조사관 동행했더니...
배추 포기당 2,000원·오이 5개 3,000원 급등
소비자는 추석 걱정, 농부는 병충해 걱정
한국일보

17일 대전의 한 대형마트에서 농축수산물 물가 조사를 나온 통계조사관이 수박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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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11시 대전의 한 대형마트. 매달 세 차례 농축수산물 물가 동향을 기록하는 3년 차 통계조사관 정미순씨는 카트를 미는 대신 태블릿PC를 꺼냈다. 이곳에서 가격을 조사할 물품은 35개. 전체 소비자물가 통계에 잡히는 78개 농축수산물 품목의 절반가량이다.

1층 입구를 지나자마자 판매하는 수박, 참외, 키위의 가격을 입력하던 그는 "날씨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채소 등 농산물 물가는 초순, 중순, 하순 따라 변동이 크다”며 "최근 폭우까지 겹쳐 땅속에서 자라는 뿌리채소보다 잎이 있는 잎채소의 물가 상승이 눈에 띈다"고 귀띔했다.

실제 이날 마트에서 판매하는 잎채소인 배추 한 포기, 상추 200g은 각각 5,480원, 3,480원으로 1년 전보다 2,000원, 680원 뛰었다. 잎채소처럼 땅 위에서 길러 기후 변화에 민감한 오이 한 봉(5개), 애호박 한 개 역시 전년보다 3,000원, 300원 오른 6,980원, 1,480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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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대전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배추 가격은 포기당 5,480원으로 1년 전보다 2,000원 올랐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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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세였다. 국내산 생삼겹 100g(2,680원), 생닭 1㎏(7,480원)은 각각 100원, 500원 내렸고 미국산 프라임급 윗등심 100g은 전년과 같은 3,480원이었다. 축산물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오름세였으나 수입산 관세 철폐로 가격이 진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과일은 포도 1.5㎏이 1만9,900원으로 7,100원 오른 반면 원황배 1박스(4~7개)는 2,000원 하락한 1만4,900원이었다.

정씨는 1시간 조사를 마치고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미나리, 시금치, 부추 등 다른 농축수산물 물가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그는 "대형마트에서 모든 농축수산물 품목 가격을 살펴보면 통계에 왜곡이 생길 수 있어 다양한 곳을 찾는다"며 "도매상을 거치지 않는 현지 직거래 품목이 많은 대형마트와 비교해 전통시장 조사 품목은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이 크다"고 설명했다.

먹거리 소비에 지갑을 열어야 하는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 표정은 어둡다. 축산물 가격이 내렸다지만 전년과 비슷하고 채소류는 급등하고 있는 탓이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온 윤수혜씨는 "추석 밥상에 채소를 많이 쓰는데 비도 많이 와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소비자는 "형편이 어려워 특별히 음식을 장만해야 하는 추석이 차라리 안 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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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대전의 한 대형마트 모습. 오이 5개 가격은 전년보다 3,000원 오른 6,980원이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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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5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사용 가능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650억 원어치를 배포하는 등 추석 물가 안정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일 물가를 점검하는 20개 추석 성수품은 가격 급등 시 비축 물량을 풀 계획이다.

하지만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가 복병이다. 잦은 무더위, 폭염에 따른 작황 부진, 이른 추석 연휴로 오를 대로 오른 농산물 물가가 더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7월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전체 물가(6.3%)를 웃도는 7.1%였다. 특히 채소류만 떼어 보면 25.9%나 뛰었다.

김원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원예실장은 "경기 북부, 충청 지역 내 물에 잠긴 하우스가 많아 시설채소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역시 비가 많이 내린 강원 지역은 배추, 무 등 고랭지밭 작물의 병충해 관리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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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류와 달리 축산물 물가는 관세 철폐 영향으로 안정세였다. 17일 대전의 한 대형마트에서 팔고 있는 국내산 삼겹살 100g은 2,680원으로 전년 대비 100원 내렸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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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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