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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김만배가 정진상 만나 대장동 사업 물꼬 텄다” 증언[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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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28화입니다.》

“(2014년에) 김만배가 유동규 설득이 잘 안되니까 유동규 위에 있는 정 실장에게 얘기해서 (정 실장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는) 정도 얘기는 들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55차 공판에서 정영학 회계사는 증인석에 앉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이어 “이게 (사업이 되게) 해주겠다는 이런 정확한 의미보다는 저희가 전달받기로는 ‘내년 상반기까지 하겠습니다’였다”면서도 “‘(사업이) 되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했습니다.

정 회계사가 ‘정 실장’으로 지칭한 인물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입니다. 이는 지난 대선 시기 알려진 정 실장이 대장동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과 ‘의형제’를 맺었다는 의혹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앞선 올 5월 열린 26차 공판에서 재생된 2014년 6월 29일 자 정영학-남욱 간 통화 녹음파일에서 남욱 변호사는 “정진상, 김용(전 민주당 선대위 조직본부장), 유동규, 김만배 네 분이 모여서 의형제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정 실장이 이야기했다고 (들었다)”고 정 회계사에게 말합니다. 남 변호사가 김 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정 회계사에게 전하는 상황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남 변호사는 이어 “만배 형이 처음으로 정 실장에게 대장동 얘기를 했대요”라며 “(정 실장이) ‘전반기에 다 정리해서 끝내야지요 형님. 무슨 말씀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얘기했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합니다. 대장동 사업은 실제로 2015년 상반기인 6월 15일에 사업 협약을 마쳤습니다. 재판에서 녹취록이 공개됐던 당시 정 실장은 동아일보에 “그들 간의 허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사건 피고인인 대장동 5인방 중 한 명인 정 회계사는 이날 증인 신분으로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와 이 같은 대화를 나누게 됐던 경위와 대화의 의미를 직접 설명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장동 사업 초기 경과를 되짚어봐야 합니다.

● 정영학 “성남도개공 설립을 통해 다시 대장동 사업 추진 동력 얻어”

정 회계사의 증언 내용 등을 종합하면 정 회계사는 2009년 이강길 씨세븐 대표 등이 대장동 민영개발을 추진하던 당시 사업에 처음 참여했습니다. 같은 해 법률자문 등 역할을 위해 합류했던 남 변호사는 2011년 본인이 사업을 인수했습니다. 이후 성남시 인맥이 필요해진 남 변호사는 2011~2012년경 친구인 배모 기자(나중에 천화동인 7호 소유주가 됨)를 통해 기자였던김만배 씨를 소개받았습니다. 정 회계사는 “그 당시 남 변호사나 저나 인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쪽 사업을 하기 위한 창구 역할로 (김 씨가 대장동 사업 참여를)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등은 애초 대장동 사업을 환지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대장동 사업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1%를 출자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 뜰을 통해 토지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간단히 말해 수용 방식은 사업 시행자가 보상금을 주고 원주민의 땅을 사와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고, 환지 방식은 개발을 진행한 뒤 원주민에게 땅을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사업 방식이 바뀐 경위와 관련해 정 회계사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첫째로 정 회계사는 “원래 도시개발사업은 땅을 가진 사람이 우선권이 있는데 성남시는 생각이 좀 달랐다”며 “(2010년 이 대표의 성남시장 당선 뒤) 성남시가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하는데 시장이 당선되면 4년씩 가지 않으냐. ‘환지 방식은 죽어도 못 해주겠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공사 설립이 필요했다”고 했습니다.

다음으로 정 회계사는 “환지 방식으로 하다가 자금 조달이 잘 안됐다. (토지를) 추가 매입할 여력도 없고 해서 저희가 (사업 추진이) 스톱 상태였다”며 “하지만 공사가 설립이 되면 다시 (수용 방식으로 사업에)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겠다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검찰이 “결국 토지 매입을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서 수용 방식으로 진행하기 위해 공사 (설립을 위한) 로비를 시작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2012~2013년 김 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위해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과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로비를 벌였습니다. 최 전 의장은 2013년 2월 시의회에서 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를 주도했고 같은 해 9월 성남시의 100% 출자로 공사가 설립됐습니다.

● 정영학 “김만배가 정진상·김용 만나 사업 추진에 확실한 물꼬 텄다”

문제는 공사를 통한 수용 방식으로 대장동 사업이 진행될 경우 민간사업자 공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수년간 환지 방식 사업 추진을 위해 꾸준히 대장동 토지 작업을 해왔던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등이 사업자로 선정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간에 ‘김 씨가 정 실장 등을 만났다’는 대화가 이뤄진 시기가 이때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김만배, 유동규, 정진상, 김용 사이 대장동 개발사업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수용 방식으로 사업을 하더라도 사업자로 선정될 기회를 김만배가 만들어왔다”고 진술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이날 법정에서 사실대로 진술한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정 회계사에게 “정 실장이 (김 씨를 만나) 얘기를 듣고 (난 뒤) 유 전 직무대리가 증인과 김 씨, 남 변호사를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주기 위한 구체적 방식도 얘기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정 회계사는 “김 씨가 ‘일단 건설사 빠지고 금융기관 위주로 하고, 어차피 심사위원 싸움이니까. 그래서 내부에 좀 하면 100% 선정까지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거의 선정되지 않겠냐’고 제게 말했다”고 했습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실제로 김 씨와 유 전 직무대리 등의 공모를 통해 2015년 초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에 건설업자의 사업 신청 자격 배제 등 내용을 담은 이른바 ‘7개 독소조항’이 반영됐습니다. 이후에는 정민용 변호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편파 심사’를 통해 화천대유 측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또 2014년 6월 김 씨가 정 실장 등과 모임을 가진 시기부터 김 씨가 대장동 사업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것이 정 회계사의 설명입니다. 정 회계사는 검찰에서 “김만배가 정진상, 유동규, 김용 넷이서 모임을 가지고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에 대한 확실한 물꼬를 텄다. 그러면서 김 씨가 사업을 총괄하며 유동규와 단독으로 접촉했다”며 “(동시에 김 씨가) 저에게는 은행 컨소시엄 구성을 알아보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것 등을 지시했고, 남욱에게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민용과 접촉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 재판부, 내달 ‘유동규·김만배·남욱·정민용’ 신문 진행 예정

재판부는 이에 앞서 16일 열린 53차 공판에서 검찰이 확보해 제출한 증거들에 대한 진정성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앞서 재판에 출석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 등을 다시 증인으로 불러 신문을 진행했습니다. 19일 54차 공판에서는 예정됐던 서증조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재판부는 앞서 서증조사를 마치면 정 회계사를 포함해 각 피고인들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다음 재판은 30일 열립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측에서 실무자로 일한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 이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정 회계사에 대한 신문이 이어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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