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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반중 운동’ 커지는 대만…민간예비군 양성에 불항복서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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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명 양성 목표 18일 수업 시작

대학생·특전사 전역자 등 등록

11월 지방선거 출마자들 대상으로

“중국에 저항포기 않겠다” 약속 요구


한겨레

선보양(왼쪽 셋째) 타이베이대학 범죄연구소 교수와 자오싱청(왼쪽 둘째)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 창업자가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흑곰학원 설립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흑곰학원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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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대학 4학년생 천은 18일 타이베이에 문을 연 민간 군사훈련 기관 ‘흑곰학원’에서 기초군사 수업을 들었다. 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고,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까 봐 걱정됐다”며 “여성은 군 복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없어 흑곰학원에 등록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에 말했다. 특전사 낙하산병으로 제대한 우도 이날 흑곰학원에서 수업을 받았다. 그는 “군대에서 전시 군사훈련을 받았지만, 매년 새로운 게 나온다. 오늘 과거 군 시절과는 다른 지식을 배웠다”며 “가족들도 응원하고, 엄마와 친구들도 수업을 듣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거세지면서, 대만인들 사이에 안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 여파로 민간 군사훈련 기관이 생기고, 재벌 회장이 이곳에 1천억원을 후원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11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에게 ‘불항복서약서’를 받는 시민운동도 진행되는 중이다.

흑곰학원은 유사시 전쟁에 나설 수 있는 민간인 300만명을 키우겠다는 목표로 지난 7월부터 설립이 추진된 사설 군사훈련 기관이다. 선보양 타이베이대학 범죄연구소 교수와 허청후이 대만안보협회 부회장이 공동 설립했다. 이들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흑곰학원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대만의 2위 반도체 기업인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 창업자인 차오싱청(75) 전 회장이 방탄조끼를 입고 참석했다. 그는 이 단체에 30억 대만 달러(1342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흑곰학원의 페이스북 계정을 보면, 이곳에선 현대군사론과 국제정치정세 등 이론과 응급구조, 무인기조종법, 라디오 통신 등을 배울 수 있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300만명의 ‘흑곰용사’는 대만 인구(2388만명)의 12.5%에 달한다. 공동설립자인 허 부회장은 “현재 대만에 약 900만 가구가 있고, 각 가구에 최소 한 사람씩 국방의 기초를 갖추기를 희망한다”며 “시간이 급해 일단 3년 동안 300만명이 전시에 본인과 주변 사람을 돌볼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차오 회장은 2~3년 내에 민간 저격수 30만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과 군용 무인기(드론) 10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민방위 대원 양성은 국가가 할 일이라며 흑곰학원을 비판한다.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은 이들이 1900년 ‘무술을 익히면 총알도 막을 수 있다’며 서양 배척운동을 벌였던 “의화단과 비슷하다”며 부질없는 짓을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흑곰학원은 “민간 방위와 주민구호는 군대보다 민중 위주로 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시간이 걸리지만 민간은 신속하다. 흑곰학원은 정부가 할 일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앞장서 행동해 정부를 견인한다”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한겨레

대만독립건국연맹 등이 11월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받는 불항복 서약서. 대만독립건국연맹 누리집 갈무리


대만의 독립 성향 시민단체는 지난 5일부터 11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에게 ‘불항복 서약서’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인 대만독립건국연맹과 대만제헌기금회, 대만학생연합회 등이 주도한다. 이들이 받는 서명서에는 “중국에 항복하거나 저항을 포기하고 적과 평화회담을 하자고 고취·선전·유세 혹은 지지하는 어떤 주장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대만의 지방선거는 4년마다 열린다. 올해 선거에는 1만9천여명이 출마했다.

서명 운동을 주도하는 천난톈 대만독립건국연맹 회장은 5일 기자회견에서 “중국공산당이 러시아보다 더 야심 차고 사악한 세력”이라며 “대만이 중국의 침략 가능성에 직면해 있는데, 공직 후보자도 죽을 때까지 대만을 지키겠다는 결의를 엄숙히 선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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