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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文의 관심 필요 없어”... 김정은, 평양공동선언 직후 트럼프에 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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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9년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맨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만났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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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이 이뤄진 직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가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편지에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언급하며 북미협상에 관여하지 않길 바라는 의중을 내비쳤다.

25일 한미클럽이 발행하는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4월∼2019년 8월 주고받은 친서 27통을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내용은 2018년 9월21일자 친서에 담겼다. 김 위원장은 이 편지에 “저는 향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며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해당 친서를 보낸 시점은 김 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과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불과 이틀 뒤다. 당시 두 정상은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한다는 등의 합의가 담긴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귀환 보고에서 “김 위원장과 비핵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의 시간을 비핵화를 논의하는 데 사용했다”며 “김 위원장은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한미클럽을 통해 “한마디로 문 전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 미국의 고위 관료들도 협상에 개입하지 않길 바라는 속내도 내비쳤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이 취소된 직후인 2018년 9월6일자 친서를 보면 “각하의 의중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폼페이오 장관과 우리 양측을 갈라 놓는 사안에 대해 설전을 벌이기 보다는 각하와 직접 만나 비핵화를 포함한 중요한 현안들에 관해 심층적으로 의견을 교환함이 더 건설적”이란 내용이 담겼다.

김 전 차관은 “서한을 볼 때 김 위원장은 담판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설득해 입장을 관철하기를 원했고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며 “친서 곳곳에서 톱다운(하향식) 방식 협상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협상을 이어가고 싶단 내용의 친서를 보내 김 윈장을 달랬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2019년 3월 22일자 친서에서 “우리의 만남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위원장님과 저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 “함께 성취할 수 있다는 큰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 등 추가 협상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고, 자신이 김 위원장과 ‘친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 친서가 결과적으로 그해 6월 30일 (남북미 정상) 회담의 도화선이 됐다”며 “트럼프는 대북 관계 개선 의지가 분명했고 대북 압박을 기조로 한 실무자들의 태도와는 달리 현실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가 아니라, 김정은이 가라는 대로 갈 수 밖에 없는 한반도 대리운전자였다”고 평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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