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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국내 첫 '도로 위 아파트' 사실상 무산...'붕괴 위험'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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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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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국내 최초로 추진한 이른바 '도로 위 아파트' 프로젝트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설계 검토 과정에서 도로 위에 조성한 인공대지가 대규모 아파트와 상업시설로 구성된 대형 건물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지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까닭이다. 시공 안전성 확보와 동시에 공급 물량에 치중한 전용 20㎡(약 6평) 초소형 원룸형 공공주택에 반대한 오세훈 시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공대지 안전성 의문" 서울시, SH공사 신내4지구 대안 설계 검토 착수

25일 머니투데이 취재 결과 시와 SH공사는 중랑구 신내4 공공주택특별지구(이하 신내4지구) 설계 변경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착공 시점은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더 늦춰질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는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2019년 5월부터 추진했다. 당시 SH공사가 시에 제안해 사업이 성사됐고 그해 9월 국제설계공모와 12월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거쳐 올해 1월 주택건설사업 계획이 승인됐다.

사업을 추진하는 신내4지구 부지 면적은 총 7만4675㎡다. 이 중 2만3481㎡은 북부간선도로 신내IC~중랑IC 구간 상부를 덮은 인공대지이며, 나머지는 신내차량기지 사이 저층창고 부지(3만3519㎡)와 도로 북측의 완충녹지 일부(1만7675㎡)로 구성됐다.

원래 인공대지 위에 15층 높이 주상복합 건물 2~3개 동을 짓고 부지 남측 대지에 녹지와 공원 및 생활SOC 건물을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설계 검증 과정에서 인공대지가 건물 하중을 견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대지의 안전성 문제는 이 프로젝트가 발표된 직후에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당시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공법과 설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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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내4지구 부지 현황도. 북부간선도로 상부 500m 구간을 인공대지로 조성한다. /자료=SH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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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대지 지반 안정성 우려...초기 설계부터 경량 모듈러주택 검토

하지만 설계 초기 검토 단계부터 터널을 감싸는 복개구조물인 인공대지 위에 짓는 건물은 최대한 무게를 줄이기 위해 모듈러주택(외부에서 골조 등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 시공을 검토하는 등 안전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시와 SH공사는 인공대지 상부를 전면 녹지화하고, 주택과 상업시설이 포함된 핵심 인프라 건물은 지반 안정성이 높은 사업지 남측 대지에 짓는 대안 설계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인공대지에 주택 등 건물을 짓는 설계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건 맞다"며 "아직 최종안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최초 설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시와 SH공사가 이번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파격보다 안전과 품질에 방점을 찍은 이유는 중대재해법 시행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단지는 공공주택특별법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사업주체는 서울시장이며, SH공사 사장이 대행한다. 만약 공사 전후로 안전사고에 따른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이들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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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설계를 적용한 신내4지구 변경 전후 조감도. 인공대지 위에 아파트 건물 상당 부분이 올라가 있는데, 시는 이 설계를 바꿔 부지 남측 일반 대지에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중점 조성하고 인공대지 상부는 녹지와 공원 및 도로로 단절된 신내3지구를 잇는 보행로를 설치하는 대안 설계를 검토 중이다. /자료=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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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설계 적용 시 공급주택 면적 확대...전용 20㎡ 초소형 주택 뺀다

설계 변경을 통해 단지에 공급하는 주택 면적도 보다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계획안에 따르면 전체 990가구 중 70%인 693가구를 전용면적 20㎡(약 6평) '원룸형' 구조로, 나머지 30% 물량은 전용 42~53㎡으로 설계했다.

만약 인공대지보다 면적이 넓은 대지로 아파트 건물을 옮기는 대안 설계를 채택하면 건물 배치와 가구당 면적 확대에 좀 더 유리한 조건이 된다. 오 시장이 그동안 주거면적 확대 등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을 강조한 만큼 원룸형 공급은 하지 않을 전망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대안 설계를 적용해서 인공대지보다 넓은 남측 부지에 아파트를 짓게 되면 굳이 전용 20㎡ 초소형을 공급하지 않아도 적정 물량이 나올 수 있다"며 "기존에 계획한 가구당 면적도 전반적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총공사비가 변경될 수도 있다. 2019년 계획 발표 당시 SH공사가 예상한 사업비는 약 4200억원이었다. 토지보상비와 인공대지 조성비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인데 설계 변경을 통한 주택면적 확대 및 인건비, 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증가를 고려하면 실제 사업비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착공이 늦어져 입주 시점은 더 늦춰지게 됐다. 이 프로젝트는 당초 2021년 하반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입주 예정이었다. 내년 상반기 착공 시 2026년 상반기 이후 입주할 전망이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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