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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순덕의 도발]“우리 남편 바보”…녹취록은 ‘윤석열 리스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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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전 국민 듣기 평가가 벌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 중 비속어 논란 때문이다. XX는 미국 아닌 한국 국회를 겨냥했다는 게 대통령실 해명인데 그 말이 맞는대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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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바이든을 만나고 회담장을 나서는 상황을 채널A 카메라가 포착한 장면. 채널A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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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에 XX가 들리냐 안 들리냐가 충성경쟁으로, 진영논리로, 어지럼증으로, 심지어 보도윤리와 국익의 충돌로 번지는 와중에 불현듯 ‘김건희 녹취록’이 떠올랐다. 1월 중순 MBC ‘스트레이트’ 방송 전,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후보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7개 내용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한 게 유출됐었다. 그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우리 남편은 바보다. 내가 다 챙겨줘야지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지, 저 사람 완전 바보다.”
멍청해도 말 잘들으니까 데리고 산다고?

그 말은 전파를 타지도 않았다. 판결문이 유출되는 바람에 카톡으로 퍼졌을 뿐이다. 알음알음 알려진 실제 발언은 훨씬 암팡지고도 발칙했다.

“(남편이) 멍청해도 말을 잘 들으니까 내가 데리고 살지, 저런 걸 누가 같이 살아주겠어요? 인물이 좋나, 힘이 세나, 배 튀어나오고 코 골고 많이 처먹고 방귀 달고 다니고...당신 같으면 같이 살겠어요?”

지지율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던 국민의힘은 반색을 했다. 김 여사의 ‘걸크러쉬’가 작렬하면서 윤석열 동정표까지 몰고 왔던 거다. 그러나 그때 우리가 놓쳤던 걸 생각하면, 섬뜩하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챙겨줘야만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윤석열 리스크’. 김성회 전 종교다문화비서관이 임명되기 전에 썼던 ‘평건 공주와 바보 윤달’ 칼럼은 아부가 아닌 진실이었다는 얘기다.
김 여사가 옆에 없어 비속어 튀어나왔나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이 다 돼간다. 그간 정부가 한 일이 대통령실 이전, 대통령이 이XX 저XX 했다는 국힘당 젊은 대표 축출 말고 또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윤 대통령 부부가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도 못한 게 알려진 22일, 한국갤럽의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0%대로 도로 추락했다. ‘잘하고 있다’는 달랑 28%. 전주에 비해 5%포인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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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들어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당초 윤 대통령은 18일 조문록을 작성할 예정이었으나 현지에서 일정이 취소되면서 ‘외교 참사’ 논란이 불거졌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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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문제로 죽을 쒔으면, 이번 뉴욕 방문에서 유능한 일류참모들이 바이든과 한미정상회담 자리를 마련하고 윤 대통령이 보란 듯 한국산 전기차 차별대우 문제 해결해 냈다면 지지율도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 비속어라니. 바이든과 악수할 때 김 여사가 옆에 없어 비속어가 튀어나왔단 말인가.
차라리 김 여사가 스스로 박사학위 반납하시라

윤 대통령은 이번 귀국길 비행기 간담회를 갖지 않았다. 7월 스페인 나토 참석 때와는 대조적이다. 난감할 거다. 대통령이 한국 의원들을 XX라고 말한 거라고 해명하긴 했는데, 23일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이 ‘연구부정 아니다’라는 국민대 총장 등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단독 채택했다. 국감이 전쟁터가 될 건 뻔하다.

국힘당은 당연한 듯 영부인 수호에 나섰지만 국민도 어제의 국민이 아니다. ‘멤버 유지’를 ‘Member Yuji’로 썼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정공법밖에 없다. 애먼 국민대 총장이 곤욕을 겪기 전에 김 여사는 박사 학위를 반납한다고 밝히기 바란다.

대선 후보 시절인 작년 12월 14일 윤 대통령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학문적으로 표절이라 학위를 인정하기 곤란하다면 아내의 성격상 스스로 반납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부인 성격을 잘못 안 것이 아니라면, 이게 맞는 길이다. 그러고 나면 김 여사가 무슨 활동을 해도 ‘위조를 한 얼굴’ 같은 생각은 안 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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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는 모습.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학위 의혹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면 아내가 스스로 반납할 것”이라고 답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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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0만 원 짜리 목걸이를 빌린 거라고?

국민 앞에 떳떳하려면 재산문제도 분명해야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수사 중이니 두고 본다고 치자. 요즘은 명품보석을 내가 갖진 못해도 얼마인 줄 다 안다. 인터넷에 다 나온다. 깜빡 잊고 제대로 못 했다며 이제라도 재산신고 하시라. 이번 해외 순방 때 한 개도 안 걸쳤다고 국민이 잊어먹은 게 절대 아니다.

김 여사가 스페인 나토 참석 때 착용했던 반 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는 6200만 원, 비행기 안에서 재클린 케네디처럼 대통령을 내려다보며 흰 원피스 위에 달았던 티파니앤코 아이벡스 클립 브로치는 2610만 원, 6월 지방선거 때 팔목에 겹쳐 했던 까르띠에 팔찌가 1600만 원이었다. 500만 원 이상은 재산신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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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3일 나토 정상회의 순방 당시 전용기 집무실에서 서류를 검토하는 윤대통령과 그 옆에 서 있는 김건희 여사. 오른 쪽 사진은 미국 상원의회에서 서류를 검토하는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그 옆에 서 있는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 대통령실 제공, americanheritage1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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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보석도 재산신고 안 했다고 비교하지 말기 바란다. 김 여사 것은 명품인지 알 수 없어 값을 매기기 힘들지만 건희 여사 것은 다르다. 재산이 70억원이나 되는 김 여사가 이런 명품을 지인에게 빌렸다니, 김 여사 반려견 토리가 배를 잡고 웃을 판이다.
‘김건희 리스크’ 단호히 정리하시라

앞으로는 김 여사도 대통령을 바보 취급하는 일은 삼갔으면 한다. 윤 대통령도 바보가 아니라면, 그리고 국민을 진정 존중한다면,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을 ‘XX’라고 비하한 것을 사과해야 옳다.

정치를 처음 하는 대통령이면, 최고의 인력으로 국가를 운영해도 두려울 판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측근 위주로, 그것도 상명하복하는 검찰과 순응하는 관료위주로 인사를 자행해 집권 6개월 만에 대형 외교 참사를 일으켰다. 큰 상처를 받은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는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부인과 연결된 측근들로 인해 한결같이 불행한 결말을 맞았다. 정말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지만, 윤 대통령도 불행한 결말을 맞지 않으려면 특별감찰관이든 뭐든 임명해 ‘김건희 리스크’를 끊어내기 바란다.

윤 대통령에게 두 번은 없다. 치열하게 공부해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김 여사도 그런 대통령을 간절히 원할 것이다. 바보를 진짜 좋아하는 여자는, 단언컨대 없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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