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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尹 대통령 '순방 리스크'에 與 집안싸움…유승민 vs 김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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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우리 야당을 말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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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정치권에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분열하는 모습이 보인다. 외교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어 여당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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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이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야당을 언급한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여당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와 눈길을 끈다. 속된 표현으로 "쪽팔리다"라는 강한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여당으로서 할 소리냐"며 입단속을 하고 있다. 외교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어서 여당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논란에 대해 "우리 야당을 말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많이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야당의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아직 한국에 귀국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정권은 바뀌는 거고 대한민국은 영원한 것인데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대통령 외교 활동 중엔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그런 풍토를 만들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당에까지 불똥이 튀자 주 원내대표는 다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원내 사령탑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컨벤션 효과'를 맛보기 보다 뒷수습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윤 대통령의 비속어와 관련해 당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입장이 없다. 여당이 왜 사안마다 입장을 다 내야되나"라며 거리두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미국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각)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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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외교 참사' 대목을 조목조목 짚으며 "정신 차리십시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부끄러움은 정녕 국민들의 몫인가요?"라고 힐난했다.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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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님, 정신 차리십시오"라며 윤 대통령의 '외교 참사' 대목을 조목조목 짚으며 대립각을 세웠다. 유 전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미국 순방 중 나온 윤 대통령의 비속어 영상을 공유하며 "나토 방문은 온갖 구설만 남기고, 한국까지 온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은 패싱했다"면서 "영국 여왕 조문하러 가서 조문도 못 하고, 유엔 연설은 핵심은 다 빼먹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예고된 한미정상회담은 하지도 못하고, 한일정상회담은 그렇게 할 거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마침내 카메라 앞에서 '이XX들...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말 X팔린 건 국민들입니다. 부끄러움은 정녕 국민들의 몫인가요?"라고 힐난했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이 당내 갈등으로 번지는 분위기도 보인다. 집권 여당으로서 윤 대통령을 두둔하고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되지만, 차기 당권 주자로 유 전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만큼 견제구를 날리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김기현 의원은 유 전 의원을 향해 "이런 자극적 표현은 결과적으로 자기 얼굴에 침 뱉기일 뿐이다"며 "국익을 키워나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대통령의 순방성과를 평가해야 할 우리 당 내에서 대통령을 향해 '쪽팔리다'느니 하면서 과도한 비난과 폄훼를 쏟아내는 건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도의에 맞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상현 의원도 "정말 유 전 의원께서 직접 쓴 글 맞나? 믿을 수 없다"며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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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유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한 것에 대해 "'쪽팔리다'느니 하면서 과도한 비난과 폄훼를 쏟아내는 건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도의에 맞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을 엄호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행보로 분석된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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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이 커지자 국민의힘은 총력 대응에 나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첫해 중국 방문 당시 불거진 '혼밥' 논란을 소환했다.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고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전략이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야권에서) 외교 참사라고 공격하는데 문 전 대통령 중국 방문 때 '혼밥'을 하고 우리 언론인이 공안에 두드려 맞았던 일이 진정한 외교 참사였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린다"라고 했다.

여당이 대통령실 입장을 대변하며 엄호에 나서자 당 안팎에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자칫 외교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여당' 으로서 마땅한 대안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와 관련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즉각적인 사실관계 확인에 돌입했어야 했고 당 차원에서 미국에게 사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진단했다. 여당이 선제적 행동을 취해 논란을 최소화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지도부 체제가 계속 변경되는 상황에서 어떠한 논란도 잘 수습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줬어야 했다"며 "야당 탓을 할 게 아니라 먼저 사과해서 공격을 막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의 '쓴소리'를 내뱉는 당내 인사가 적다는 아쉬움도 있다.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심각한 사안에서 유 전 의원의 비판은 적절했다"며 "당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 나와 대통령실 운영에 조언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거짓말로 덮거나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을 내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당·정이 함께 여론의 뭇매를 맞자, 당내에선 '산 넘어 산'이라는 탄식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또 터졌다"며 "하나하나 메꿔가는 듯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상황이 일단락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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