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서 과거 '구민회관보다 못한 시설' 발언 소환하자
"멀쩡한 청와대 버려 놓고... 신축은 다른 문제"
지난 8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으로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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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총예산 878억 원 규모로 책정돼 논란을 빚은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과거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비판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18일 "청와대로 돌아가시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여권에서 탁 전 비서관의 과거 발언인 "말이 영빈관이지 구민회관보다 못한 시설"이라는 발언을 영빈관 신축 사업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근거로 사용했는데, 이에 당사자가 반응에 나선 것이다.
탁 전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3년 전 나의 발언을 꺼낸 것은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나 그 의도와 논리의 박약함은 애잔하기도 하다"면서 "국가 대사를 3년 전 나의 페이스북 발언 정도로 당위성을 주장하면 누가 동의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지난 5월 개방된 옛 청와대 영빈관을 찾은 시민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실을 이전하더라도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배우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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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전 비서관은 과거 자신의 발언에 대해선 "영빈관이 원래 숙소 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청와대는 숙소 기능이 없고 공간이 협소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블레어하우스, 중국의 조어대, 일본의 아카사카 이궁 등 해외의 '영빈관'은 본래 외빈 숙소 기능과 의전행사장 기능을 겸하는 장소인데, 청와대의 영빈관은 국가행사 장소 기능만 있어 문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건축이 아니라 신축은 다른 문제"라면서 자신의 입장이 영빈관 신축을 지지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에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를 폐쇄하지 않고 기존의 '영빈관'을 개·보수하여 국빈행사에 어울리는 장소로 만들고, 여기에 숙소의 기능을 더하겠다면 미력이나마 나라도 앞장서서 응원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탁 전 비서관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했던 말들, 아무 문제가 없고, 모든 기능은 대안이 있으며,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던 말들은 이제 와서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라면서 "결국 멀쩡한 청와대를 버리면서 예견되었던, 지겹도록 반복해서 경고했던 일들은 이렇게 현실이 되고 있다.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고, 그때마다 윤석열 정부의 원죄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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