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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조문 취소·韓美회담 불발에 비속어 논란까지… 尹 순방 '예고된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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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英美加 순방 마무리… 갖은 논란에 野혹평·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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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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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5박 7일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은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취소로 시작해 미국에서의 비속어 논란으로 종결됐다. 대통령실이 성사를 공언한 한미정상회담은 불발됐고, 캐나다 일정은 비속어 논란 여진에 짓눌렸다. 순방 막바지 국정지지율이 20%대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야당에서는 '빈손·비굴·막말 외교'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아마추어리즘이 빚은 '예고된 참사'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캐나다 오타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및 공동 기자회견을 끝으로, 지난 18일부터 이어진 해외 3개국 순방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 英서 '의전 홀대' 논란… 美선 정상외교 '흔들'

순방 시작부터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윤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國葬) 참석차 방문한 영국 첫날(18일) 일정부터 스텝이 꼬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을 찾아 조문하는 일정이 취소되면서 '의전 홀대'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현지 교통 사정에 따른 영국 왕실의 '조문 순연' 안내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튿날(19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여왕의 국장 참석 후 조문록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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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각)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지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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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유엔 무대 데뷔전으로 주목받은 미국 뉴욕에서는 '정상 외교'가 흔들렸다. 20일 유엔총회 연설은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일찌감치 합의됐다"고 밝힌 한미회담은 불발됐고, 한일회담은 규모·형식이 대폭 축소되면서 성과 측면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게 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는 구체적 의제를 정하지 않은 30분 '약식 회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48초 스탠딩 환담'에 그쳤다.

정상 간 만남 과정·내용도 아쉬웠다. 윤 대통령은 21일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친구들' 행사장에 직접 찾아가 약식 회담을 가졌다. 대통령실의 이른 회담 합의 발표에 일본 측이 부인하는 등 회담 성사 여부를 두고 수일 간 혼선이 빚어진 뒤였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양 정상은 양국관계 개선·북핵문제 공조 등에 공감대를 모았지만, 강제징용 배상 해법 등 민감한 의제에 대한 가시적인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과는 같은 날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만남이 성사됐다. 당초 윤 대통령 일정에 없었지만, 행사를 주최한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행사 종료 후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선 채로 약 48초 대화를 나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하면서 앞서 조율된 한미 스타트업 서밋·K-브랜드 엑스포 등 경제 행사는 모두 불참하게 됐다.

이후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주최 리셉션에서 다시 만난 것을 끝으로 한미정상회담은 최종 무산 수순을 밟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영국행·국내 정치 일정 문제 등으로 뉴욕 체류 기간이 단축된 여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김 차장의 한미·한일회담 합의 발표가 섣불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이 영국(버킹엄궁 리셉션장)·미국에서 총 3차례 만나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금융 안정화 협력 ▲확장 억제를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모두 현실적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운 만남이었다.

◆ 순방 잠식한 '이 XX'… '野 지칭' 해명에 후폭풍 지속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은 이번 순방의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행사장을 나오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냐"라고 말하는 듯한 발언이 영상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빚어진 논란이다. 이튿날(22일) 대통령실은 '바이든'은 '날리면', '국회 이 XX들'이 지칭하는 대상은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 즉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해명하면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 윤 대통령이 행사에서 글로벌펀드에 1억달러 공여를 약속했는데, 거대야당 민주당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날리면'(통과시켜주지 않으면) 나라의 면이 서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라는 것이 김은혜 홍보수석의 설명이었다.

'이 XX' 표현이 미 의회가 아닌 민주당에 대한 발언이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민주당은 "외교 참사 대신 169명 민주당 의원들에게 화살을 돌려보자는 저급한 발상", "빈손·비굴 외교에 이어 막말 사고 외교로 국격을 실추시켰다"(박홍근 원내대표)고 반발했다.

같은 날 오후 뉴욕에서 캐나다로 향한 윤 대통령은 순방 막바지 일정에 들어갔지만, '비속어 논란'에 대한 민주당의 파상공세가 종일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30%대에서 한 주 만에 2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시간으로 2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 대상·20~22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28%로 나타났다. 전주(33%) 대비 5%포인트(p) 하락한 것.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2%p 오른 61%였다.(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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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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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된 참사… 외교·안보라인 교체해야"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보다도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의 무능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지난 15일 한미·한일정상회담 '합의'를 상대국에 앞서 발표했다가 거듭된 혼선·역풍을 초래한 김태효 1차장을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외교는 말과 의전인데, 이번 순방에서는 두 가지 모두 실패했다"며 "대통령 본인 리스크도 있었지만 의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아마추어가 없다. 외교·안보라인을 대폭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김 차장의 (15일) 발표는 굉장히 심각하다. 내각제인 일본에서 20%대 지지율이면 '기시다 정권 나가라'는 상황인데, 우리가 일방적으로 회담을 발표해버리면 기시다 입장에서 곤란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발표도 섣불렀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미국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사과하고 넘어가면 됐을 문제"라면서 "오히려 'xx는 민주당'이라는 식으로 대응을 기가 막히게 했다"며 홍보라인의 대처를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조문 불발, 한일회담 논란, 48초 논란, '이 xx' 논란까지 겹치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귀결된 순방"이라며 "정부에 외교 역량이 있는지, 대통령실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차장이 한일·한미회담 합의를 먼저 발표했는데, 나중에 까보니 아무것도 안 됐다"며 "외교를 일방적 홍보 대상으로 본 것이다. 예고된 참사"라고 비판했다.

엄 소장은 "김 차장의 발표에 일본 측이 무산설을 흘렸지 않나. 일본이 회담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찾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그래서 의제 없이 약식회담 내지 비공개 간담회가 된 것"이라며 "뭘 합의한다기보다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회담을 하기는 했어야 했는데,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일본에 끌려다니며 국민을 허탈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 쟁점 중 IRA와 통화스와프는 정상회담을 했어도 풀기 어려운 과제였다"며 "IRA는 12월 미국 중간선거 때문에, 통화스와프는 연준(미 연방준비제도)에 주도권이 있기 때문에 합의가 어려웠는데 정부가 국민 기대치를 너무 높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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