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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론스타 판정 무효 신청, 사건 책임 덮는 절차로 악용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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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법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 인터뷰

“무효 신청 전에 판정문 공개해 검증 거쳐야

국민적 검증? 국회서 특위 구성하면 될 것

판정 무효 사유 5가지로 간단명료

정책당국자 책임 묻기 공소시효 남아 있어”


한겨레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회의실에서 론스타 사건 판정과 관련한 <한겨레>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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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사건 판정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가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투자자-국가 분쟁’(ISDS) 사건을 맡았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판정 취소 소송을 내겠다는 방침을 밝혀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판정문 전문을 공개해 취소 소송의 실효성과 론스타 사건에 얽힌 정책당국자들의 책임 문제를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에 얽혀 있다. 한국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론스타에 3천억원 넘는 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빠진 데다, 시일이 지날수록 지연 이자가 불어나는 상황인 게 논란을 키우고 있다.

법무부 방침에 얽힌 문제점과 판정문 전문 공개 주장을 앞장서 제기해온 송기호(59)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판정 취소 소송을 하든, 하지 않든 국민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고, 취소 소송이 이 사태(론스타 사건에서 비롯된 세금 낭비 문제)를 만든 사람들의 책임을 덮는 절차로 악용돼선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선행 절차는 판정문 전문의 공개라고 주장한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회의실에서 대면으로, 이어 추가적인 전화 통화로 이뤄졌다. 통상법 전문가로 꼽히는 송 변호사는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를 맡고 있다.

―법무부로선 판정 취소 신청을 안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3천억원 넘는 세금을 들여야 할 상황에서 그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판정 무효 신청을 누가 결정하느냐의 문제다. 신청을 할거냐 말거냐를 앞으로 그 사건을 맡게 될 변호사, (론스타 사건을 지금까지) 진행해온 이들이 결정하는 게 맞느냐는 거다. 이 건은 개인이나 기업 소송과는 다르다. 1심, 2심, 3심이 있어 일단 가보자, 이렇게 할 수 없는 구조다.”

국제분쟁해결센터의 중재 판정은 국내 재판처럼 3심제가 아닌 ‘단심제’다. 한 번의 결정으로 대법원 판결 같은 확정력을 갖는 점을 일컫는다.

“판정 무효 소송의 가능성이 있는지, 판정 결과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는지 따져야 한다. 국민이 결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적어도 판정문은 공개해, 어떤 이유에서 한국이 책임을 지게 됐고, 문제 행위자는 누구인지, 어떻게 책임을 지게 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런 문제를 덮으면서 판정 무효 신청으로 가자는 건 안 된다.”

법무부는 지난달 말 론스타 사건 판정문을 통보받은 뒤 3주 이상 지난 지금까지 판정문 원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글로 된 판정 요지서만 공개한 상태다.

―국민적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건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들린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방식 아닌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판정의) 무효 사유는 대단히 형식적이고 딱 부러지게 다섯 가지로 적시돼 있다. 쉽게 검증된다. 형식적 결격 사유만 따지게 돼 있다. 검증의 주체는 국회에서 특위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가면 될 거다.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판정 결정 뒤) 120일 안에 가부(취소 소송 여부) 결정을 해야 하는데 합리적 결정을 내리려면 판정문을 공개해야 한다.” 판정 무효 사유 다섯 가지는 ‘재판부 구성이 잘못된 경우, 뇌물수수 같은 부정행위가 있었던 경우, 명백히 권한을 이탈한 경우, 절차 규칙에서 정한 사항에서 일탈한 경우, 판정에 이유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로 돼 있다고 했다.

송 변호사는 “판정 자체에 논리적 모순이 있는지도 물론 따져봐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즉 무효 사유가 있다면 당연히 취소 소송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무효 소송으로 가는 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것은 실상을 오도하는 것이며, 판정문 전문 공개 전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착시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일 처리는 “전형적인 관료주의”라고도 했다.

“론스타가 우리나라에서 갖고 간 게 돈만이 아니다. 민주주의도 갖고 가 버렸다. 론스타의 애초 소송 제기 규모 6조원대가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 판정 무효 소송으로 간다면 어떤 이유로 승산이 있다는 것인지, 왜 세금까지 내어 론스타에 물어줘야 하는지, 국민들로선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 한동훈 장관은 ‘왜 우리 정부를 공격하느냐’는 식으로 말한다. 더 이상 따지지 말라는 것인데, 여기서 판정 무효 소송으로 가려고 하는 목적이 드러난다.”

―법무부는 론스타의 동의를 받는 대로 판정문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라 한다. 론스타 동의는 왜 필요한 것인가?

“한국 정부가 그렇게 합의해줬기 때문이다. 국제 중재규칙에 그런 내용은 없다. 국제투자분쟁 중재판정부는 소송 진행 때 언어는 뭘로 할지, 변론 장소는 어디로 할지 따위를 결정할 뿐, 나머지는 대부분 당사자들 합의를 적용하게 돼 있다. 론스타의 동의 절차가 어쩔 수 없는 국제중재 규칙인 것처럼 몰아가는데, 그게 아니다. 한국 쪽이 합의해줘 거기에 구속받고 있는 것이다.”

―론스타 사건에 얽힌 정책당국자들의 책임 묻기가 가능한가? 10년 이상 시일이 흘렀는데.

“가능하다.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론스타 사건 판정이다. 특경가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규모가 5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이 가능하고, 그 시효는 15년이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 정책당국의 잘못에 대해선 기소된 바 있고 공소시효를 넘겼다 하더라도,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팔고 나간 것에 대해선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2012년 당시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은 상태였다.

글·사진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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