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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전기차 화재 진압용 ‘이동식 침수조’ 보유 전국 3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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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시도중 부산-경기-세종만 보유

동아일보

올 6월 4일 부산 소방관들은 화염에 휩싸인 전기차 주변에 이동식 침수조를 설치하고 물을 채워 화재를 진입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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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기차 보급이 급증하는 가운데 전기차 화재 진압에 가장 효과가 높은 ‘이동식 침수조’를 보유한 광역자치단체가 전국 17개 시도 중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기차 보급이 5년 새 20배 가까이로 늘었고 전기차 화재도 증가세인 만큼 진압장비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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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동아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17개 광역지자체 소방본부의 ‘전기차 화재진압장비 구축 현황’을 확인한 결과 ‘이동식 침수조’를 갖춘 곳은 6월 말 기준으로 부산(11개)과 경기(2개), 세종(2개)뿐이었다. 이동식 침수조를 보유하지 않은 한 소방본부 관계자는 “어떤 장비가 전기차 화재 진압에 가장 적당한지 검토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했다.

전기차는 화재 때 아무리 물을 뿌려도 불씨가 되살아난다. 배터리 온도가 순식간에 1000도까지 오르는 ‘열폭주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크레인으로 화재 차량을 들어올려 물이 든 침수조에 담그는 방식이 도입됐지만, 2020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아파트 주차장 화재처럼 실내에선 크레인 가동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이동식 침수조는 설치와 활용이 상대적으로 간편하고 화재 진압 효과도 가장 높다. 올 6월 4일 부산 강서구 서부산요금소 충격흡수대를 들이받은 전기차가 화염에 휩싸였을 때 이 장비가 활용됐다. 당시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차량 주변에 조립식 벽을 설치하고 그 안에 물을 쏟아부어 배터리를 오랜 시간 물에 잠기게 해 불을 껐다. 한남동 사건 이후 부산시가 선제 대응에 나서 이동식 침수조를 미리 확보해둔 게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정용근 경남정보대 수소전기자동차학과 학과장은 “불이 붙은 배터리셀이 외부 산소와 결합해 계속 타는 것을 막으려면 물에 계속 잠기게 해야 한다”며 “지금으로선 이동식 침수조가 전기차 화재 대처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한국전기차협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내연기관 차량 화재는 1000L의 물만 있으면 진압되지만 전기차를 물에 담그지 않을 경우 10만 L의 물이 필요하다”며 “이동식 침수조가 전국 소방본부마다 다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은 연말까지 4개, 경기는 5개의 이동식 침수조를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전기차 보급 급증세를 감안하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전기차 수는 29만8633대로, 2017년(1만5869대)의 18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2017년 1건에 불과했던 전기차 화재도 지난해 23건,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17건이 발생하는 등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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