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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수박소통” vs “양두구육” 여야 과방위 충돌… 여가위서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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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원구성 뒤 27일 만인 18일 첫 상견례를 했지만 파행됐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과방위원장의 회의 운영방식과 법안소위 구성 등에 항의하다 집단 퇴장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수박소통’, ‘양두구육’ 등, 여야가 상호 민감해하는 단어를 써 가며 상대를 자극하는 듯 촌극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간사 내정자인 박성중 의원은 “위원장은 과방열차는 늘 정시에 출발한다면서 국민의힘이 과방위 운영을 지연시킨다고 호도했다”며 “그 열차는 자기들 마음대로 운행하는, 폭주하는 설국열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간사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연 정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정 위원장이 협의 없이 회의 일정을 통보한다며 지난달 27일, 29일 전체회의에 불참했다. 국민의힘 간사는 선임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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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불출석 및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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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 허은아 의원도 “정 위원장은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상임위를 진행한다”며 “지금 민주당이 말하는 것을 듣다 보면 민주당스러운 꼼수소통이자 겉과 속이 다른 수박소통”이라고 지적했다. 윤두현 의원도 정 위원장을 향해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이처럼 독단적으로 할 것 같으면 저희에게 (회의장에) 오라고 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정 위원장은 오히려 국민의힘이 회의에 불참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정 위원장은 “첫 회의는 간사가 없기 때문에 위원장이 진행할 수밖에 없다. 정식 선임 안됐지만 내정됐기에 제가 위원장으로 선출된 날 박성중 의원에게 문자를 보냈고, 이후 연락에서 언제 보자고 한 뒤 기다렸다. 안 와서 연락했더니 한의원에 있다고 하고는 안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첫 회의는 열어야 간사를 선임할 것 아닌가. 그래서 상견례 후 간사 선임을 위해 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불참했고, 그래서 조승래 민주당 간사만 선임된 것”이라고 받아쳤다. 정필모 의원은 “우리 당을 향해서 ‘수박소통’이라는 말로 폄하하고 모욕한 것을 사과하라”며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여당은 양두구육식 소통을 하는 것이냐”고 되받았다.

정 위원장이 법안심사 소위원회 구성의 건을 상정하고 의결하려 하자 다시 소동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다룰 제2소위(정보통신방송소위) 위원장을 민주당 조승래 의원으로 하는 안을 가져왔다. 이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위원장석으로 다가가 항의 의사를 표했다. 정 위원장은 “제 몸에 손대지 마세요. 위원장석에서 떠나세요. 경고합니다. 국회선진화법상 고발할 수 있다”고 했고, 이에 권 의원은 “고발해, 고발해”라고 맞섰다. 한 차례 정회한 뒤 다시 열린 회의에서 정 위원장은 소위 구성 표결을 진행했고, 국민의힘은 “일방적 표결”이라며 항의한 뒤 모두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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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열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왼쪽부터), 임승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김의철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회의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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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오후 결산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불출석한 것을 두고서도 여당을 비판했다. 전날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소관 기관장들에게 “내일 결산회의에 출석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정 위원장은 “이것은 삼권분립을 무시한 반헌법적 사태”라며 “과기부 장관은 오늘 불출석 경위서를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여야의 충돌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여성가족부 폐지 로드맵이 아직 나오지 않은 점을 걸고넘어졌다. 여가부 김현숙 장관과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해온 기능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국회·국민·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반박하며 여가부 폐지는 의지는 분명하다고 맞받았다.

김 장관은 여가부 폐지가 필요한 이유를 묻는 민주당 위성곤 의원 질의에 “호주제 폐지·(성범죄) 친고죄 폐지 등 성과는 냈지만, 시대가 바뀌어 현재 여가부의 틀로는 세대·젠더 갈등 해소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김 장관은 5월 17일 취임 후 한 달 만인 6월 17일 조직개편을 논의하기 위해 여가부 내 전략추진단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6월 21일부터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장관이 직접 주재한 회의가 총 11차례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여가부를 폐지하는데 국회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가능한가”라고 묻자 “정부조직법을 국회에 내면 국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의원이 “부처를 폐지하겠다는 장관과 무슨 정책을 논하나. 여가부 폐지를 위해 장관에 임명됐나”라고 따지자 김 장관은 “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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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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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날 쟁점이었다.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은 성 평등 문화 확산을 취지로 한 사업으로 청년이 젠더 갈등을 포함, 각종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사업이다. 김 장관은 남성 참여가 줄어들고 있다는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 질의에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계약이 다 체결이 돼 여성가족부 수장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사업이라고 생각을 했고, 제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이건 사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김 장관은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을 운영하는) 사회적 협동조합과 이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개편으로도 사업 한계 극복이 어렵다고 판단해서 중지 방향으로 서로 의사를 얘기하고 있고 현재는 계약 관계 규정에 따라 정산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며 “(사업을) 폐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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