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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실전재테크] "깰까 말까"…1주택자 청약통장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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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하면 가입기간 리셋

추첨제 기회 살려 '주택 갈아타기' 노려볼수도

집 팔 생각 없고 대출이자 부담 크다면

청약 깨는 것도 방법…"먼저 자산 플랜 꼼꼼히 짜라"

아시아경제

28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마련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접수처에서 청약 관련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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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A씨는 10년 넘게 돈을 부은 청약통장을 그대로 둘지 최근 고민이 많다. 매달 10만원씩 넣다보니 어느새 청약통장에는 1500만원이 넘는 돈이 쌓였다. 1주택자가 돼 당장 통장을 사용할 일이 없는데, 임신에 대출이자까지 오르면서 돈 나갈 일은 늘었기 때문이다. A씨는 "더이상 메리트도 없는데 이대로 두는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청약통장을 해지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부동산 커뮤니티를 들어가면 이 같은 고민을 하는 1주택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2년 간 청약 경쟁률이 고공행진하며 청약 당첨을 통한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영끌'로 구축 아파트를 산 2030세대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내 집 마련 이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청약통장. 해지하는게 나을까, 그대로 두는게 나을까.

◆집 팔면 청약자격 다시 주어지는데…해지 시 가입기간 '리셋'='밥 사먹을 돈이 있다면 청약통장은 유지하라'. 이는 청약시장의 오랜 격언으로 통한다. 청약통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은 '가입기간'을 이유로 든다. 청약통장을 해지하면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사실상 리셋이 되기 때문이다.

민간분양 청약물량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가점제 물량이다. 기준에 따른 합산 점수가 높을수록 당첨 확률도 높아지는데 이 중 하나가 청약통장 가입기간이다.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15년 이상이 지나면 17점 만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전체 만점(84점)에서도 비중이 적지 않다. 유주택자가 집을 팔게되면 가장 배점이 높은 무주택기간은 0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청약통장이 유지되고 있다면 최소한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셈이다.

특히 공공분양은 무주택 기간 3년만 유지하면 청약통장 납입금액이나 납입횟수로 당첨자를 가려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당장 청약통장을 사용할 일이 없다고 해도 해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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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라면 '주택 갈아타기'로 활용 가능해=유주택자라고 청약 신청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가점제 물량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추첨제는 1주택자도 신청이 가능하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역은 전용면적 85㎡ 초과 물량은 50%가 추첨제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70%가 추첨제 물량이다. 이 물량 중 25%에 한해서는 1주택자도 당첨이 가능하다. 단 당첨 시 6개월 내 기존주택을 처분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비규제지역에서는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아도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특히 비규제지역은 전용 85㎡ 이하 물량에서도 추첨제 물량이 적지 않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수도권이 아니라 비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면 유주택자여도 청약통장을 통해 신축 아파트로의 갈아타기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여 수석연구원은 "수도권에서도 가격, 입지, 단지 규모에 따라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하고 미분양되는 곳이 생겨나는 추세"라며 "과거보다 청약당첨 기회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각자 놓인 상황따라 전략도 달라질 수 있어…자산 플랜 꼼꼼히 짜야=다만 여전히 청약시장은 무주택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각자 직면한 상황에 따라 청약통장을 그대로 둘지, 해지할 지 판단도 달라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례로 내가 산 주택이 장기 보유 목적이었는지, 단기에 차익을 보고 팔 목적이었는지 구매 목적에 따라 청약통장 해지 여부에 대한 결정도 달라질 수 있다. 무리한 '영끌'로 집을 샀고, 치솟은 대출금리에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어졌지만 집을 팔 생각이 없다면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그 목돈을 활용해 대출원금을 일부 상환하는 것이 차라리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부양가족이 많다면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결정이 될 수 있다.

추첨제 물량에 덜컥 당첨이 됐다고 해도 분양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계획이 필요하다. 서울의 경우 전용 85㎡ 초과 물량이라면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은데, 9억원 초과 아파트는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보증을 서주지 않는 이상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분양가의 60%에 달하는 중도금을 대출 없이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유주택자가 됐다면 이제 규제지역에서는 청약 1순위가 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자금에 여유가 있다면 굳이 해지할 필요가 없겠지만, 개인마다 자금 사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자산 플랜을 어떻게 짜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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