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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Pick] "당신 걱정뿐"…못으로 눌러쓴 김대중→이희호 옥중편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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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서울대병원 병실에 수감됐던 당시 이희호 여사에게 몰래 전달한 편지가 새로 공개됐습니다.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김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를 맞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남긴 서신을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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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갇혀 있던 특실병동 입구를 감시하는 교도관들의 모습.
(우) 병상에 누운 채 서울대병원으로 이감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 (사진=김대중평화센터)

김 전 대통령은 1976년 3월 1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윤보선, 정일형 등 재야인사들과 함께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3·1 민주구국선언'을 발표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당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 전 대통령은 진주교도소에서 복역하며 가족들에게 옥중 서신을 남겼고, 이후 지병이 깊어져 서울대병원으로 이감돼 옥살이를 이어가던 중에도 서신을 남겼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서신은 1978년 작성된 것으로, 기존에 공개됐던 옥중서신 19편 외에 추가로 발견된 서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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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옥중 서신 (사진=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당시 가족 외 접견은 물론 서신도 철저히 제한돼 있어 병실 면회를 온 이 여사가 김 전 대통령에게 몰래 메모지를 전달하면, 김 전 대통령이 못으로 종이를 눌러 글을 남겼다고 도서관 측은 설명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메시지는 다 쓴 서신을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 속에 숨겨두면 이희호 여사가 면회를 마치고 몰래 들고나오는 방식으로 전달됐습니다.

서신에는 "가을 이후 우리나라 정치 정세에 큰 변화가 올 것이오. 그 성격과 범위는 첫째 우리 민주 세력의 역량과 국민의 호응, 둘째 국내의 경제 및 사회의 동향, 셋째 박 씨(박정희 전 대통령)의 태도, 넷째 우방 특히 미국의 태도 등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오" 등 김 전 대통령이 당시 정세를 판단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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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전 대통령이 진주교도소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감된 후 병원을 찾은 이 여사의 모습. (사진=김대중평화센터)

서신 말미에는 이희호 여사의 건강을 걱정하는 남편의 애틋한 마음도 담겼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신 건강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오. 내 일보다 몇 배나 걱정을 하고 있소. 식사에 특히 노력할 뿐 아니라 저번에 말한 대로 보약을 좀 먹도록 하시오. 현재의 나를 돕는 최대의 길도 당신 건강이니 내 걱정을 생각해서라도 소홀히 생각 말도록 거듭 당부하오"라고 적으며 아내의 건강을 염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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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호 여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김대중평화센터)

김대중도서관 측은 "못으로 눌러 쓴 서신은 국내외적으로 다른 예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방식으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김 전 대통령이 1978년 가을 이후 유신 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도서관 측은 또 "주변의 감시를 피해 몰래 못으로 눌러서 한 글자 한 글자 글을 작성한 김대중의 의지는 가히 초인적이라고 할 만하다"라면서 "탄압이 심해질수록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의지 역시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덧붙였습니다.
유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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