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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푸틴 "10명 출산하면 '영웅 훈장' 줄게"... 스탈린식 애국심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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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옛 소련 시절 '어머니 훈장' 도입
10명 이상 자녀 낳으면 2170만 원과 메달 수여
"'출산=봉사' 스탈린주의로 회귀" 지적도
한국일보

옛 소련 시절 스탈린이 도입한 '어머니 영웅' 훈장.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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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녀를 10명 이상 출산한 여성에게 훈장과 상금을 주는 옛 소련 시절 제도를 부활시켰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고 애국심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 시절 존재했던 '어머니 영웅(Mother Heroine)' 훈장을 다시 도입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사라진 훈장이 30여 년 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해당 훈장은 공을 세운 군인에게 수여하는 '러시아 영웅', 경제 및 문화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자에게 주는 '노동 영웅'과 함께 러시아 최고 훈장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어머니 영웅 훈장은 10명 이상의 자녀를 낳은 여성에게 주어진다. 다만 10번째 아이가 태어난 뒤 1년이 지나야 하고, 다른 9명의 자녀들이 살아 있는 경우에 한해 수여한다. 훈장 수상자는 금·다이아몬드로 만든 메달과 상금 100만 루블(약 2,170만 원)도 받는다.

대통령령은 7명 이상 또는 4명 이상을 낳아 양육한 여성도 '부모 영광' 훈장을 수여하고 각각 50만 루블(약 1,080만 원), 20만 루블(약 430만 원)의 상금을 주도록 했다.

어머니 영웅 훈장은 1944년 스탈린 옛 소련 서기장이 처음 만들었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2,900만 명에 달하는 소련인이 희생되자 출산을 장려해 인구 감소를 극복하려는 취지였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어머니 영웅 훈장이 사라질 때까지 약 43만 명의 여성들이 해당 훈장을 받았다.

푸틴 대통령이 어머니 영웅 훈장을 다시 도입한 이유 역시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현재 1억4,5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러시아 인구는 저출생으로 인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러시아 연방통계청 로스스타트(Rosstat)에 따르면, 러시아의 올 1~6월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6.3% 감소했다. 옛 소련 시대 정책 부활로 애국심을 높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악화한 여론을 수습하려는 목적도 있다.

크리스틴 로스 에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부교수는 "어머니 영웅 훈장의 부활은 과거 스탈린주의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당시에는 출산과 양육을 조국에 대한 봉사로 여겼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러시아 내에서 강해진 애국주의·민족주의 운동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김호빈 인턴기자 hobeen05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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