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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美·日처럼 비과세땐…해외 배당소득 785억弗 국내로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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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값 방어 총력전 (上)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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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가치 추락을 방어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환율 방어' 올인에 나선 가운데 주요 선진국들이 해외 자금을 역내에 유치하기 위해 대부분 해외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를 면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32개국은 해외 배당 비과세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배당에 대해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부분적으로 과세하는 나라는 한국, 칠레, 콜롬비아 등 6개 국가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해외법인 배당금에 대한 비과세 내용을 담은 법인세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국회에서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연내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현재 한국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자회사 등이 현지에서 법인세를 낸 뒤 국내에 있는 모회사에 배당을 하면 이 배당금이 모회사 소득에 합산돼 과세표준이 매겨져 재차 법인세를 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와 한국 모두에서 세금을 내는 이중과세 소지가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현행법상 해외 배당금에 대해서는 세액공제(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를 하되 공제한도를 둬 세금의 일정 부분은 기업에 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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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해외 자회사 배당금을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벌어들인 소득에서 현지 법인세를 뺀 값으로 나눠 나온 금액에 현지 법인세를 곱해서 세액공제액을 산출한다. 예컨대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100억원을 벌어 법인세로 20억원을 냈는데, 5억원을 국내에 배당했다면 국내 법인세에서 최대 1억2500만원까지만 빼주는 식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기업이 한국과 해외에서 모두 법인세를 내는데 국내에서 법인세를 공제받을 때 돌려받는 돈에는 한도를 두기 때문에 이중과세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이 같은 '과세 장벽'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에 돈을 쌓아두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25일 매일경제가 한국은행 국제수지를 분석한 결과 한국 해외직접투자기업 유보금은 지난해 902억달러(약 128조원)로 사상 최대치까지 치솟았다.

국내 달러 고갈 사태로 원화값이 급락하면서 수입물가가 치솟고, 이것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강해졌지만 해외 달러를 들여올 수 있는 주요 길목이 막혀 있는 셈이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배당금을 본국으로 송금할 때 비과세 조치가 단행되면 기업 자금 유입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며 "원화값을 안정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배당금에 대해 비과세 방식을 채택한 주요국 사례에 비춰보면 한국이 관련 제도를 도입하면 785억달러(약 112조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당국이 2018년 해외 배당소득 과세 방식을 비과세로 바꾼 후 미국 다국적기업이 보유했던 1조달러의 해외 유보금 가운데 7770억달러(78%)가 역내로 되돌아왔다. 2009년 배당소득을 비과세로 전환한 일본도 기업 해외 유보금의 95%가 일본으로 환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해외법인의 유보금이 902억달러라는 점에 비춰보면 미국과 일본 환류 비중의 중간 수준(87%)으로 자금이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785억달러의 자금이 한국에 유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1분기 외환당국이 원화값 방어에 역대 최대 외환보유액(83억1100만달러)을 쏟아부었던 것보다 9배나 더 많은 자금이 들어오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법인세 개정안을 '부자 감세'로만 볼 게 아니라 원화값 안정 민생 대책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는 "원화값 변동 문제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법인 배당금에 대한 비과세 조치와 함께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투자를 한국에 지속적으로 유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법인세법이 국회에 묶여 기업들이 달러를 국내로 송금할 생각을 하지 않으면 해외에 자금이 계속 묶여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원화값 방어에 막대한 외환보유액만 소진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환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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