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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유통주 '재고와의 전쟁'서 상처…천원숍 주가만 신났다 [월가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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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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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월마트 등 미국 주요 유통 기업들이 2분기 재고 문제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타깃은 재고를 할인가에 처리하며 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현지시간) 타깃은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약 87% 감소한 3억2100만달러의 영업이익과 약 90% 줄어든 1억83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1.2%에 불과해 지난 6월 제시한 부정적 전망(2%)에도 미치지 못했다.

타깃의 2분기 이익이 급감한 가장 큰 이유는 재고 처리 비용이다. 타깃은 소비 둔화로 인해 경기소비재(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재화) 성격의 전자제품, 의류 등을 재고로 떠안았고, 이를 할인 등 행사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단기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재고를 덜어내는 과정이 단기 이익에 매우 큰 압박을 줬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옳은 판단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재고는 타깃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 유통 산업 전체에 걸쳐 이익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유통 기업들이 보유한 재고는 대부분 경기소비재다. 경기소비재는 유통 기업에 높은 마진을 남겨주지만, 생활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아 소비자가 돈이 없을 때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는 품목이다. 인플레이션 수준이 너무 높아 소비자가 경기소비재를 덜 구매하기 시작했고, 이는 고스란히 유통 기업들의 재고가 돼버렸다. 유통 기업 입장에서는 타깃과 같이 할인 등으로 재고를 처리하면 당장 이익이 줄고, 그렇지 않으면 재고를 계속 쌓아둬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타깃과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TJX도 지난 7월 30일 기준 70억8330만달러규모의 재고가 쌓여 있다고 밝혔다. TJX 재고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9.25% 늘었다. TJX는 할인매장 TJ맥스 등을 보유한 기업이다.

전날 매출과 순이익 모두 전망치를 웃돈 실적을 공개한 월마트도 재고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약 25.5% 증가한 599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월마트는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급 업체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주문을 최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닐 손더스 글로벌데이터 리테일 분석가는 "월마트가 이런 규모로 주문을 취소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이는 소비자 수요가 얼마나 줄었는지, 월마트가 현재 보유한 재고와 처리해야 할 재고 규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주요 유통주들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타깃(-24.41%), TJX(-9.28%), 월마트(-3.55%) 모두 연초보다 주가가 떨어졌다. 반면 달러트리(19.13%), 달러제너럴(8.52%) 등 '미국 천원숍'으로 불리는 초저가 유통주만 연초보다 주가가 상승한 상태다.

한동안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 기조에 따라 유통주 내에서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카드 데이터를 취급하는 어피니티 솔루션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에서 할인점 소비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난 데 반해 백화점 소비액은 2.4% 줄었다.

안석훈 키움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저렴한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월마트·달러트리·달러제너럴 등 유통 기업이 중고가 제품을 취급하는 타깃 등보다 주가 흐름이 한동안 좋을 것"이라며 "다만 달러트리와 달러제너럴은 주가가 다소 오른 상태라 차익 실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돈을 써야 유통 기업이 좋기 때문에 산업 전반에 걸쳐 부진했던 3분기 이후 4분기 연말 쇼핑시즌에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아직 미국은 팬데믹 때 저축한 정부지원금이 넉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남은 하반기에는 유통 기업의 비용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소매 업체의 하반기 주가 흐름은 매출보다 마진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하반기 비용 반영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월마트의 경우 전자기기, 레저용품 등 재고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는 품목 위주로 추가 재고 축소가 필요해 고마진 상품의 매출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유통 기업에 높은 마진을 남겨주는 경기소비재 상품 수요가 단기간에 반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7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과 동일하게 집계됐다. 유가가 하락해 주유소 매출이 줄어들고, 금리가 올라 자동차 구매액도 감소했다. 휘발유 가격이 떨어져 절약한 돈으로 소비자들이 다른 품목 지출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결국 소매판매는 전월 수준에 그쳤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소매판매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변화가 관측됐다"며 "7월에는 아마존 프라임데이가 있었는데, 행사만으로는 계절조정된 소매판매지수가 영향을 받지 않아도 사람이 유독 많이 몰려 전자상거래 매출이 다른 항목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 상승으로 어려운 미국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입하기 위해 아마존 프라임데이를 활용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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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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