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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군 동원 ‘당근과 채찍’···러, 전투 거부시 10년 구금·참전 예비군엔 채무 상환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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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반전 시위…724명 추가 체포

시베리아 소수민족 집중 징집 의혹

우크라이나 4개주 병합 투표 이틀째

경향신문

러시아 경찰이 24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반정부 집회에 참석한 시민을 연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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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부족한 병력을 동원하기 위해 탈영·전투거부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과 입대 유인책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강온’ 양면 정책으로 징집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고 국민을 전선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탈영·전투 거부시 최대 10년 구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인들이 전투를 거부하거나 우크라이나에 자발적으로 항복할 경우 최대 10년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고 타스통신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동원 대상 예비군에 대해서는 채무 상환을 유예해주도록 시중은행 및 대출기관에 권고했다. 또 동원 대상자에 대해서는 연체된 채무를 징수하지 않고 모기지 주택이 압류되더라도 강제 퇴거당하지 않도록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게 입대 유인책을 제공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군에 입대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시민권 발급을 신속하게 해주는 내용의 법안에도 서명했다. 러시아 시민권을 얻으려면 최소 5년을 거주해야 하는데 러시아군에 입대하면 1년으로 단축된다. 이는 중앙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은 자국민들에게 러시아군에 입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할 경우 처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당국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발표한 것은 30만명의 예비군 동원령 발표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들끓는 반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강제 징집돼 전선에 투입된 병사들의 투항이나 탈영으로 전장에서 사기가 떨어질 것을 대비해 군 기강을 미리 잡아놓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이 예비군 동원령을 선포한 이후 러시아 곳곳에서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4일 러시아 32개 지역에서 벌어진 시위로 72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동원령 선포 당일인 지난 21일에는 38개 지역에서 최소 1300명이 체포된 바 있다. 러시아인들의 징병 공포는 지난 23일 러시아 정부가 최대 120만명까지 징집을 계획하고 있다는 러시아 독립언론들의 보도까지 나오면서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새로 동원된 징집병들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경찰관들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녹슨 소총을 지급받은 병사들이 욕을 하는 장면도 올라왔다.

“실제 징집 최대 120만”…시베리아 소수민족에 집중


시베리아의 오지나 가난한 소수민족들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징병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들 지역에선 군 복무 경험이 없거나 40세가 넘은 남성들도 징집 영장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징집에 대한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기존 러시아군 가운데에도 소수민족 출신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푸틴 인사로 분류되는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투데이(RT)의 편집국장 마르가리타 시모니안은 자신의 텔레그램에서 “민간인은 35세까지 모집될 수 있다고 발표됐는데 소집서류가 40대에게도 가고 있다”며 “그들은 사람들을 정말로 화나게 하고 있다”고 적었다. 친푸틴 인사의 공개적 반발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북동부 시베리아 지역 사하공화국의 사하족 단체는 이미 인구가 희박한 야쿠티아 북부 지역에서 징집으로 남성이 더 적어질 수 있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 항의서한을 보냈다. 유카기르족 지도자는 유카기르족 인구는 약 1600명에 18~45세 남성 인구는 400명이라며 “순록 목축업자나 어부가 상당수 징집돼”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NYT에 전했다.

부랴티야 공화국의 전쟁반대 단체 ‘프리 부랴티야 재단’의 빅토리아 말라다에바는 “수천명의 (징병 대상자와 가족)이 우리에게 연락하고 있다. 모두 대피하느라 바쁘다”고 알자지라에 전했다. 예비군 동원령 이후 가족과 함께 부랴티야에서 몽골로 탈출한 후엘룬은 “국경 검문 초소를 통과하는데 5시간이 걸렸고 우리 뒤에도 긴 차량의 줄이 있었다”고 알자지라에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동원령으로 소집된 러시아 군인들에게 항복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이번 동원령은 선포되자마자 ‘무덤으로 가는 동원령’으로 불리고 있다”면서 “외국 땅에서 전범으로 죽기보다는 동원소집 통지서를 받지 않는 것이 낫다. 우크라이나군의 무기에 살해당하기보다는 우리 군에 붙잡히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병합투표는 가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주에서는 27일까지 러시아 편입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공공기관 안마당에 이동식 투표소를 설치하고 경찰의 감시 하에 투표가 진행되는 모습이 보고됐다. 헤르손에서는 소총을 등 관리들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강제로 투표에 참여하게 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러시아의 편입 승인은 이르면 30일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주민투표를 ‘가짜’라고 언급하며 “국제법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법을 위반한 범죄”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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