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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무덤으로 갈 수 없다"... 푸틴, 1500명 체포에도 '동원령 반대' 시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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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 도시서 동원령 반대 시위...러 정부 강경 대응
모호한 동원령 기준에 시민 불안 가중
폴란드, 발트 3국 등 국경폐쇄...러시아 압박 '분석'
한국일보

러시아 경찰이 24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한 시민을 체포하고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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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러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동원령을 거부하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무덤으로 갈 수 없다(No Mobilization to the Grave)’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반대 시위에 결집하고 있다.

징집을 피해 러시아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러시아 인접국은 국경을 닫기로 했다. 자국 안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러시아 내 반전 여론을 더 키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38개 도시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우리는 총알받이가 아니다"

한국일보

러시아 경찰이 24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한 시민을 체포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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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독립 인권단체인 ’OVD-Info’ 발표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날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이르쿠츠크 △톰스크 △히바로포스크 등 32개 도시에서 발생, 최소 74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시위를 불법으로 간주, 무력 진압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이르쿠츠크 등에서 경찰들이 시위대를 폭행하는 장면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표한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체포된 시위대는 38개 도시에서 총 1,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동원령에 대한 러시아 시민들의 반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경찰에 체포된 한 여성 시위자는 “우리는 총알받이가 아니다”라고 외쳤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집회에선 한 남성이 "나는 푸틴을 위해 전쟁에 나서고 싶지 않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동원령의 규모와 기준이 모호한 점도 시민들의 공포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러시아 독립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이 30만 명을 동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최대 120만 명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동원령 대상을 ‘군 복무를 마쳤거나 전투 경험이 있는 남성’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군 경험이 없거나 징병 연령(35세 이하)이 한참 지난 남성들도 소집되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시베리아의 외지이고 가난한 지역의 소수 민족에게 집중적으로 동원령이 내려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NYT는 “러시아에선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전역에서 수천 명의 병력이 동원됐다”며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으려 한 도시 운동가들과 소수의 민족 공동체들의 저항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폴란드 등 인접국들, “러시아인 망명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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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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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령을 피해 러시아 인접국으로 탈출하려는 길까지 막히면서 반대 시위에 더욱 기름을 붓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와 발트 3국이 러시아인의 망명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들은 탈출 러시에 나선 러시아인을 수용할 경우 자국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집단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WSJ은 “이들 국가들은 일반 러시아 시민들의 고통이 커지지 않는 한 푸틴 대통령의 정치력을 약화시킬 수 없다고 본다”며 “망명길이 막히면 동원령을 거부하는 러시아 시민들의 반전 여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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