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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27兆 美 휴미라 복제약 시장 뛰어든 삼성·셀트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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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정맥주사 형태의 램시마(왼쪽)와 피하주사 형태의 휴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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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미국 특허 만료를 앞두고,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바이오 업체들은 단순히 약값을 낮추는 수준을 뛰어넘어 주사를 맞을 때 통증을 줄이기 위해 약의 농도를 높이고, 오리지널인 휴미라와 교차해서 복용해도 되도록 허가를 받는 등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복제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 삼성에피스·셀트리온 등 ‘고농도’ 개발

18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휴미라 복제약인 ‘하드리마’의 농도를 높인 고농도 제형(100㎎/㎖)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휴미라 자체 고농도 제형 제품이 있지만, 복제약이 고농도 제형으로 미 FDA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저농도(50㎎/㎖) 복제약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환자들이 고농도의 약을 선호한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약의 농도를 높이면 1회 투약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사를 맞을 때 통증이 줄어들고 효과도 빨리 나타난다.

셀트리온은 휴미라 복제약 ‘유플라이마’를 처음부터 고농도(80㎎/㎖)로 개발했지만, 아직 FDA 승인은 받지 못한 상태다. 셀트리온 유플라이마는 지난 2월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받았으며, 연내 FDA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다. 셀트리온은 유플라이마에 통증을 유발하는 구연산염도 제거해 성능을 높였다.

◇ 美 시장만 20조원… ”6조~10조원 시밀러 가져간다”

휴미라 복제약 개발에 나선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도 고농도 제형 개발에 나서고 있다. 노바티스 자회사 산도스(하이리모즈)는 지난달 FDA에 자체 고농도 제형 허가를 신청했고, 암젠(암제비타)도 개발에 착수했다.

전세계 제약사들이 휴미라 미국 특허 만료를 앞두고 바이오 시밀러 개발에 뛰어든 것은 시장성을 높게 보기 때문이다. ‘휴미라’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등 총 14개의 질환의 치료에 쓰이는데, 지난 2011년 이후 9년 동안 단일 의약품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으로 기록됐다.

휴미라의 지난해 매출은 27조원(207억달러)로, 이는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의 연매출(약 20조원)을 뛰어넘는다. 휴미라의 물질 특허는 2016년 만료됐지만, 미국 시장은 특허 분쟁이 벌어지면서 복제약 출시 시기가 내년 하반기로 미뤄졌다.

한국·유럽에는 복제약이 이미 출시됐지만, 내년 미국 시장에서 진검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윤택 제약전략산업연구원 대표는 “미국 의료 시스템은 민간 보험 회사가 지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의약품 시장 구조 자체가 한국이나 유럽과는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국민건강보험이 있어서 환자가 약값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그 때문에 휴미라처럼 비싼 약이라도 복제약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한 달 약값 기준으로 휴미라의 가격이 복제약보다 8만원 정도 비싸지만, 환자가 체감하는 약값 차이는 8000원에 그친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약 값을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복제약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애브비의 리처드 곤잘레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올해 2분기 실적발표에서 “내년부터 휴미라 (미국) 매출은 최소 35%에서 최대 55%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휴미라의 연매출이 27조원이라면, 이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19조원 정도는 미국 시장에서 나온다고 한다. 결국 이를 역산하면 최소 6조원에서 10조원의 시장이 열린다는 뜻이다.

◇ “오리지널 뛰어넘는 ‘바이오베터’ 승부 봐야”

현재까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로 미국 FDA에 허가를 받은 곳은 ▲암젠(제품명 암제비타) ▲베링거인겔하임(실테조) ▲코헤러스(유심리) ▲화이자(아브릴라다) ▲비아트리스(훌리오) ▲하드리마(삼성에피스) ▲산도스(하이리모즈) 등 8곳에 이른다.

정 대표는 “암젠이나 릴리와 같은 다국적 제약사까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면서 시밀러 시장에서 승패의 핵심이 효과성에 집중된다”라며 “오리지널의 단점을 개선한 시밀러(바이오베터)로 승부를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항체의약품은 케미컬(합성의약품)과 달리 똑같이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바이오 시밀러(비슷하다)’라는 표현을 쓰고,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과 달리 교차 처방도 허용되지 않는다.

바이오 시밀러로 교차 처방을 하려면 ‘교체 가능’ 허가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셀트리온은 FDA에 유플라이마의 교체 가능 바이오시밀러 승인을 위한 글로벌 3상 임상시험 계획을 제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체코 등 유럽에서 휴미라와의 상호호환성 평가를 위한 임상 4상을 시작했다.

다만 교체 가능 바이오시밀러로 인정받는 것은 쉽지는 않다. 지금까지 FDA가 인정한 사례는 셈글리(란투스의 복제약), 실테조(휴미라의 복제약), 시멀리(루센티스 복제약) 등 3종에 그친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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