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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철수'와 '선택&집중'의 차이…엇갈린 SC제일-씨티銀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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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銀, 상반기 순이익 2121억…전년比 15%↑

한국씨티은행은 787억…전년比 1.7% 뒷걸음

소매금융 대응 전략 차이 영향

아시아경제

박종복 SC제일은행장(제공=SC제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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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외국계 은행들의 상반기 실적이 엇갈렸다. 이자이익 증가로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준수한 성과를 거뒀지만 한국씨티은행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소매금융 유무에 따른 이자이익 차이와 함께 각종 비용 관리에서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21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한 규모다. 다시 코로나19 이전인 2000억원대 순이익으로 돌아온 것이다. 앞서 SC제일은행은 박종복 현 행장이 취임 직후인 2016년부터 매년 2000억원대 순이익을 거뒀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영향과 일회성 희망퇴직 비용(2527억원)이 발생하면서 순이익이 1280억원으로 급감한 바 있다.

비용도 지난해 상반기 대비 9.6%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실시한 특별퇴직 효과가 올해부터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자산규모는 99조9429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3조2286억원(15.3%) 증가하며 100조원을 눈앞에 뒀다.

일찌감치 소매금융 부문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앞서 SC제일은행은 단순 점포 수 감소가 아니라 일부 은행 지점을 복합점포로 변경하고 신규 지점은 자산관리(WM) 및 PB(프라이빗뱅커) 센터 기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복합점포는 은행과 증권이 결합한 형태로 WM사업의 최전선격이다. SC제일은행이 내세운 복합 점포들은 대부분 서울 강남과 부산 해운대 등 ‘부촌’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 SC제일은행 고위 관계자는 “‘명품’ 상품처럼 은행에서도 부자들이 원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꾸준히 추진했다”며 “기존 제일은행 고객들의 이탈도 막고 시중은행이 할 수 없는 틈새시장을 노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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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은 다소 주춤한 실적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 78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7%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총수익은 19.7% 감소한 4545억원을 기록했다.

소매금융 철수가 빠르게 진행된 영향이 컸다. 금리 인상기 대부분 은행들이 이자수익이 크게 늘어났지만 씨티은행은 40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늘어났을 뿐이다. 고객 대출자산도 지난해 6월 24조442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0조4339억원으로 16.4% 감소했다. 비이자수익도 급감했다. 4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넘게 줄어든 것이다. 자산관리 부문 수익과 채권 관련 수익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매금융 철수는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끼쳤을 정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월 초 한국씨티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소매금융 철수로 여·수신 기능이 약해지고 시장 지위가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SC제일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은 여전히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소매금융 부문에서 ‘철수’와 ‘선택과 집중’ 전략의 차이가 드러난 셈이다.

다만 소매금융 철수는 글로벌 본사 차원의 방침인 만큼 향후 씨티은행은 기업금융에 더욱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고객 보호와 지원을 최우선으로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라며 “기업금융 사업부문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고객의 성장 및 씨티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가겠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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