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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코트라 "美 '프렌드쇼어링' 대비…韓, 첨단기술 직접 공급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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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무역관, '美 프렌드쇼어링 정책 심층분석과 시사점 보고서' 발간

피벗 투 아메리카 제안…"반도체 경쟁 과열, 전략적 선택으로 재도약 기회 쟁취해야"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며 대화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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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이른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지속적인 수출 확대를 위해선 첨단기술 제품을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직접 공급하는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은 17일(현지시간) 발간한 '미국 프렌드쇼어링 정책 심층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우리 중간재를 공급한 후 미국 등 선진국으로 간접 수출을 꾀하는 범아시아 제조업 분업 모델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프렌드쇼어링 등 글로벌 기술·투자 블록화에 대비해 미국 시장으로 한국의 기술 수출 역량을 재배치하는 '피벗 투 아메리카(Pivot to America)' 등으로 글로벌 수출 전략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게 코트라의 설명이다.

코트라는 총 50쪽 분량의 이번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프렌드쇼어링'의 파고를 넘는 방안으로 △미국 수출시장에 대한 재조명 △우리 기술의 세계화 △지정학 리스크에 대한 기업 차원의 대책 마련 등을 제안했다.

코트라는 "바이든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중 무역·기술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 공급망 혼란에 각성하고, 프렌드쇼어링 또는 '얼라이쇼어링(Ally-shoring)'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지적했다.

프렌드쇼어링은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 및 동맹간 공급망과 첨단기술 개발 구축하는 것으로, 기존 리쇼어링(제조업의 자국 회귀), 니어쇼어링(공급망의 인접 지역 이전)에서 진일보한 개념이다. 원자재와 부품, 노동력의 아웃소싱부터 디자인 설계 등 기술공조까지 우방 협력의 틀 안으로 제한하고, 비우호국 경제와는 배타적 관계를 설정하는 전략이다.

이는 특히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한다는 지적에 따라 미국이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지난 4월 한 행사에서 최초로 '프렌드쇼어링'을 언급했고, 지난 7월 방한했을 당시에도 "중국의 특정시장에서 지위와 지정학적 권력 남용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프렌드쇼어링을 강조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프렌드쇼어링을 통해 자유무역 국제분업 체계의 효율성을 지향하되 지정학적 공급망 리스크는 최소화하는 사실상 '아메리카 퍼스트 2.0'을 표방하고 있다고 코트라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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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이 17일(현지시간) 발간한 '미국 프렌드쇼어링 정책 심층분석과 시사점'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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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는 "미국의 제조업 공급망 정책에서 거시적 국면 전환이 진행되는 가운데, 향후 프렌드쇼어링이 추동할 국제 공급망, 첨단기술 협력, 통상 환경변화 등 미래 경제구조 재편에 대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코트라는 또 한국의 첨단기술 제품 수출이 중국 시장에선 점유율 2위(15.9%)를 기록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 점유율은 6위(4.2%)로 상대적으로 부진한 만큼 첨단 기술 수출의 다각화 전략을 고려할 것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코트라는 중국의 중상주의 기술 진흥정책에 맞서 민간의 혁신성 제고와 국가안보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미국식 기술 국가주의가 부상함에 따라 한국도 기술의 세계화를 추구함으로써 국가주의적 기술 경쟁의 파고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 기술 개발·표준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한국 기술의 글로벌 인지도와 보편성, 호환성을 높여 글로벌 공공재 기술로서 위상을 확보하고 기술 라이센스 수출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트라는 특히 미국의 반도체 제조 육성 정책에 따라 메이저 파운드리 업체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미국의 반도체 정책 동향과 글로벌 시장·기술 분석에 기반한 전략적 선택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의 재도약 기회를 쟁취하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전자를 필두로 대만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 SK, 인텔 등은 미국 제조공장 설립 투자를 발표하고 미 정부의 인센티브와 전략시장 선점에 전력하고 있다. 주요 반도체 제조사의 미국내 제조 투자 계획만 이미 1000억 달러 이상에 달한다.

코트라는 "과거 미국 반도체 정책이 1980년대 일본 5대 반도체 메이커(후지쓰, NEC, 히타치, 미쓰비시, 도시바) 침체와 삼성과 TSMC의 부상으로 귀결됐듯, 현재 바이든 행정부 반도체 정책도 미래 산업의 근간인 반도체 분야에서 승자와 패자를 결정짓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코트라는 바이든 행정부가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 등을 통해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강력한 규제와 집행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미국의 프렌드쇼어링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의도치 않게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화와 폴리실리콘, 탄화칼슘 등 중국에서 수입되는 원재료의 공급망 다변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통해 통상 리스크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미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여타 아시아 국가가 중국 제품의 우회 수출 경유지가 되고 있다고 판단해 단속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한국도 지난달 중국산 알루미늄 포일의 우회 수출 의혹으로 인해 미 상무부의 조사 대상으로 지목되는 등 미국 무역규제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또 미국이 대중 핵심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우방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해외 자원투자 협력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기존 양자에서 다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국제 무역협정의 조류에 맞춰 통상전략 점검 요구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전문가들은 본격적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협상이나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논의에 앞서 다자·복수국 협정에서 국익의 최선을 이끌어 낼 전문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강상엽 워싱턴무역관장은 "최근 현지 글로벌 경영컨설팅사들의 최대 화두는 지정학적 위기관리로 집약된다"며 "미국의 프렌드쇼어링 정책으로 대변되는 국제 통상 기류의 전환 속에서 우리 기업도 대내외로부터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을 수 있는바,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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